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설기·과일 찹쌀떡 등 이색 떡 인기

떡픈런·떡지순례 열풍…유통가도 가세

떡류 판매액 1조원 육박…수출도 증가

동네 떡집은 감소…지속 성장 여부 관건

서울의 백화점이나 편의점 등에서도 팝업스토어를 통해 ‘피자설기 원조’로 알려진 부산 영도다리떡방의 떡을 만나볼 수 있게 됐다. 롯데백화점 부산점에서 열린 영도다리떡방 팝업스토어. [모던아트 제공]
서울의 백화점이나 편의점 등에서도 팝업스토어를 통해 ‘피자설기 원조’로 알려진 부산 영도다리떡방의 떡을 만나볼 수 있게 됐다. 롯데백화점 부산점에서 열린 영도다리떡방 팝업스토어. [모던아트 제공]

[헤럴드경제=정대한 기자] 1999년 부산 영도구 남항시장에 문을 연 동네 떡집 ‘영도다리떡방’. 20년 넘게 지역 주민들을 상대로 떡을 판매하던 이곳은 최근 전국에서 손님이 찾아오는 유명 떡집으로 거듭났다. 백설기 위에 치즈와 페퍼로니, 감자 등 피자 재료를 올린 ‘피자설기’가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입소문을 타면서다.

지난 4월에는 하루 100명이 넘는 손님이 개점 전부터 줄을 서는 ‘오픈런’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금까지도 주말마다 서울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손님들이 찾아오고 있다. 이제는 서울의 백화점이나 편의점 등에서도 팝업스토어를 통해 영도다리떡방의 떡을 만나볼 수 있게 됐다.

피자설기는 5년 전 부모님이 운영하던 떡집에 합류한 신우솔 대표가 개발한 제품이다. 신 대표는 “부모님이 오랫동안 해 오신 방식을 그대로 이어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변화하는 시장에 맞춰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 떡 디저트가 단맛 위주라는 점에 착안해 짭조름한 맛을 더한 새로운 떡을 구상했다. 6개월 넘게 연구와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2021년 피자설기를 개발했다.

피자설기가 인기를 얻으면서 떡집의 풍경도 달라졌다. 과거 하루 평균 30~40되 수준이던 떡 생산량은 현재 100~150되로 늘었다. 매장 판매와 택배를 합쳐 하루 평균 약 5000개의 떡이 나가고 있다. 이 가운데 약 70%가 피자설기 제품군이다. 평소 작업은 새벽 3~4시부터 시작한다. 백화점 팝업스토어나 단체 주문이 몰릴 때는 밤을 새워 떡을 만들기도 한다.

영도다리떡방 팝업스토어에서 판매하는 피자설기 제품. [모던아트 제공]
영도다리떡방 팝업스토어에서 판매하는 피자설기 제품. [모던아트 제공]

신 대표는 “예전에는 재료비와 인건비를 감당하며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것이 가장 큰 과제였다”며 “피자설기의 성공은 단순히 잘 팔리는 제품 하나를 만든 것이 아니라 가족이 함께 미래를 꿈꿀 수 있게 됐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의 관심에 안주하기보다 어떤 유통 채널에서도 영도다리떡방만의 맛과 품질을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영도다리떡방의 유통을 맡고 있는 모던아트는 피자설기의 차별화된 상품성에 주목했다. 박진철 모던아트 대표는 “영도다리떡방의 피자설기는 전통 떡에 익숙한 맛과 현대적인 비주얼을 접목해 젊은 소비자들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며 “특히 피자라는 친숙한 메뉴를 설기에 접목해 차별화된 디저트 상품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유통을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앞으로는 팝업스토어를 넘어 상시 판매로 유통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박 대표는 “현재 백화점 팝업을 중심으로 소비자 반응을 확인하며 유통채널을 확대하고 있다”며 “앞으로 주요 백화점과 편의점 등 다양한 채널로 판매 접점을 넓히고, 팝업을 통해 검증된 상품은 리테일 매장과 정기적인 유통으로 연결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롯데백화점 잠실점 지하 1층에서 진행 중인 ‘전국떡지순례 시즌2’ 팝업스토어 전경. [롯데백화점 제공]
롯데백화점 잠실점 지하 1층에서 진행 중인 ‘전국떡지순례 시즌2’ 팝업스토어 전경. [롯데백화점 제공]

‘떡지순례’에 ‘떡픈런’까지…SNS 타고 젊어진 떡

피자설기 외에도 과일 찹쌀떡, 카스테라 인절미 등 전통 떡을 재해석한 제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유명 떡집을 찾아다니는 ‘떡지순례’가 새로운 디저트 소비문화로 자리 잡았다. 떡지순례는 ‘떡’과 ‘성지순례’를 합친 신조어다. 떡을 구매하기 위해 개점 전부터 줄을 서는 ‘떡픈런’(떡+오픈런)이나 콘서트 티켓팅처럼 구매 경쟁이 치열하다는 의미의 ‘떡켓팅’(떡+티켓팅)이라는 표현도 나왔다.

