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처분 신청 등 법적 분쟁 가능성도…공사지연도 제기

한국수력원자력과 대우건설-두산에너빌리티 컨소시엄의 체코 두코바니 원전 사업 시공 계약 협상이 난항 끝에 29일 결렬됐다. 업계에서는 팀코리아 결성 후 8년간 호흡을 맞춰온 핵심 시공사를 우월적인 지위를 통해 교체하는 것이 맞냐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체코 신규원전 예정부지 두코바니 전경.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한국수력원자력과 대우건설-두산에너빌리티 컨소시엄의 체코 두코바니 원전 사업 시공 계약 협상이 난항 끝에 29일 결렬됐다. 업계에서는 팀코리아 결성 후 8년간 호흡을 맞춰온 핵심 시공사를 우월적인 지위를 통해 교체하는 것이 맞냐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체코 신규원전 예정부지 두코바니 전경.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헤럴드경제=배문숙·서정은 기자]한국 원전 수출의 유럽시장 교두보로 꼽히는 체코 두코바니 원전 사업이 시공계약 협상 결렬로 차질을 빚게 됐다. 한국수력원자력과 대우건설·두산에너빌리티 컨소시엄이 1년 4개월여간 이어온 시공계약 협상을 끝내 마무리하지 못하면서다.

공사비와 설계 변경에 따른 추가 비용 부담을 둘러싼 이견이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정산 문제와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분쟁 가능성도 제기된다. 시공사 선정 작업으로 전체 원전 공정 지연으로 온 타임, 온 버짓(On-Time, On-Budget)도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29일 원전업계에 따르면 한수원과 대우건설 컨소시엄은 공사비와 주요 계약조건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한수원이 대우건설에 당초 입찰금액보다 10% 이상 낮은 수준으로 시공비를 조정할 것을 요구했고, 감액 규모는 1조원을 웃도는 것으로 거론된다. 양측은 실무협상과 이견조정위원회, 경영진 협상까지 진행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양측의 최대 쟁점은 공사비 산정 및 계약 방식이었다. 한수원은 UAE 바라카 원전과 마찬가지로 계약 시 정해진 금액 내에서 시공사가 리스크를 부담하는 ‘총액확정계약’을 요구한 반면 시공사 측은 향후 상세설계 확정 후 늘어나는 시공 물량에 대해 실비를 정산해 주는 단가 정산 방식을 주장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팀코리아 협력사인 두산에너빌리티(주기기), 한전기술(종합설계) 모두 총액확정계약으로 체결했다”며 “시공계약만 정산 방식으로 체결할 경우 사업비 증가 리스크를 한수원이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고 반박했다.

또 한수원은 ‘체코 원전 저가 수주에 따른 시공비 후려치기’ 의혹에 대해 두코바니 5·6호기 계약금액(약 27조 원)은 UAE 바라카 원전(2개 호기 기준) 대비 2.62배(물가반영 시 1.68배), 국내 신한울 3·4호기 대비 2.4배 수준으로 시공비 역시 선행 프로젝트 대비 높은 수준이라는 반박했다.

미국 웨스팅하우스와의 지식재산권 분쟁 타결(SA)에 따른 지급 비용도 기존 사업비 내 재원 조정을 통해 충당하는 만큼 시공비 삭감 압박 요인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한수원이 이 시점에 전격적으로 협상 결렬을 선언한 것은 체코 발주사(EDUⅡ)와의 약속 및 양국 정부 간 일정과 맞물려 있다. 발주사는 당초 전체 공정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도록 지난 9월 말까지 시공계약 체결을 끝내라고 요구해 왔다.

이에 한수원은 이달 초 열린 한·체코 고위급 공식 채널인 ‘제3차 이행점검협의체(DSC)’에서 “10월 말까지 협상을 타결짓지 못하면 최종 종료하겠다”는 시한을 양국 정부에 공유했고, 결국 약속한 기한에 맞춰 결단을 내렸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원전업계에서는 산업통상부가 한수원에 협상시한을 준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높다.

한수원은 2027년 7월 새 시공사 계약 체결을 목표로 국가계약법에 따른 공개경쟁입찰 준비에 착수했다.

이에 대해 대우건설은 2024년 1월 원청사가 제출한 단가를 그대로 수용하는 한편, 사업 현실을 감안한 수정안도 제출했다고 밝혔다. 공사비 총액계약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방식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반박했다. 세계 최초로 건설되는 APR1000 모델의 설계 과정에 관여할 수 없는 단순 시공사에 설계 변경에 따른 물량 증가분까지 과도하게 부담하도록 하는 것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대우건설은 수주 단계부터 시공주관사로 참여했다. 시공 분야 참여 비중은 대우건설 55%, 두산에너빌리티 45%로 알려졌다.

원전 및 건설업계에서는 2018년 팀코리아 결성 이후 8년간 호흡을 맞춰온 핵심 시공사를 우월적인 지위를 통해 교체하는 것이 맞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기존 시공사와의 공동협력협약 종료에 따른 정산 문제와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분쟁 가능성도 제기된다. 여기에 1년 가까이 소요될 새 시공사 선정 작업이 전체 원전 공정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체코가 팀코리아를 선택한 배경에 온 타임, 온 버짓(On-Time, On-Budget) 실적이 결정적이었기 때문이다.

정부와 한수원에 대한 책임론도 제기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수원이 대우건설에 1조원대 공사비 감액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공공기관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갑질’이라는 비판이 불거질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목소리다. 한수원은 대우건설에 당초 입찰금액보다 10% 이상 낮은 수준으로 시공비를 조정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우건설은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고, 지난 3월에는 한수원이 다른 업체로 시공사를 변경할 수 있다는 취지로 압박했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이후에도 양측은 계약금액에 합의하지 못한 채 협상을 이어왔다.

업계에서는 합리적인 비용 절감 방안을 제시하기보다 계약 체결 권한을 앞세워 시공사에 부담을 떠넘기려 한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하고 있다.


osky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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