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정은 기자]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이 가시화되자, 직원들의 ‘탈(脫)산은’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수년의 경력을 포기하고 타 금융기관에 신입으로 재취업하는가 하면, 2금융권으로도 자리를 옮기는 등 퇴사자 수가 급격히 늘고 있다. 높은 연봉과 직업 안정성으로 ‘신의 직장’으로 불리던 산은의 부산행(行)이 구체화될수록 직원들의 이탈도 속도를 내고 있다.
29일 산은 노조 및 금융권에 따르면, 올 들어 산은을 떠난 퇴사자는 50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3년 퇴사자수는 ▷2020년 35명 ▷2021년 46명 ▷2022년 97명 등이다. 부산 이전이 공론화된 지난해를 기점으로 산은을 떠나는 이가 급증했다.
이직 사례도 다양하다. 시중은행에서 산은으로 이직한 후 부산 이전이 확실시되자 다시 시중은행으로 돌아간 ‘연어’ 행원은 물론, 5년차 행원이 경력을 포기하고 준공공기관으로 입사해 산은 내부에 충격을 주기도 했다.
자격증 준비를 위해 신입행원을 비롯한 6~7년차도 퇴사하거나, 2금융권에 면접을 보러 간 산은 직원도 있어 술렁이기도 했다. 산은에 재직하는 회계사의 경우 연간 퇴사인원이 통상 1~2명에 그쳤었는데, 부산 이전 논란 뒤 2022년에는 무려 11명이 한꺼번에 떠났다. 올 상반기에도 4명의 회계사가 퇴사했다.
산은 관계자는 “연차가 낮거나, 연고가 서울에 있는 직원들의 경우 부산이전에 대한 부담이 더 클 수 밖에 없다”며 “국책은행이라는 일종의 상징성을 포기하고, 제2금융권 면접을 보거나 준공공기관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늘어 조직 내에서도 적잖이 놀라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반면 이탈자가 늘어나는 이 때를 산은 입사 기회로 노리는 이들도 있다. 실제 산은 상반기 채용에서 신용보증기금을 포함해 주택금융공사 등 여러 공공기관 직원들이 입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입사 연차가 어린 직원들일수록 급여나 근무여건이 나은 소위 A매치 공기업으로 이동할 기회라고 본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산은은 모든 기능과 조직을 부산으로 이전하는 안을 금융당국에 보고한 상태다. 산은은 이전 계획안 수립을 위한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여의도에 최소한의 인력 100명을 제외하고 전부 이동하기로 결론을 냈다.
산은의 이 같은 결정에 노조는 반발하고 있다. 산은 노조는 한국재무학회에 의뢰해 받은 컨설팅 보고서를 바탕으로 부산 이전시 10년간 약 7조원의 누적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노조는 산은의 컨설팅에 대응해 관련 연구용역을 발주했고, 오는 31일 세부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
lu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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