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지시로 이란 안보 수장에 접촉
밴스 “협상 재개하려면 핵 논의 필요”
트럼프 “의료 물자 지원 위한 서한” 부인
중간선거 이후 대이란 공격 가능성 주목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이란 강경파 안보 수장에게 협상 재개를 위한 서한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간선거 이후 이란에 대한 대대적인 군사 공격 가능성을 시사한 가운데, 미국이 군사적 압박과 동시에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당국자와 소식통을 인용해 밴스 부통령이 이란의 강경파 인사인 모흐센 레자이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에게 협상 재개를 위한 서한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서한 발송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이란을 상대로 공습 재개 가능성을 여러 차례 언급하며 합의에 나서지 않을 경우 군사적 대응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이번 서한은 이 같은 압박 속에서 협상 가능성을 다시 타진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WSJ에 따르면 서한에는 구체적인 평화안이 담기지 않았으며, 협상 재개를 위한 기본적인 틀을 마련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미국 정치매체 악시오스도 미국 당국자를 인용해 밴스 부통령이 레자이 사무총장에게 서한을 보냈다고 전했다.
밴스 부통령은 서한에서 미국의 재공격을 막기 위한 어떠한 협상에서도 “핵 문제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악시오스는 이번 서한이 최근 수개월 사이 미국이 이란에 전달한 최고위급 제안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당국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 서한에 대해 적극적인 입장”이라고 전했다. 다만 서한이 정확히 언제 전달됐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서한을 받은 레자이 사무총장은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모즈타바 하메네이와 직접 연락할 수 있는 인물로 알려졌다. 밴스 부통령이 직접 레자이 사무총장을 접촉 대상으로 제안했다고 악시오스는 전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서한이 평화협상 재개를 위한 제안이라는 보도를 부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취재진으로부터 밴스 부통령에게 이란과의 평화협상 재개를 지시했느냐는 질문을 받고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밴스 부통령이 이란에 접촉하는 것을 승인했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은 의료 물자와 여러 가지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밴스가 내게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고, 나는 그렇게 하고 싶다면 좋다고 답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본적으로 상황이 좋지 않은 사람들을 돕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이번 접촉은 다음 달 3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이란과의 긴장을 관리하려는 차원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전쟁이 확대될 경우 국제유가가 추가로 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를 고려해 중간선거 이전에는 확전에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그러나 중간선거 이후에는 이란의 태도 변화를 압박하기 위해 단기간 대규모 군사 공격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밴스 부통령의 서한이 실제 협상 재개로 이어질 경우 미국이 군사 공격 대신 외교적 해결을 선택할 가능성도 있다.
이란 내부의 협상 주도권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
WSJ은 레자이 사무총장이 미국과의 협상에 전면적으로 나설 경우 기존 이란 협상 대표단을 이끌어온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과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 등의 입지가 약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레자이 사무총장은 최근 이란의 대외 안보 협의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그는 지난 26일 이란 수도 테헤란을 방문한 사우디아라비아와 파키스탄, 튀르키예의 고위 안보 당국자들과 회동했다.
이들 3개국은 지난 8월 메카 공동방위협정을 체결한 바 있다.
WSJ은 과거에는 이들 국가의 외교관들이 주로 이란을 방문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고위 안보 당국자들이 레자이 사무총장과 직접 회동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레자이 사무총장의 역할이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움직임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란이 핵 문제에서 기존 입장을 바꿀지는 불투명하다.
레자이 사무총장은 지난 21일 “단 한 줌의 농축 핵물질도 이란을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이란의 요구 조건이 충족돼야 미국과 협상할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미국이 핵 문제를 협상 재개의 핵심 조건으로 내세우는 반면 이란은 농축 핵물질 반출을 거부하고 있어 양측이 실제 협상에 나서더라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sj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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