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를 기원하며 물 뿜는 멀라이언
샌즈 호텔 200m 상공서 본 풍경
인공 거목이 펼치는 빛의 오페라
몽환적 해파리와 바다 풍경 식당
옛 부두에 들어선 낭만적인 거리
[헤럴드경제(싱가포르)=김명상 기자] 사방을 바다가 에워싼 동남아시아의 작은 섬은 스스로를 벼리고 다듬어 대륙과 해양을 잇는 거대한 관문으로 거듭났다.
첨단 건축과 정교하게 가꾼 녹지가 정밀한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싱가포르의 공기는 단단한 규율로 채워진다. 씹던 껌이나 쓰레기를 길바닥에 버리는 행위도 무거운 벌금으로 다스리는 ‘파인 시티(Fine City)’의 엄격함은, 역설적으로 여행자에게 안전함을 선사하며 자유롭게 도시를 활보하게 만든다.
멀라이언의 염원과 수직의 랜드마크
싱가포르 본섬 남부 도심의 수변 구역, 마리나 베이에 도착하자 거친 물소리가 귓전을 울린다. 물고기의 몸에 사자 머리를 얹은 상상의 동물, 멀라이언이 내뿜는 소리다. 마천루를 병풍처럼 두른 석상 앞에서 여행자들은 손바닥을 펴거나 입을 벌려 쏟아지는 물줄기를 받아내는 유쾌한 착시 사진을 남기느라 여념이 없다.
멀라이언 석상은 단순한 분수 조형물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석상이 해가 떠오르는 동쪽을 향한 것은 번영을 부르기 위함이고, 쉼 없이 뿜어내는 물줄기에는 부(富)의 끊임없는 순환을 바라는 풍수적 염원이 담겨 있다. 그 바람이 하늘에 닿은 까닭일까. 싱가포르는 뉴욕·런던·홍콩 등과 함께 세계 최상위권 금융 허브로 자리 잡았고, 지난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0만 달러를 웃도는 부국으로 우뚝 섰다.
시선을 돌리자 세 동의 호텔 타워 상단에 거대한 유선형 배를 얹은 듯한 형태의 마리나 베이 샌즈의 위용이 한눈에 들어온다. 한국 쌍용건설이 시공한 이 호텔의 상층부에는 도시를 내려다보는 전망대가 있다.
초고속 엘리베이터에 몸을 싣자, 불과 수십 초 만에 지상 200m 허공의 스카이파크 전망대로 솟구쳐 오른다. 이곳에 서자 싱가포르의 치밀한 설계도가 발아래로 펼쳐졌다. 서쪽으로는 금융지구의 빌딩들이 은빛 숲을 이루고, 다른 쪽으로는 잔잔한 해협 위에 화물선과 유조선이 바둑판의 검은 돌처럼 점점이 떠 있다. 바다 위 무수한 상선들은 이 작은 도시가 왜 세계의 돈과 물자가 모이는 교차로인지 알려준다.
18그루의 인공 거목과 빛의 공연
마리나 베이 샌즈의 거대한 그림자를 벗어나 뒤편으로 걸음을 옮기면, 초록의 숨결이 가득한 ‘가든스 바이 더 베이’가 눈앞에 펼쳐진다.
‘정원 속의 도시’를 향한 싱가포르의 담대한 야심이 빚어낸 이 거대한 초록빛 시설의 백미는 단연 허공을 향해 치솟은 인공 수직정원 ‘슈퍼트리’다. 25m에서부터 최고 50m에 이르는 18그루의 거목 군락은 거인족의 숲에 발을 들인 듯한 비현실적인 기분을 선사한다. 콘크리트와 강철로 세운 뼈대에는 200품종 이상, 16만 포기가 넘는 양치식물, 난초, 열대 덩굴식물 등이 자라며 차가운 인공 구조물에 푸른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슈퍼트리 18그루 중 가장 웅장한 50미터 나무의 상단에는 사방이 360도로 열려 있는 ‘슈퍼트리 전망대’가 자리한다. 최상층 야외 원형 데크에 발을 디디면 시야를 가로막는 기둥이나 유리벽 하나 없이 열대의 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마리나 베이 주변 전경을 한눈에 품을 수 있다.
황혼이 물러가면 슈퍼트리는 거대한 빛의 축제장으로 변신한다. 매일 밤 오후 7시 45분과 8시 45분에 시작되는 조명 쇼 ‘가든 랩소디’가 막을 올리면 은은한 선율을 타고 형형색색의 불빛이 슈퍼트리를 수놓는다. 잔디밭에 돗자리를 펴거나 아예 맨땅에 드러누운 채 쏟아지는 빛의 소나기를 올려다보는 관객들의 눈에도 공연 내내 반짝임이 번진다.
가든스 바이 더 베이 내부에 자리한 유리 돔 ‘클라우드 포레스트’는 열대 고산 숲을 도심 한복판에 옮겨놓은 온실이다.
이곳에 들어서면 35m 높이의 인공 산에서 쏟아지는 폭포수가 굉음을 토해낸다. 엘리베이터로 상층부에 오른 뒤 나선형 공중 보행로를 따라 산허리를 돌아 내려오는 동안 발아래로는 7만 2000여 그루의 울창한 식물 군락이 펼쳐져 산속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준다.
특히 영화 ‘쥬라기 월드’와 손잡고 꾸민 특수 로봇 조형물 구역은 원시림의 감각을 배가한다. 고대 식물 사이로 8.5m 높이의 브라키오사우루스가 긴 목을 뻗고, 실물 크기로 움직이는 티라노사우루스가 위압감을 더한다. 도심 식물원이 선사하는 생태적 서사에 대중적 몰입감을 더한 영리한 기획력이 돋보이는 구성이다.
