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컨선 주문하는 한국 중견 해운사들

중동 전쟁 여파에 저렴한 중국산 선박 선택

업계선 ‘해양 생태계’ 유지 필요성 제기

美·日은 자국 발주 물량 정부가 확보

중국 현지 조선소 전경. [게티이미지]
중국 현지 조선소 전경. [게티이미지]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글로벌 선박 주문 ‘중국 쏠림’이 심화하는 가운데 올해 들어 국내 중형 해운사들마저 중국을 선택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국내 조선소 포화 및 가격 경쟁에 따른 해운사들 판단이지만, 일각에선 국내 생태계 유지를 위해 자국 발주를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9일 외신 등에 따르면 중국 국영 조선기업인 중국선박공사(CSSC) 산하 황푸원충 조선소는 최근 국내 중견 해운사인 고려해운으로부터 3100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 6척을 수주했다. 구체적인 계약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다. 고려해운이 중국 조선소에 선박을 발주한 것은 1950년 설립 이래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해운사가 중국 조선소에 선박을 발주하는 것은 업계에서 사실상의 금기로 여겨졌다. 글로벌 조선 시장에서 양국의 경쟁 관계나 안보 문제 등을 고려해서다. 그러나 올해 들어선 중견 해운사를 중심으로 이런 사례가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다.

국내 중견 해운사 CK라인도 지난 8월 황푸원충 조선소에 6400TEU급 컨테이너선 2척과, 추가 2척 옵션 계약을 포함한 계약을 체결했다. 총 계약 규모는 3억2000만달러(약 4800억원)로 추정됐다. 흥아해운은 지난 6월 CSSC 산하 우창조선공업에 화학제품운반선 3척을 1억5200만달러(약 2280억원)에 발주했다.

이는 포화 상태인 국내 조선사들의 생산 시설과 가격 경쟁 등이 맞물린 결과다. 선박 발주가 수년 새 집중적으로 이뤄지면서 국내 조선사들은 친환경 선박 등 고가 물량을 선별 수주하는 반면, 중국 조선사들은 상대적으로 저가인 컨테이너선 주문까지 물량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영국 조선 시황 전문기관 클락슨리서치는 올해 상반기 이뤄진 컨테이너선 주문 388척 가운데 약 80%를 중국이 수주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에 국내 조선사들로선 컨테이너선 수주 쏠림이 당장 수익성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조선 업계 한 관계자는 “조선소들 슬롯이 당장 고가 선박들로 4~5년 뒤 물량까지 차 있다 보니 주문을 현실적으로 받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주문을 받지 못한다기보단 공급자가 우위인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동시에 국내 해운사들은 중동 전쟁 이후 저렴한 수주처를 찾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전쟁 보험료가 치솟고, 유가 상승으로 연료비 부담까지 커지면서다. 한국해운협회는 전쟁 초기 호르무즈 해협에 선박이 묶인 중소 조선사들이 부담한 일일 손실만 6억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다만 일각에선 해양 업계 생태계 유지를 위해 ‘자국 발주’ 물량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표적으로 미국 정부는 국가 비상 상황에 투입하는 전략상선을 자국에서 건조할 경우 건조비 75%를 지원한다. 일본도 자국 해양 생태계를 살리는 취지에서 자국 조선소 건조 물량을 10년간 2배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양종서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객원교수는 “수익성을 추구해야 하는 기업들 입장을 고려하면 민간 상선까지 자국 발주를 요구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안보 문제를 고려하면 미국과 같이 정부에서 비상시에 투입할 전략선만이라도 자국 발주하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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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