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성 범죄, 사적 갈등 아닌 공공의 안전 문제로 다뤄야

박정숙 서울시여성가족재단 대표이사
박정숙 서울시여성가족재단 대표이사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 5주년을 맞았다. 2021년 노원 세모녀 살인사건을 계기로 제정됐지만, 여전히 뉴스에는 연일 참혹한 스토킹 범죄 소식이 쏟아지고 있다.

스토킹을 비롯한 관계성 범죄는 연인이나 배우자, 가족 등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폭력과 범죄로 교제폭력과 가정폭력 등이 대표적이다.

가해자가 피해자의 일상과 주거지를 잘 알고 있어 관계를 끊은 뒤에도 위협이 이어질 수 있고, 친밀한 관계인 만큼 벗어나기도 쉽지 않다. 오히려 관계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더 큰 위협에 놓이기도 한다. 이제 관계성 범죄를 사적인 갈등이 아닌 공공이 함께 해결해야 할 안전의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

관계성 범죄는 하나의 형태로 끝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스토킹이 협박과 폭행, 주거침입 등 다양한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

서울시스토킹피해자원스톱지원센터의 현황을 보면 2023년 개소부터 2026년까지 이용자 1300여명 중 전·현 연인 등 친밀한 관계에서 피해를 입은 경우가 69.1%에 달했다. 협박·모욕·공갈 417건, 폭행 255건, 교제폭력 177건 등 피해 유형도 다양하다. 이는 관계성 범죄를 개별 사건만으로 바라봐서는 피해자의 현실을 온전히 이해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문제는 폭력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데 있다. 이별 후에도 감시와 협박이 이어질 수 있고, 보복에 대한 두려움으로 도움을 요청하거나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 피해자도 있다.

이는 피해가 없었다는 뜻이 아니라 관계를 완전히 무너뜨리고 싶지 않은 마음과 불안이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처벌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피해자의 의사를 존중하면서 상담·법률·의료·주거 지원을 연계하는 지속적인 보호 체계가 필요하다.

센터는 이러한 공공 지원의 필요성에 응답하기 위해 경찰과 긴밀한 협력체계를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경찰이 수사와 보호조치를 담당한다면 센터는 피해자의 일상 회복을 위해 심리상담, 의료·법률 지원, 안전한 거처 마련을 위한 이주비 지원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특히 고위험 피해자를 별도로 관리하며 지속적으로 살핀다. 2023년 개소 이후 2026년 9월까지 총 1300여명이 센터를 이용했고, 지원 실적은 1만4000여건에 이른다. 2026년 피해지원 실적은 전년 동기간보다 약 99.2% 증가했는데, 이는 현장의 수요가 여전히 크며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공공의 지원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관계성 범죄는 사소해져서는 안 되며,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보호의 필요성이 사라져서도 안 된다. 피해자의 선택을 존중하되 안전을 포기하지 않고, 사건의 종결을 넘어 일상의 회복까지 책임지는 공공의 지원이 절실하다.

센터는 피해자의 곁에서 든든한 안전망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보호의 빈틈을 메우는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 피해자가 두려움에서 벗어나 일상을 되찾을 때 비로소 공공의 안전도 한 걸음 더 가까워질 것이다.


7toy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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