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실제 절에 온 듯한 평온함을 주는 온라인 사찰이 화제다. 너른 법당과 커다란 불상이 있고, 클릭 몇 번으로 절을 하거나 염주를 굴릴 수도 있다. 조용히 머물다 가는 게 전부지만, 이 고요함을 위해 찾아오는 이용객은 일주일 만에 100만 명을 넘어섰다.
지난달 26일 문을 연 온라인 절 ‘산사’는 최근 온라인상에서 입소문을 타고 지친 이들의 피신처가 되고 있다.
이용자는 동자승 캐릭터로 분해 숲속 사찰을 연상시키는 공간에서 염불과 종소리를 들으며 각자의 방식대로 수행에 임한다. 합장을 하고 방석 위에 앉아 108배를 하거나, 염주를 굴리고 사찰 내 작은 연못을 그저 바라만 보기도 한다. 채팅 기능이 없어 대화는 불가능하다. 서로 말을 아낀 채 다른 사람들과 한 공간에서 고요히 마음을 다스릴 뿐이다.
반응은 예상보다 뜨거웠다. 산사는 개설 사흘 만에 60만명이 방문했고, 지난 1일 100만명을 돌파한 것으로 파악됐다. 접속자가 몰리면서 애초 20개만 마련된 법당 방석은 1만개로 늘었고, 자리가 부족해 서버가 과부하에 걸리는 일도 있었다.
‘산사’를 만든 사람은 영문과 졸업 후 취업을 준비 중인 20대다. 박진원(26) 씨는 “사실 혼자 쓸 생각으로 만들었는데 이런 반응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불자가 아닌 사람도 너그럽게 품어주는 절의 분위기가 제 또래 친구들에게 좋게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이 산사를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바이브 코딩으로 30분도 안 돼 만들어냈다. ‘절에 가서 잠깐 쉬고 싶지만 취준생이라 절까지 갈 시간도, 기운도 없어서’ 만든 결과물이었다.
그가 산사를 소셜미디어(SNS)에 공개하자 한국을 넘어 해외에서까지 이용자가 몰렸다. 불교 국가인 대만에서는 하루 새 5만명이 다녀가고, 베트남과 태국에서도 찾는다는 설명이다.
이용자들 사이에선 “차분하고 고요해서 좋다”, “바쁜 일상에 부담없이 들를 수 있다”, “덕분에 방구석에 누워 108배도 하고 힐링한다”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종교와 관계없이 평화로운 분위기를 즐기기 위해 방문한다는 이용자들도 있었다.
박씨 역시 불교 신자가 아니지만, 그는 많은 이들이 산사를 찾는 모습에 “나처럼 힘들고 지친 분들이 많많다는 사실을 실감했다”며 “아무 말 없이 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better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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