기보 직접보증 기업 8만여곳 대표자 연령 분석

60세 이상 대표 24.3%…70세 이상 장수기업 753곳

기보 올해부터 기업승계 M&A 지원사업

매도 희망 60곳에도 성사 실적 ‘0건’

후계자 부재 땐 기술 단절·일자리 감소 우려

사진은 기사와 무관. 경기 안산시의 한 플라스틱 필름 제조 공장 모습.[연합뉴스]
사진은 기사와 무관. 경기 안산시의 한 플라스틱 필름 제조 공장 모습.[연합뉴스]

[헤럴드경제=부애리 기자] 국내 중소기업 경영자의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기술보증기금 보증을 받는 기업은 최근 4년간 감소했지만, 대표자가 70세 이상인 기업은 오히려 60%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영자의 은퇴 시기가 다가오는 기업이 늘면서 후계자를 찾지 못한 중소기업의 기술과 일자리가 단절되는 이른바 ‘승계절벽’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70세 이상 대표 급증…커지는 ‘승계절벽’ 우려

12일 헤럴드경제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박성민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기술보증기금 자료에 따르면 기보의 전체 직접 보증 기업은 2022년 8만4239곳에서 올해 8월 8만927곳으로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대표자가 70세 이상인 기업은 1866곳에서 2979곳으로 59.6% 증가했다.

전체 보증기업에서 70세 이상 대표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2022년 2.22%에서 올해 8월 3.68%로 1.46%포인트 높아졌다. 기업 수는 줄어드는 가운데 고령 경영자가 이끄는 기업의 비중은 꾸준히 확대되고 있는 셈이다.

60세 이상으로 범위를 넓히면 고령화 추세는 더욱 뚜렷하다. 대표자가 60세 이상인 기업은 2022년 1만5588곳에서 올해 8월 1만9637곳으로 26.0% 증가했다. 전체 보증기업의 24.3%에 달하는 규모다. 기보 보증기업 4곳 중 1곳가량은 60세 이상 경영자가 이끌고 있다는 소리다.

고령 경영자가 이끄는 기업 중에는 오랜 기간 사업을 이어온 중소기업도 상당수였다. 올해 8월 기준 대표자가 70세 이상이면서 업력이 30년 이상인 기업은 753곳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제조업이 669곳으로 88.8%를 차지했다. 장기간 생산 현장에서 기술과 경험을 축적해 온 제조기업이 고령 경영자 집단에 다수 포함돼 있는 것이다.

60대 경영자가 이끄는 장수기업도 적지 않았다. 대표자가 60세 이상 65세 미만이면서 업력이 30년 이상인 기업은 593곳, 65세 이상 70세 미만인 기업은 909곳으로 집계됐다. 60대 대표가 운영하는 업력 30년 이상 기업만 1502곳에 달하는 셈이다.

문제는 경영자의 고령화가 기업의 존속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중소기업은 창업주나 대표자 개인에게 기술과 거래처, 경영 노하우가 집중된 경우가 많다. 자녀 등 가족에게 경영권을 넘기기 어렵거나 마땅한 후계자를 찾지 못하면 정상적으로 운영되던 기업도 폐업 위기에 놓일 수 있다. 특히 장기간 축적한 기술과 숙련 인력이 중요한 제조업은 기업승계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을 경우 산업 현장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챗GPT를 이용해 만든 그래픽 이미지]
[챗GPT를 이용해 만든 그래픽 이미지]

매도 희망기업 60곳 몰렸지만…M&A 성사 ‘0건’

이 때문에 정부도 가족 내 승계가 어려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제3자 인수합병(M&A)을 통한 기업승계 지원에 나서고 있다. 기보는 올해 4월 기업승계 M&A 컨설팅 지원사업을 시작해 매도·매수 희망기업을 모집하고 있다. 자녀에게 기업을 물려주는 전통적인 가업승계 방식에서 벗어나 외부 인수자를 통해 기업의 기술과 고용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아직 가시적인 성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기보가 박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사업에 신청한 매도 희망기업은 60곳, 매수 희망기업은 43곳이지만 실제 M&A 매칭이나 성사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 기업승계 M&A 관련 보증지원 실적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도 희망기업 중 대표자가 60세 이상인 곳은 총 43곳으로 전체의 71.7%를 차지했다. 70세 이상 대표 기업도 8곳 포함됐다. 고령 경영자의 기업 매각 수요가 확인되고 있지만 실제 인수자와의 연결까지는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기보는 이와 관련해 M&A가 협상과 계약 등의 절차를 거쳐 통상 1년 이상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매도 희망기업 60곳 중 제조업은 41곳으로 전체의 68.3%를 차지했다. 업력별로는 20년 이상 30년 미만이 19곳, 30년 이상이 6곳으로 업력 20년 이상 기업이 25곳에 달했다. 오랜 기간 사업을 이어온 제조기업을 비롯해 중소기업의 승계 수요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국회 차원의 입법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4월 후계자 부재에 따른 중소기업의 경영 단절을 막기 위해 ‘기업경영의 계속성 강화를 위한 기업승계 지원 특별법안’을 대표발의했다. 제3자 승계자 발굴·육성과 M&A 중개, 승계 이후 경영 안정 지원 등을 담았지만 국회 산자중기위에 계류 중이다.

고령 경영자의 은퇴가 임박한 상황에서 적절한 인수자를 제때 찾지 못하면 기업의 경영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 단순히 매도·매수 희망기업을 모집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업가치 평가와 인수자 발굴, 거래 성사까지 이어지는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의원은 “승계절벽은 중소기업의 기술과 일자리까지 위협하는 문제”라며 “후계자가 없어 경쟁력 있는 기업이 문을 닫지 않도록 M&A 등 제3자 승계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bo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