떡은 그동안 중장년층과 고령층이 주로 찾는 음식으로 여겨졌다. 실제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분석한 2025년 가공식품 소비지출 자료에 따르면 떡은 지난해 기준 가구주가 30대 이하인 가구에서 가공식품 지출 비중 순위 25위에 그쳤지만, 60대 이상 가구에서는 7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SNS를 통해 젊은 세대의 관심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썸트렌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 23일까지 떡을 ‘디저트’로 언급한 온라인 게시물은 블로그에서 전년 동기 대비 39.7%,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47.7% 각각 증가했다. 특히 피자설기 SNS 언급량은 지난 4월 100건 미만에 그쳤지만, 8월에는 2000여건, 9월에는 1만건 이상으로 급증했다.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지하 한정선 매장 전경. [헤럴드DB]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지하 한정선 매장 전경. [헤럴드DB]

업계에서는 익숙한 전통 음식에 새로운 맛과 식감에 대한 호기심이 맞물린 결과로 분석한다. 영도다리떡방은 백설기에 치즈와 페퍼로니 등 피자 재료를 결합해 기존 떡과 차별화했다. 과일 찹쌀떡 전문 브랜드 ‘한정선’은 찹쌀떡 안에 딸기와 귤, 키위 등 생과일을 넣어 새로운 맛과 식감을 더했다. 전남광주의 ‘창억떡’도 전통적인 콩고물 대신 카스텔라 고물을 입힌 호박 인절미로 인기를 얻었다.

떡 특유의 쫄깃한 식감과 건강한 디저트라는 이미지도 주요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썸트렌드에 따르면 올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떡을 ‘디저트’로 언급한 게시글에는 주로 ‘맛’과 ‘식감’, ‘건강’ 관련 키워드가 함께 등장했다. 썸트렌드 측은 “떡의 ‘식감’은 가장 강한 단일 구매 이유”라며 “밀가루 베이스의 빵으로는 재현이 어려운 영역으로, 떡의 경쟁 우위가 맛이 아니라 씹는 경험에 있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SNS를 통해 접한 음식을 직접 맛보기 위해 매장을 방문하는 ‘경험 소비’도 떡지순례 유행을 확산시키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이번 열풍은 SNS를 통해 접한 떡이 어떤 맛인지 직접 경험해보려는 ‘경험 소비’의 측면이 있다”며 “경험 소비로 인해 한번 열풍이 불면 소비자들의 반응이 과거보다도 더욱 크게 나타나고, 경험한 이후에는 또 다른 콘텐츠가 없는지 찾아다니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서울 동작구 남성사계시장 소담떡집에서 판매하고 있는 피자설기. 정대한 기자
서울 동작구 남성사계시장 소담떡집에서 판매하고 있는 피자설기. 정대한 기자

이러한 열풍은 유명 떡집을 넘어 전통시장과 동네 떡집으로도 번지고 있다. 서울 동작구 남성사계시장의 ‘소담떡집’은 최근 피자설기가 인기를 끌자 추석 이후 직접 레시피를 연구해 판매를 시작했다. 가격은 개당 2000원으로, 유명 떡집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소담떡집 관계자는 “피자설기를 시작한 이후로 젊은 사람들이 떡집을 많이 찾고 있다”며 “피자설기를 사면 다른 떡도 함께 구매하는 편이어서 매출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피자설기를 맛보기 위해 찾아온 젊은 소비자들이 다른 떡도 함께 구매하면서 기존 동네 떡집의 새로운 고객층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형국 한국떡류식품가공협회 사무총장은 “피자설기를 사러 왔다가 다른 떡도 함께 구매하는 만큼 기존 떡집의 매출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며 “젊은 창업자들도 새로운 트렌드와 소비자 입맛에 맞는 제품 개발에 관심을 갖고 있어 떡 업계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GS25가 판매하는 한정선 요거트·피스타치오 찹쌀떡 [GS25 제공]
GS25가 판매하는 한정선 요거트·피스타치오 찹쌀떡 [GS25 제공]

편의점부터 백화점까지…유통가도 떡 열풍

유통업계도 떡 열풍에 가세하고 있다. 편의점들은 유명 떡 브랜드와 협업하거나 기존 떡에 새로운 재료를 접목한 신제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GS25는 지난달 디저트 브랜드 로로멜로, 한정선과 협업한 ‘한정선 요거트 찹쌀떡’을 선보였다. 출시 이후 현재까지 누적 판매량이 100만개를 넘어서며 인기를 끌었다. 후속 제품인 ‘한정선 피스타치오 찹쌀떡’은 지난 7일 자체 앱에서 진행된 사전 예약에서 오픈 6분 만에 준비 수량이 모두 완판됐다.

CU도 피자설기의 유행에 맞춰 절편을 활용한 ‘피자절편’을 출시했다. 지난 8일 출시된 이후 현재까지 약 3만개가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트24도 지난달 일부 특화 점포에서 생크림 찹쌀떡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익산농협떡방앗간’과 영도다리떡방의 인기 상품을 판매하는 팝업 행사를 진행했다.

떡의 인기는 매출 증가로 이어졌다. GS25의 이달 1~13일 떡류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56배로 늘었다. CU와 세븐일레븐도 각각 351.5%, 254% 증가했다.

