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강남 고가주택 거래 분석
122건 중 25건만 대출 이용
12월부터 대출 풀렸지만 현금으로
[헤럴드경제=박자연·신혜원 기자] 지난 1분기 15억원이 넘는 강남 고가 아파트를 매수한 이들의 80%가 대출 없이 전액 현금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정부가 지난해 말 15억 이상 고가 아파트의 대출 규제를 풀었지만, 강남권 고가 주택의 매수에는 대출이 큰 변수로 작용하지 않은 것이다.
17일 헤럴드경제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과 등기부등본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 1분기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거래 상위권 아파트 4곳(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래미안퍼스티지,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에서 일어난 총 122건 거래 중 20.5%인 25건의 거래만 대출을 끼고 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정부는 주택 경기 활성화를 위해 15억원을 초과하는 일명 ‘고가주택’의 주택담보대출을 허용하고 주택담보대출비율(LTV)도 50%로 일괄 조정했다. 이후 15억원을 초과하는 주택 거래는 차츰 늘어나는 추세다. 15억원 초과 고가 아파트 거래 비중은 지난 2~5월 17.1%로 직전 4개월(16.4%)보다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이같은 거래 증가에는 대출이 크게 작용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 규제 완화 이후에도 절대 다수의 강남 아파트 매수자들은 대출을 통해 자금을 융통하지 않고 현금으로만 매수를 단행했다. 지난 2월 28일 반포자이 전용 194㎡는 53억원에 손바뀜됐는데 전액 현금이었다. 1분기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4% 후반대를 유지하면서, 대출 이자 부담이 영향을 미친 것도 일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대출을 진행한 가구도 일명 ‘영끌(영혼까지 끌어서 대출)’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들 거래의 매매가 대비 대출 비중을 살펴보면, ▷10% 미만이 8%(2건) ▷10% 이상~20% 미만이 24%(6건) ▷20% 이상~30% 미만이 28%(7건) ▷30% 이상~40% 미만이 8%(2건) ▷40% 이상~50% 미만이 16%(4건)으로 나타났다. 50% 이상은 단 4건(16%)이었다. 즉, 25건의 대출 중 절반 이상이 집값 대비 30% 내로 대출을 이용한 셈이다.
대출 비중이 높은 거래로는 지난 2월 6일 도곡렉슬의 28억5000만원 사례가 있었다. 이를 매수한 A씨 한달 뒤인 3월 20일에 18억7000만원의 담보대출을 실행했다. 올해가 시작된 1월 1일 30억원에 래미안퍼스티지를 매수한 B씨 역시, 약 석 달 뒤인 3월 30일 해당 주택을 담보로 19억5800만원을 빌렸다.
다만 대출상품을 이용하지 않았더라도, 전세보증금을 활용한 갭투자 가능성은 존재한다. 일례로 지난 3월 28일 체결된 도곡렉슬 전용 59㎡ 계약의 경우 19억원에 매매가 이뤄지고 두 달 뒤 9억원에 전세가 체결됐다. 같은 달 13일에 이뤄진 전용 85㎡ 24억9000만원 계약도 두 달 뒤인 5월에 새 집주인이 기존 세입자와 갱신계약을 맺은 것으로 기록됐다. 이 전세 거래는 12억원이었는데 기존 전세 보증금은 15억원으로, 새로운 집주인이 3억원을 내줘야 하는 역전세였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강남 고가 아파트의 경우 현금으로 사는 사람들도 있지만 높은 전세보증금을 활용해 갭으로 사는 경우도 많다”면서 “전세 계약시 주로 확정일자를 받기 때문에, 대출은 받지 않더라도 그와 유사하게 전세를 놓는 가구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