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장비·물질 보호 시설 가능성 제기에
트럼프 “10분이면 처리할 수 있다”공언
[헤럴드경제=이정환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분이면 처리할 수 있다”고 말한 이란의 곡괭이산(Pickaxe Mountain)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곡괭이산은 단순한 산이 아니다. 이란 최대 우라늄 농축시설인 나탄즈 핵단지에서 남쪽으로 약 2㎞ 떨어진 지하 터널단지다. 핵 관련 장비나 물질을 숨기고 보호하기 위한 시설일 가능성이 제기되지만, 정확한 용도와 내부에 무엇이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이란에서 “처리해야 할 곳”으로 한두 곳을 꼽으며 곡괭이산을 언급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기존 공습에도 남아 있는 핵 관련 표적 가운데 하나라는 점에서, 이곳은 이란의 핵 능력을 둘러싼 긴장 속에 다시 주목받고 있다.
곡괭이산의 이란어 이름은 ‘쿠에 콜랑 가즈 라’다. 산의 모양이 곡괭이를 닮아 서방에서 붙인 별칭이 널리 쓰인다. 위성사진에는 산의 동서 양쪽에 터널 입구로 추정되는 구조물이 각각 두 곳씩, 모두 네 곳 관찰된다. 산의 해발고도는 약 1608m이며, 일부 공개 분석은 지하 시설이 지표면 아래 80~100m 깊이에 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다만 위성사진으로 내부 구조와 정확한 깊이를 확인하기는 어렵다.
이란이 이곳에 시설을 만들기 시작한 배경으로는 2020년 나탄즈 지상 원심분리기 조립시설의 화재가 꼽힌다. 당시 이란 원자력청장은 나탄즈 인근 산악지대에 더 현대적이고 넓은 시설을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이란은 곡괭이산을 첨단 원심분리기의 생산·조립을 위한 곳이라고 설명해 왔으며, 핵물질 농축은 이뤄지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곳을 주시하는 이유는 지하 시설의 방호력과 핵 프로그램에서 맡을 수 있는 역할 때문이다. 원심분리기와 핵 관련 장비를 지하 깊숙한 곳에 두면 공습으로 파괴하기 어렵고, 향후 농축시설을 구축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 일부가 옮겨졌다는 주장도 있지만 확인된 사실은 아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2025년 이란이 농축도 60% 우라늄 약 440㎏을 보유한 것으로 추산했다. 이 물질은 추가 농축을 거쳐 무기급에 가까워질 수 있다. 그러나 이 비축분이 곡괭이산에 보관돼 있다는 증거는 공개되지 않았다. 오히려 미국 싱크탱크 CSIS는 최근 위성사진 분석에서 공사와 외부 보강이 이어지는 정황은 확인했지만, 해당 시설이 농축 작업을 할 단계에 이르렀다는 증거는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타격이 쉽지 않은 이유는 지질과 깊이다. 곡괭이산은 단단한 화강암 지층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대표적인 관통탄 GBU-57은 콘크리트 약 18m 또는 흙 약 61m를 관통하는 것으로 소개되지만, 이 수치를 화강암 지하 시설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시설의 깊이와 내부 구조도 명확하지 않아 폭탄 한 차례로 단지 전체를 무력화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전문가들은 터널 입구와 환기구, 전력·통신시설, 진입도로를 공격하면 내부 시설을 완전히 파괴하지 않고도 운영을 마비시킬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이는 지하에 있을 수 있는 장비나 핵물질을 제거하는 것과는 다르다. 시설의 실제 용도와 내부 상황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격 효과를 단정하기 어려운 이유다.
트럼프 대통령이 곡괭이산을 거듭 언급하는 것은 이란의 핵 능력을 더는 용인하지 않겠다는 압박이자, 앞선 공격으로 핵 위협을 제거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상징적 표적을 제시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다만 실제 공격 여부와 시점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곡괭이산은 핵시설일 가능성 때문에 중요하지만, 현재 공개된 정보만으로는 그 안에 무엇이 있고 공격이 어떤 결과를 낼지 모두 불확실한 장소다.
atto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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