백화점에서도 팝업스토어를 중심으로 떡의 매출 신장률이 두드러지고 있다. 롯데백화점의 9월 떡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본점에서 460%, 잠실점에서 500% 각각 증가했다. 롯데백화점은 본점에 생과일 찹쌀떡 브랜드 ‘한정선’을 입점시켰고, 잠실점에서는 한정선 팝업스토어를 운영했다. 이달 9일부터 15일까지는 전국 8개 떡 브랜드가 참여한 ‘전국떡지순례2’ 팝업스토어도 선보였다.

같은 기간 현대백화점의 떡 브랜드 매출도 전체 점포 기준으로 250.3% 증가했다. 유명 떡집 팝업을 선보인 더현대 서울은 361.4% 늘었다. 더현대 서울에서는 지난달 방배동 ‘구름떡집’을 비롯해 ‘자이소’, ‘송월향’ 등 유명 떡 브랜드의 팝업을 잇달아 선보였다. 지난 8월 창억떡 등이 참여한 팝업 행사에는 일주일간 1만명 이상의 고객이 방문했다. 백화점 개점 전인 오전 6시 30분부터 대기 행렬이 형성됐고, 개점 무렵 대기 등록만 700팀을 넘어섰다.

떡류 국내판매액 1조원 육박…수출도 역대 최대

떡 산업의 규모는 꾸준히 커지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식품 생산실적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떡류 국내판매액은 약 9624억원으로 4년 전인 2021년(7649억원)보다 25.8% 증가했다. 떡류 제조업에서 사용하는 쌀의 양도 크게 늘었다. 국가데이터처의 ‘2025년 양곡소비량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떡류 제조업의 쌀 소비량은 26만4915톤으로 전년(19만9766톤)보다 32.6% 증가했다. 지난해 전체 식료품·음료 제조업의 쌀 소비량 가운데 떡류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4.9%로, 관련 업종 중 가장 높았다.

떡 소비도 느는 추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국가데이터처 가계동향조사를 분석한 ‘2026년 2분기 가구의 가공식품 지출 현황과 특징’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가구당 월평균 떡 지출액은 52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6% 증가했다. 같은 기간 아이스크림(6.7%), 식빵 및 기타빵(6.6%), 한과 및 기타과자(6.4%), 케이크(4.7%) 등 다른 주요 디저트 품목의 지출 증가율을 웃도는 수준이다.

해외에서도 한국 떡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떡류 수출액은 1억750만6000달러로 전년 대비 17.6% 증가해 사상 처음으로 1억 달러를 넘어섰다. 4년 전인 2021년(6585만3000달러)과 비교하면 63.3% 늘어난 규모다. 올해 1~8월 누적 수출액 또한 7102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8% 늘면서 역대 최대치를 경신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 강남구청에서 열린 추석맞이 직거래 장터에서 시민들이 떡을 구매하고 있다. [연합]
서울 강남구청에서 열린 추석맞이 직거래 장터에서 시민들이 떡을 구매하고 있다. [연합]

시장 커지는데 동네 떡집은 감소세…지속 성장은 과제

관건은 최근의 인기가 일시적인 유행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소비로 이어질 수 있느냐다. 떡 산업의 전반적인 성장세와 달리 영세한 동네 떡집은 감소하고 있다는 점에서 업계의 고민도 깊다. 한국떡류식품가공협회에 따르면 전국 떡집은 2024년 약 2만개에서 2025년 1만9100개, 2026년 1만8000개로 줄었다. 2년 새 2000여개의 매장이 감소한 셈이다. 피자설기나 과일 찹쌀떡처럼 새로운 수요가 생겼지만, 백일·돌 등 경조사에 이뤄졌던 대량 주문 수요는 줄어든 영향으로 파악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열풍이 떡의 소비층을 넓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신우솔 영도다리떡방 대표는 “빵에 비해 떡은 명절에나 먹는 음식으로 외면받아 왔고, 다른 디저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변화와 발전이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라며 “유행이라는 이유만으로 소비되는 제품이 아니라 맛과 품질로 인정받아 고객들이 다시 찾는 제품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기회를 발판 삼아 떡을 더 다양하게 발전시켜 떡이 세계 시장에 자랑스럽게 역수출할 수 있는 K-디저트로 성장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박진철 모던아트 대표는 “단순한 유행을 넘어 전통 디저트 시장이 새로운 소비층을 만나고 있는 변화라고 생각한다”며 “맛뿐 아니라 비주얼과 재미, 경험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의 소비 트렌드와 떡이 잘 맞아떨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도 전통 떡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접목한 상품들이 K디저트 시장의 한 축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떡 산업의 성장을 위해선 생산·유통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경배 한국전통떡류식품산업연합회장은 “현재 떡 업체들은 대부분 영세 소상공인에 속하다 보니 사업을 확장하는 데 상당히 위축돼 있다”며 “법적으로 지원하는 부분이 있더라도 실제 지원은 미미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육체노동을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만큼 앞으로는 AI(인공지능)나 로봇 등 자동화 시스템에 대한 지원책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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