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내년 시행 앞서 ‘과세공백’ 보완 추진
정보교환 조항·신고의무 강화 등 무산 될듯
靑 추가 유예 배경엔 이용자간 과세 형평성
재경부·거래소간 후속 논의에도 영향 전망
해외 가상자산 거래에 대한 신고의무 강화까지 검토하며 내년 과세 시행을 준비해온 정부가 청와대의 추가 유예 검토로 한발 물러서는 모습이다. 미국과의 거래정보 교환 공백에 따른 과세 형평성 문제가 유예 명분으로 거론되지만, 정부는 앞서 신고제도 보완과 조세조약상 정보교환 등을 통해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국회에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과세 인프라 문제에 더해 청년 투자자들의 반발을 의식한 정치적 판단이 더 크게 작용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靑, 코인 과세 추가 유예 검토=26일 정치권에 따르면, 청와대 관계자는 전날 “가상자산 소득 과세를 2년 정도 더 늦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상자산 과세는 양도·대여로 발생한 연간 소득에서 기본공제 250만원을 뺀 금액에 세율 22%(지방소득세 포함)를 적용한다. 2020년 12월 소득세법 개정에 따라 2022년부터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과세 인프라와 투자자 보호 제도 미비 등을 이유로 세 차례 유예됐다. 내년 시행도 미뤄지면 네 번째 유예가 된다.
청와대의 추가 유예 검토 배경으로는 국내외 거래소 이용자 간 과세 형평성 문제가 꼽힌다. 내년부터 가상자산 거래정보를 국가 간 자동으로 교환하는 암호화자산 보고체계(CARF)가 가동되지만, 미국은 2029년부터 참여할 예정이어서 당분간 미국 거래소 이용자의 거래정보 확보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국내 거래소 이용자에게 상대적으로 세 부담이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 배경이다.
▶정부 과세 준비, 靑 유예 명분과 온도 차=그러나 이는 정부가 그동안 국회에 설명한 과세 준비 상황과 온도 차가 있다. 본지가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를 통해 입수한 ‘과세 쟁점별 대응방안’ 자료에 따르면, 미국과의 거래정보 교환 공백에 대해 “2028년 정보는 확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며, 2027년 정보는 한미 조세조약의 정보교환 조항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CARF는 전년도 거래 자료를 이듬해 교환하는 구조인 만큼, 미국이 예정대로 2029년부터 정보교환에 나서면 2028년 거래 자료부터 확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과세 시행 예정 첫해인 2027년 거래에 대해서도 보완 수단을 제시했다. CARF 시행 전이라도 탈세 혐의를 특정할 수 있는 한국 거주자에 대해서는 미국 과세당국에 정보를 요청할 수 있는 조세조약상 근거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해외금융계좌 신고제도를 활용한 대응 방침도 밝혔다. 가상자산 소득을 신고하지 않거나 축소 신고한 혐의자를 분류해 신고 내용을 검증하는 등 성실 신고·납부를 유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필요하면 해외금융계좌 신고 시 가상자산 관련 신고의무를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보고했다. 미국과의 자동 정보교환이 늦어지더라도 조세조약과 신고제도 보완을 통해 과세 공백에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이다.
▶청년층 반발에 여론 부담=이 때문에 추가 유예 검토에는 과세 인프라 문제뿐 아니라 투자자들의 반발을 의식한 정치적 판단이 더 크게 반영됐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5월과 8월 가상자산 과세 유예 또는 폐지를 요구하는 국민동의청원이 잇따라 올라왔고, 두 청원 모두 5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 국회 심사 요건을 충족했다. 가상자산 투자 비중이 높은 청년층의 반발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과세 시행에 따른 여론 부담을 고려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국회 검토보고서도 청년층의 자산 형성에 미칠 영향을 주요 쟁점으로 다뤘다. 국회 재경위는 보고서를 통해 가상자산 시장의 하락세와 높은 청년층 투자 비율을 고려할 때 과세 시행이 시장을 추가로 위축시키고 청년층 자산 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거래소를 가장 많이 이용하는 연령대는 2023년부터 줄곧 30대였다. 다만 가상자산 시장을 정책적으로 부양할 필요가 있는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짚었다.
특히 내년 발생한 소득에 대한 첫 신고·납부 시점이 2028년 5월로, 총선 직후라는 점도 정치적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시장 하락으로 손실을 본 20~40대 투자자가 적지 않고, 손실을 만회하려 주식·레버리지 상품으로 옮겨가거나 추가 대출을 활용했을 가능성도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과세를 강행하면 조세 저항이 커지면서 청년층 민심과 지지율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무 준비서 유예 후 보완으로=청와대가 추가 유예 검토에 나서면서 재정경제부와 거래소 간 후속 논의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앞서 재경부는 20일 권대영 1차관 주재로 국내 5대 원화 거래소 대표와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닥사), 학계·법조계 전문가 등이 참석한 간담회를 개최한 바 있다. 현장에선 과세 기준과 거래정보 확보 등 세부 쟁점을 논의하기 위해 실무진 간 워킹그룹을 구성해달라는 방안도 거론됐다.
후속 논의에선 손실 이월공제 허용 여부도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업계는 당시 간담회에서 손실 이월공제 등을 검토해달라는 입장을 전달한 바 있다.
거래 유형별 과세 기준을 명확히 하는 것도 주요 과제로 꼽힌다. 가상자산 거래 방식이 다양해지면서 양도·대여 중심의 과세 체계로는 스테이킹 보상과 탈중앙화금융(DeFi) 수익, 가상자산 간 교환 등 다양한 거래 구조를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 한 업계 관계자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2단계 입법 논의와 맞물려 거래 유형별 법적 성격과 규율 체계를 정리하고, 이에 맞춰 과세 기준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혜림·경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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