풍수와 과학이 빚은 ‘공중 파노라마’
마리나 베이 북동쪽 수변에는 최고 높이 165m에 달하는 거대한 회전 바퀴 ‘싱가포르 플라이어’가 있다. 마리나 베이 샌즈에서 보는 전망이 높은 곳에서 아래로 향하는 짜릿한 낙하감을 선사한다면, 이곳은 지상에서 상공까지 천천히 고도를 높여가며 도시의 전경을 층층이 펼쳐 내는 여유로움을 선사한다.
2008년 완공된 이 관람차는 풍수지리적 계산이 스며든 건축물로도 유명하다. 개장 초기에는 관람차가 바다를 향해 회전했으나, 도시의 부와 행운을 바다로 흘려보낸다는 풍수학자들의 우려가 나오자 관람차의 회전 방향을 반대로 바꿨다. 바다에서 피어오른 번영의 생기를 도심 안쪽으로 끌어안겠다는 의미였다. 또한 싱가포르 플라이어에 매달린 탑승 캡슐은 총 28개이며, 각 캡슐의 최대 탑승 인원 역시 28명이다.
현지 해설사는 “숫자 2(二)는 광둥어로 ‘쉽다(易)’, 숫자 8(八)은 ‘돈을 번다(發)’는 단어와 발음이 통하기 때문에 ‘쉽게 부를 일군다(易發)’는 번영의 의미가 깃들어 있다”고 설명했다.
초당 0.24m로 유영하듯 움직이는 캡슐 안은 마치 무중력의 방에 든 듯 평온하게 움직인다. 30여 분 동안 이어지는 고요한 이동 속에서 발아래로는 마리나 베이 샌즈와 가든스 바이 더 베이가 펼쳐진다. 시야가 맑은 날에는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쪽 육지까지 바라볼 수 있다. 육지와 해양의 경계를 품어 안는 30분의 시간은, 지상에서 가장 낮은 곳을 비행하는 우주 유영처럼 여행자의 마음에 깊은 여운을 남긴다.
바닷속 풍경과 옛 부두의 밤빛
화려한 마천루를 뒤로하고 남쪽 센토사섬으로 향하면 바다의 심연을 담아낸 ‘싱가포르 오셔나리움’이 기다린다. 수족관 안 ‘오션 원더스’에 들어서면 거대한 원형 수조 내부를 가득 채운 해파리가 보인다. 투명한 우산 모양의 몸을 오므렸다 펴는 보름달물해파리들은 상승과 하락을 반복한다.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에 들어선 듯한 몽환적인 광경이 발걸음을 쉽게 떼지 못하게 만든다.
유리로 된 해저 터널에 들어서면 샌드타이거상어와 독특한 T자형 머리의 홍살귀상어가 관람객 머리 위를 소리 없이 가로지른다. 수조 너머를 헤엄치는 대형 어류를 마주할 때마다 휴대폰을 치켜든 이들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 나온다.
수족관 내부의 ‘오션 레스토랑’은 거대한 통유리 너머로 해양생물이 유영하는 수조를 바라보며 식사하는 공간이다. 방금 전 유리 터널에서 헤엄치던 상어는 물론, 만타가오리가 날개를 펼치듯 우아하게 지나가는 모습에 눈앞의 메뉴마저 잠시 잊게 된다.
바다의 고요에서 벗어나 차로 7분 거리인 임비아 룩아웃 언덕에 오르면 중력을 이용해 트랙을 질주하는 ‘스카이라인 루지’가 기다린다. 페달 없이 핸들과 브레이크만으로 제어하는 단순한 구조지만, 노면의 마찰을 온몸으로 느끼며 급커브를 돌아나갈 때의 스릴이 일품이다. 스피드를 즐기며 도착점에 이르면 긴장감은 곧 청량한 해방감으로 변한다.
어스름이 걷히고 밤의 장막이 내리면 싱가포르강을 품은 수변 문화 거리 ‘보트 키’(Boat Quay)가 인파로 북적인다. 19세기 중반, 가난한 이민 노동자들이 곡물과 향신료 포대를 나르며 굵은 땀방울을 떨구던 화물 부두가 도심 정화와 재생을 거쳐 지금의 모습으로 거듭났다. 건물의 원형을 간직한 매장의 야외 테라스마다 맥주잔을 부딪치며 웃음을 터뜨리는 여행자들의 온기가 차가운 밤공기를 부드럽게 덥힌다. 촘촘한 질서와 규율로 직조된 도시국가가 비로소 긴장을 풀고 자유로운 얼굴을 드러내는 순간이다.
싱가포르 ‘여행 꿀팁’은?
싱가포르의 주요 명소를 짧은 시간 동안 효율적으로 둘러보고 싶다면 공신력 있는 추천 리스트를 참고하면 도움이 된다.
그 중 트립닷컴의 ‘트립.베스트(Trip.Best)’는 이용자 평점과 후기, 검색·예약 통계, 수요와 판매 실적 등을 종합하고 서비스 품질과 시설의 특징을 분석한 빅데이터 지표다. 올해 10월 기준 트립.베스트의 정상에는 테마파크 ‘유니버설 스튜디오 싱가포르’가 올라와 있으며, 2위는 초록의 생태를 품은 ‘가든스 바이 더 베이’, 3위는 바닷속 풍경을 담은 ‘싱가포르 오셔나리움’이 리스트업 됐다.
그 외 인기 순위는 트립닷컴 앱에서 확인할 수 있다.
terr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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