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개 성분 최다 출시에도 불구하고 국내 침투율 33% 꼴찌
셀트리온·삼성바이오에피스 해외 매출 비중 90% 넘어
건보 절감 오리지널 약가 연동 치중…수가 신설 시급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으나, 정작 국내 의료 현장에서는 시장 침투율이 주요국 중 최하위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오시밀러 처방 전환을 유도할 경제적·제도적 유인이 부족해 건강보험 재정 절감 효과를 온전히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바이오협회가 최근 발간한 ‘바이오시밀러 사용 활성화 방안’ 정책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분석 대상 13개 바이오의약품 성분 모두에 바이오시밀러가 출시돼 주요 12개국 중 가장 많은 성분이 시장에 진입했다.
그러나 2025년 3분기 기준 국내 바이오시밀러의 평균 시장 침투율은 33.1%에 불과해 비교 대상 12개국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영국(80.1%), 이탈리아(74.1%) 등 유럽 주요국은 물론 일본(58.2%), 미국(44.9%)에도 크게 뒤처지는 수치다.
1위를 기록한 뉴질랜드(83.6%)의 경우 출시 분석 성분이 4개에 불과해 단순 비교에 한계가 있으나, 뉴질랜드를 제외하더라도 한국(33.1%)은 직전 순위인 미국(44.9%)보다 10%포인트 이상 낮았다.
한국은 13개 성분이 모두 출시됐지만 토실리주맙 성분이 분석 기간 내 데이터 미반영으로 제외돼 12개 성분을 기준으로 침투율이 산출됐다. 출시 후 1년(4분기) 기준 평균 침투율 역시 11.4%로 12개국 중 10위에 그쳤으며, 1년 내 침투율 50%를 넘긴 성분은 단 하나도 없었다.
이 같은 안방 시장의 정체는 국내 대표 바이오시밀러 기업들의 실적 구조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에피스홀딩스의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는 2026년 상반기 전체 매출 8470억원 중 94.0%에 달하는 7964억원을 해외에서 거둔 반면, 국내 매출은 506억원(6.0%)에 그쳤다.
셀트리온 역시 올 상반기 연결 재무제표 주석상 국내·해외 매출 구분 기준으로 전체 2조5387억원 가운데 해외 매출이 2조3262억원으로 91.6%를 차지했으며, 국내 매출은 2125억원(8.4%)에 불과했다.
셀트리온의 국내 매출에는 케미컬 의약품(상반기 사업부문 매출 약 1420억원)이 상당 부분 포함된 것으로 보여 실제 바이오시밀러 단독의 내수 비중은 더욱 낮을 가능성이 있다. 글로벌 무대에서 조 단위 성과를 내는 K-바이오 주역들이 정작 국내 시장에서는 한 자릿수 매출 비중에 묶여 있는 셈이다.
보고서는 바이오시밀러 도입으로 거둔 건보 재정 절감 효과 역시 처방 확대보다는 오리지널 약가 인하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고 짚었다.
바이오시밀러가 출시된 12개 성분의 2025년 약품비는 약 1조1507억원으로, 바이오시밀러 미도입 시 예상액(1조7006억원) 대비 약 5499억원이 절감됐다.
하지만 이 중 87.1%에 달하는 4787억원은 바이오시밀러 진입에 따라 오리지널 의약품 약가가 연동 인하되면서 발생한 것이었으며, 실제 환자가 바이오시밀러로 처방을 바꾼 ‘처방 전환’ 절감액은 712억원(12.9%)에 불과했다.
이 같은 사용 저조는 정부 정책이 R&D와 품목 허가 등 공급 단계에만 집중됐을 뿐, 의료기관과 환자가 바이오시밀러를 선택하도록 이끄는 수요 기반 인센티브가 미흡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현행 처방·조제 약품비 절감 장려금 제도는 일부 약효군(생물학적 제제, 종양용약 등)에 포함된 바이오시밀러 성분이 대상에서 제외돼 있어 의료 현장의 처방 전환 동기가 크지 않은 실정이다.
반면 해외 주요국은 처방 전환에 따른 유인책을 적극 운영하고 있다. 영국은 바이오시밀러 사용으로 아낀 재정의 일부를 의료기관이나 지역 보건서비스에 재투자하는 수익공유 방식을 적용 중이다. 캐나다 온타리오주는 기존 오리지널 사용 환자의 바이오시밀러 전환을 지원하는 의사에게 환자 1인당 최초 1회 61.20캐나다달러, 약사에게는 1회성 지원 수수료 15캐나다달러를 지급한다. 일본 역시 바이오시밀러 최초 처방 및 환자 설명 시 최대 3개월간 월 1500엔(약 10달러)의 가산 수가를 책정하고 있다.
보고서는 국내에서도 의료기관 대상 ‘고비용 바이오의약품 약품비 절감 장려금’, 의료진의 행위를 보상하는 ‘처방전환 설명 장려금’, 환자 혜택을 위한 ‘약품비 절감 환자 장려금’ 제도를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해당 정책별 시나리오 추정치에 따르면 제도 도입 시 향후 5년간 적게는 3945억원(약품비 절감 장려금)에서 많게는 4117억원(환자 장려금)의 건강보험 약품비를 추가로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일률적인 가격 인하 방식은 제약기업의 수익성 악화와 개발 유인 저하를 부를 수 있어 약가 조정에 따른 품목 철수와 공급 불안 가능성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료진의 처방 전환에 수반되는 설명·상담 업무를 보상하고 기존 약품비 절감 장려금 제도 내 제외 약효군을 개선하는 등 실제 처방과 사용 확대를 견인하는 정책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silverpap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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