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익갤러리, 변선영 개인전 '긋다 잇다 짓다'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화려한 색채와 정교한 그리기로 화면을 직조했던 작가가 붓을 내려놓았다. 코로나19로 삶의 궤적이 급회전을 도는 사이, 작가는 인간의 나약함과 무기력함을 느꼈다고 한다. '과연 지금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은 ‘처음으로 돌아가자’로 귀결했다. 그렇게 선택한 재료가 연필이다.
변선영 작가의 개인전이 서울 송현동 이화익갤러리에서 열린다. ‘긋다 잇다 짓다’라는 제목으로 열리는 전시엔 연필회화가 채워졌다. 기본적인 재료인 연필은 작가의 설명에 따르면 "약간의 힘의 차이에도 색감과 선의 굵기가 달라지는 매우 예민하고 섬세한 도구"다.
이전 회화작업에서 밑바탕에 깔렸던 정교한 패턴은 이번엔 화면의 주인공이 됐다. 휴지심, 손뜨개 레이스, 마스크 줄 길이 조정 걸이, 단추 등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사소한 사물들이 패턴이 되어 화면을 가득 채웠다.
"가치는 원래 셀 수 없다. 그러나 셀 수 있는 도구나 틀에 그 가치를 맞춰본다면 어떨까 싶었다"는 작가는 "너무 흔하고 또 그래서 쓸모 없다고 여겨지는 것들을 유닛으로 삼아 우리가 쉽게 잊고 사는 삶의 사소한 삶의 '가치'를 드러내고자 했다"고 설명한다.
작업 할 때마다 뭉텅이로 쓰는 휴지가 미안했던 작가는 휴지심에 하나의 단위로 생명력을 부여했다. 마스크를 벗을 때 쯤이면 아무 쓸모가 없어질 마스크 고리도 유닛으로 재탄생했다. 패턴들은 사실 특별한 주제가 없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회화는 한국 단색화가 강조하는 반복을 통한 수행과도 닮았다. 연필로 선을 '긋고', 선과 선이 만나 '잇고', 이것을 공들여 모으면 하나의 화면이 '지어진다'. 전시는 6월 9일까지.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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