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교사 몰래 텀블러에 ‘체액’ 넣은 男고생…“음란물보다 성적 충동”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경남 사천시의 한 사립고등학교에서 남학생이 여교사의 텀블러에 체액(정액)을 넣는 ‘테러’를 벌인 가운데, 해당 학생은 “음란물을 보다 순간 성적 충동이 들어 그랬다”며 황당한 변명에 나섰다.

28일 JTBC ‘사건반장’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여교사 A 씨는 경남 사천의 한 남자고등학교에서 계약직 교사로 일하던 중 이같은 체액 테러를 당했다.

A씨는 당시 기숙사에 있는 야간 자율학습실에서 학생을 감독하다 쉬는 시간에 화장실을 가기 위해 자리를 비웠다. 이후 약 7분 뒤 자리로 돌아온 그는 자신의 텀블러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A 씨는 “물을 마시려고 텀블러를 들었는데 입구가 반대 방향으로 돌아가 있었다. 이건 누가 무조건 뚜껑을 열었다가 닫았다고 생각했다”며 “처음 텀블러를 열었을 때는 손 소독제 같은 게 벽에 붙어 있었다”고 설명했다.

A씨는 문제의 액체를 손소독제로 생각했다. 그는 “바로 앞에 손 소독제가 있었다. 일부러 나를 골탕 먹이려고 손소독제를 넣은 줄 알았다”면서 곧바로 기숙사에 있던 상담 교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CCTV를 통해 확인한 액체의 정체는 체액이었다. A씨는 학교 복도 CCTV를 통해 자율학습 중이던 한 남학생이 A 씨의 텀블러를 가지고 세탁실과 정수기 쪽으로 갔다가 다시 교실로 돌아오는 모습을 확인했다.

CCTV에 포착된 문제의 학생은 “자습실에서 음란물을 보다가 순간 교탁에 있던 A 씨의 텀블러를 보고 성적 충동이 들었다”며 “그래서 체액을 넣었는데 다시 씻으려고 세탁실 내부의 세면대로 갔다”고 자백했다. .

학생은 “텀블러를 씻으려고 했는데 잘 씻기지 않았다. 대신 물이라도 받아야겠다 싶어서 정수기에서 물을 받아 다시 교탁에 올려놨다”고 덧붙였다.

사건 이후 A 씨는 나흘간 병가를 썼고 학생은 2주 정도 근신 처분을 받아 등교하지 않았다. 당초 A 씨가 “학생 인생에 전과가 생기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선처하기로 하자 학교 측은 특별 성교육 등 자체징계로 사건을 일단락 시켰다.

A씨의 마음이 바뀐 건 사과하지 않는 학생과 학부모의 태도를 보고 난 뒤였다. A 씨는 “학생은 반성하는 것 같지도 않고 학교 측도 ‘얌전하고 착한 학생’이라고 학생을 감싸면서 2차 가해를 해 고소하게 됐다. 고소하니 무슨 꿍꿍이냐고 비난했다”고 주장했다.

학교 측은 A씨가 산재 처리를 요구하자 개인이 알아서 하는 일이라며 거리를 뒀다. 교육청 신고를 요청한 데 대해서는 시일이 지나 벌금을 내야 하니 신고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경찰은 남학생이 피해자에게 직접 체액을 묻힌 게 아니고 텀블러에 묻혔기 때문에 추행이 아닌 재물손괴죄를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