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3개월 새 유종별 배럴당 17~27달러 상승
한전 부채 210조원…사채 발행 한도 축소에 자금난 우려
가스공사 민수용 미수금 14조원·총부채 40조원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국제유가가 배럴당 117달러를 넘어서며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원유 수입가격이 1년 전보다 50% 이상 급등한 데다 액화천연가스(LNG) 가격까지 치솟으면서 본격적인 난방철을 앞두고 에너지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원료비 상승이 국내 제조원가와 소비자물가를 밀어 올리는 가운데 전기·가스요금 인상 압박도 커지고 있다.
26일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 23일(현지시간) 글로벌 지표유인 브렌트유 선물가격은 장중 배럴당 117.45달러까지 올랐다. 종가는 전 거래일보다 3.14%(3.55달러) 상승한 116.72달러로, 지난 4월 29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내 정유업계의 주 수입 원유인 두바이유 현물 가격도 배럴당 116.90달러로 상승했고,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는 103.27달러까지 오르며 약 한 달 만에 100달러 선을 넘어섰다. 지난 7월 22일과 비교하면 3개월 만에 브렌트유와 두바이유, WTI 가격은 유종별로 16~27달러가량 상승했다.
국제유가 변동이 통상 2~3주의 시차를 두고 국내 주유소 가격에 반영되는 점을 감안하면, 다음달 초부터 휘발유와 경유 가격의 추가 상승 압력이 커질 전망이다.
LNG 가격도 상승세다. 세계 주요 LNG 생산국인 카타르의 생산 차질과 호르무즈 해협 통항 불안으로 공급이 줄어든 가운데, 겨울철 난방 수요 증가를 앞둔 유럽과 아시아의 LNG 확보 경쟁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
동북아 LNG 가격 지표인 JKM 12월물 선물가격은 지난 19일 MMBtu당 30.010달러를 기록했다. 30달러를 넘어선 것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한창이던 2022년 12월 이후 약 3년 10개월 만이다. 지난달 21일과 비교해도 한 달 새 13.7% 올랐다.
로이터에 따르면 해운정보업체 케이플러는 지난달 카타르의 LNG 수출량을 약 160만t으로 추산했다. 전쟁 이전 월평균 수출량의 4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달 수출량은 약 60만t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 3월 이란의 미사일 공격으로 카타르 라스라판 산업단지 내 생산시설이 피해를 입으면서 전체 LNG 수출능력의 약 17%가 영향을 받았고, 일부 설비 복구에는 3~5년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에너지 수입가격 급등의 충격은 이미 수입물가 지표에 반영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9월 원유 수입가격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54.4% 상승했다. 원화 기준 수입물가 상승에 대한 기여도가 큰 품목에도 원유와 LNG, 나프타, 유연탄 등이 포함됐다. 에너지와 핵심 원자재 가격 상승이 제조업 원가 부담을 키우고 소비자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 큰 부담은 겨울철 난방비와 전기요금이다. LNG 수입단가가 오르면 도시가스 원료비 부담이 커지고, 발전 연료비 상승은 전력 생산원가를 끌어올린다. 원가 상승분을 요금에 반영하지 못하면 공기업의 손실과 부채가 늘어날 수 있다.
한국전력은 이미 막대한 부채와 이자 부담을 안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연료비가 급등했지만 전기요금 인상이 억제되면서 한전의 부채는 200조원을 넘어섰다. 올해 상반기 총부채는 210조7000억원, 차입금은 약 133조원으로 하루 이자비용만 115억원에 달한다.
국회미래연구원도 지난해 12월 보고서에서 당시 전기요금 동결 기조로 연료비 상승 부담이 한전에 전가되면서 심각한 재무 위기가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한전과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정부가 한전의 사채 발행 한도를 자본금과 적립금 합계의 최대 5배까지 확대해준 특례는 내년 말 종료될 예정이며, 2028년부터는 한도가 다시 2배로 축소된다. 올해 상반기 한전의 사채 발행 잔액이 71조5000억원에 이르는 상황에서 사채 발행 한도 축소는 추가적인 자금 조달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산업용 전기요금 지역별 차등제도 일부 지역의 요금 인하로 이어질 경우 한전의 수익성을 압박하는 변수가 될 수 있다.
한전의 재무 부담은 전력망 투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반도체와 피지컬 인공지능(AI), AI 데이터센터 등 전력 수요가 큰 첨단산업을 육성하려면 대규모 전력망 투자가 필요하지만, 자금난이 심화하면 전력망을 제때 구축하는 데 차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가스공사 역시 사정이 다르지 않다. 2022년 에너지 위기 당시 가스요금 인상이 억제되면서 민수용 미수금이 약 14조원까지 누적됐고, 총부채도 40조원에 이른다.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요금 인상을 억제하면 공기업의 재무 부담이 커지고, 반대로 원가를 반영하면 가계와 기업의 에너지 비용이 늘어나는 딜레마가 반복될 수 있다.
osky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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