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하려 하지 마”·조기 출근 압박도 괴롭힘 인정

구청 간부의 감봉 취소 청구 기각…“연가 어렵게 하고 개인 생활에 지시”

챗지피티를 활용해 생성한 이미지.
챗지피티를 활용해 생성한 이미지.

[헤럴드경제=이정환 기자]아이를 돌보기 위해 연가를 쓰려는 직원에게 상사가 “남편에게 아이를 보라고 해”라고 말했다. 업무 보고를 하려는 직원에게는 “나한테 설명하려 하지 마”라고 했다. 법원은 이런 발언이 업무상 필요한 지시를 넘어선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강재원 부장판사)는 최근 A씨가 서울시 한 구청장을 상대로 낸 감봉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구청 간부였던 A씨는 부하 직원들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으로 감봉 징계를 받은 뒤 처분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A씨가 업무 보고 중 하급자의 설명을 막은 발언에 대해 “업무 지시가 아니라 직원의 발언 태도를 질책하며 보고나 설명을 차단한 것”이라고 봤다. 이로 인해 직원에게 부당한 압박감이 생기고 업무환경이 위축됐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근태에 문제가 없는 직원에게 “늦게 왔네, 몇 시에 왔어”라고 한 발언도 문제 삼았다. 재판부는 실제 지각을 지적한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출근시간보다 일찍 출근하기를 기대하며 한 말로 해석했다.

자녀 돌봄을 위해 연가를 신청하려는 직원에게 남편에게 아이를 맡기라고 한 발언은 정당한 연가 사용을 어렵게 하고 업무와 무관한 개인 생활에 지시한 것으로 판단했다.

A씨는 부서장으로서 직원들의 반복적인 지시 불이행과 업무 관리 소홀을 바로잡는 과정에서 한 말이며, 일상적인 대화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발언의 내용과 맥락을 고려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직장 내 괴롭힘을 방지해 공직사회 기강을 확립한다는 공익의 중요성을 고려하면 감봉 처분이 비위 행위에 비해 과하다고 볼 수 없다”며 징계 수위도 적정하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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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to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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