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생애 최초 집합건물 매수자 2만6885명
지난해 5월 이후 최대 수준…전체의 40% 달해
대출 문턱 낮아지자 빠르게 늘어…30대 가장 많아
“분위기 반전 시기상조…절대 규모 역부족” 분석도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지난달 생애 첫 부동산 매수자가 8개월 만에 가장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집값 하락세 속에 대출 규제 완화가 실행되자 무주택자들이 매수에 적극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주택 시장 급등기 ‘추격 매수’에 나서던 매수인 규모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며, 얼어붙은 시장 분위기가 움직일 정도는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4일 법원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생애 처음 집합건물 매매 이전 등기 신청 매수인은 2만6885명으로 지난해 5월(2만7428명) 이후 최대 수준이었다. 지난달 집합건물 소유권이전등기(매매) 신청 매수인은 6만8333명으로, 생애 첫 부동산 매수 비중은 약 39.3%였다. 이는 등기완료일을 기준으로 집계한 수치다.
지난달 생애 첫 집합건물을 구입한 매수인을 연령별로 살펴보면 30대(1만1645명·43.3%), 40대(6928명·25.8%)가 전체의 70%에 육박했다. 뒤이어 50대(3565명·13.3%), 20대(2825명·10.5%), 60대(1479명·5.5%), 70대 이상(411명·1.5%), 10대 이하(32명·0.1%) 순이었다. 특히 생애 첫 부동산을 구입한 30대, 40대 매수자는 각각 지난해 1월(1만2104명), 지난해 2월(6973명) 이후로 가장 많았다. 지역별로 보면 경기도(9573건), 충청남도(2254건), 서울(2119건), 인천(1957건), 광주(1567건) 등 순으로 많았다.
이는 지난해 말부터 본격화된 정부 규제 완화가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수도권에서 생애 처음 집합건물을 산 매수자는 총 16만634명이었는데, 이는 관련 통계가 공개된 2010년 이후 가장 적은 숫자다. 그러다 지난해 말 15억원 초과 고가주택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허용을 시작으로 대출 문턱이 낮아지기 시작했다. 여기에 지난 1월 말 특례보금자리론 출시, 생애 최초 주택 구매시 담보인정비율(LTV) 80%까지 주택담보대출을 허용하는 혜택 등이 복합 작용해, 고금리와 부동산 침체에도 생애 첫 부동산 매수자가 2만5000명 고지까지 넘은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전체 주택 매수자 대비 생애 첫 주택 매수자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전체 집합건물 소유권이전등기(매매) 신청 매수인은 지난해 1월(8만9079건)에서 올해 1월 4만7293명으로 반토막났다. 같은 기간 생애 첫 부동산 구입자도 3만521명에서 1만7269명으로 크게 줄었지만, 비중은 34.2%에서 36.5%로 소폭 증가했다. 지난달 서울에서 30대 부동산 첫 매수자들이 가장 많이 몰린 강서구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올해 2000세대 이상 대단지 아파트에서 3억~4억원 떨어진 급매물들이 나오자 젊은 손님 여러팀이 계속 보러왔다”며 “작은 원룸·투룸 전세가 아닌 매매 계약은 이 주변에서 정말 오랜만”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처럼 무주택자들의 매수가 이어지자 시장 분위기가 다시 들썩이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추격 매수가 불붙었던 활황기와 비교하면 절대적인 규모가 작고, 전체 세대가 움직이는 상황은 아니란 점에서 시기상조란 분석이 이어진다. 실제로 지난 2021년 5월에는 생애 최초 집합건물 매수자가 5만4233명까지 치솟았고, 2030 매수자만 2만9087명에 달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특례보금자리론 등 무주택자, 생애 최초 매수자들에 유용한 혜택이 집중돼 관련 매매 건수가 늘었지만, 분위기가 바뀌려면 젊은 층뿐 아니라 중장년층도 함께 움직여야 한다”며 “현재는 절대적인 매수 건수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