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는 제2차 국가연구개발 중장기 투자전략을 의결했다. 올해 35.5조 원에서 출발해 5년간 200조 원 이상의 범부처 R&D 재원을 어디에 어떻게 투자할지 제시한 청사진으로, 이를 뒷받침할 예산이 국회 심의를 앞두고 있다. 본 전략은 3대 메가프로젝트 기술 결집 및 주력기술의 초격차 확보(N), 7대 시드 역량 육성(E), 기초연구·출연연·인재·지역 생태계 강화(X), 신뢰 기반 투자시스템 구축(T)이라는 네 축(N·E·X·T)으로 구성된다.
전략을 들여다보면, 그간 쌓아 온 과학기술 역량을 토대로 급변하는 기술·산업 환경과 글로벌 정세에 맞춰 투자 방향을 발전시켜 온 흐름이 보인다.
NEXT에 담긴 기술 육성 방향은 기술경쟁력과 전략적 중요성 등을 고려해 맞춤형 지원을 설계한 문재인 정부의 10대 국가필수전략기술 육성전략과 이어진다. 윤석열 정부는 이를 12대 국가전략기술로 확대하고, 혁신선도·미래도전·필수기반으로 유형화해 정부와 민간의 역할을 달리하는 분야별 지원 방향을 제시했다. 이번 전략은 기존 기술과 역량을 메가프로젝트·시드·기반 강화 틀로 재편되고, 국가 차원 임무와 성과목표, 연차별 마일스톤, 투자 포트폴리오를 연계해 중기계획과 매년 투자방향·예산 배분에 반영하도록 진화됐다.
꾸준히 투자해 온 소재 분야는 경제안보의 비중이 커지며 ‘첨단공급망’이라는 임무 아래 재정렬됐다. 에너지 분야도 수소·차세대 원자력에 더해 재생에너지와 핵융합까지 포트폴리오를 넓혔다. AI 시대의 전력 수요 급증과 에너지 안보 등 변화 요구에 대응해 투자전략을 발전시킨 것이다. 연구현장의 안정성과 자율성을 높이는 블록펀딩, 사업화를 촉진하는 투자형 R&D 등 지원 방식도 다양해졌다.
AI 투자정책에서도 축적과 진화가 보인다. 알파고 대국 뒤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4차 산업혁명’ 정책과 인공지능 국가전략으로 AI 역량과 기반을 다졌다. 챗GPT의 등장으로 AI 기술주권과 인프라의 중요성이 커지자, 윤석열 정부는 이를 이어받아 ‘AI·디지털 혁신성장 전략’을 추진했다. 이재명 정부는 축적된 역량을 바탕으로 AI 3대 강국 도약을 위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정책의 이름이 바뀌는 동안 대학과 연구소, 기업에서는 사람이 길러지고 지식과 경험이 쌓였다. 앞서 키워온 혁신생태계의 체력이 오늘날 대규모 투자를 맡길 주체를 준비시킨 것이다.
축적 역량이 진화해 전략에 담겼듯, 성과도 무엇이 축적되었느냐를 함께 보아야 한다. 5년 후 성과목표는 AI 순위 5위에서 3위, 반도체 소부장 자립화율 30%에서 50% 등 매우 도전적이다. 높은 목표는 투자와 역량을 결집하는 구심점이 될 수 있다. 선두권의 진입에는 큰 역량과 시간이 필요하며, 순위와 점유율은 경쟁국의 투자와 시장 변화에도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목표 달성 여부와 함께, 다음 도약을 위한 역량이 얼마나 쌓였는지도 평가해야 한다. 목표치에 미달하더라도, 연구 몰입 환경이 나아지고 연구자가 성장하며 어려운 문제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면 충분히 의미 있는 성과다. 이러한 변화가 R&D 생태계의 체력을 키우고 새로운 인재도 끌어들인다. R&D 투자 확대가 연구환경의 개선과 연구역량의 축적으로 이어지고 있는지 살펴야 한다.
생태계를 두텁게 하고 연구문화를 바꾸는 데 한 정부의 임기를 넘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단기 시류에 흔들리지 않는 예측 가능하고 지속적인 투자가 그래서 중요하다. 정부의 성과를 임기 내 수확한 열매만으로 정의하지 말자. 기술과 사업 성격에 맞춰 성과의 시간표를 달리하고, 그 사이 무엇이 축적되는지를 묻자. 다음 정부에서도 자라날 사람과 연구역량을 얼마나 남겼는지로 평가 범위를 넓히자. 오늘의 도약이 앞선 축적에 빚지고 있듯, 오늘의 투자는 다음 도약의 토대가 되어야 한다. 그것이 ‘넥스트(NEXT)’라는 투자전략의 이름에 어울리는 성과다.
박수경 KAIST 기획처장
nbgkoo@heraldcorp.com
![“세무서 이긴 아들의 효심” 어머니 모신 40년 덕분에 상속세 2억 지켰다 [이세상]](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10/29/news-p.v1.20261029.9095c7d0d0cc41f1b579f587e921ac19_T1.png?type=h&h=240)
![“V자 반등은 없다” 실탄 아끼는 큰손들, 이번 폭락이 다른 이유 [큰손 따라잡기]](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10/29/news-p.v1.20261015.bf346e259b1345f280b498eda7b41712_T1.jpg?type=h&h=240)
![창호도 ‘하이엔드’ 시대…재건축 시장에 프리미엄 승부수[그 회사 어때?-KCC]](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10/28/news-p.v1.20261006.6986af99ec4340659a06462b2dd32e55_T1.jpg?type=h&h=2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