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3집‘ 핸즈 아 타이드’낸 록밴드‘ 제이워커’
얼터너티브·그런지 록 선구자 앨범에 음악적 좌절·부활 담아
생소한 드럼루프·마이너풍 멜로디 아류찾기힘든 하이브리드록 시도
도회적 음악에 숨겨진 외로움… “집중해서 들으면 느껴질 것”
밴드 제이워커(Jaywalker)는 1990년대 초반 국내 록 신에 얼터너티브와 그런지 록 사운드를 들려줬던 선구자였다. 선구자들의 운명이 늘 버겁듯 제이워커 역시 당대에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 모던록의 개념조차 생소했던 시절에 완전체의 모던록을 선보였던 밴드 H2O의 90년대 앨범들은 2000년대에 들어와 명반으로 추앙받았지만 앨범조차 제대로 내놓지 못했던 제이워커에게는 재평가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제이워커는 지난 2010년 첫 정규 앨범 ‘일루션(Illusion)’, 2011년 정규 2집 ‘세컨드(2nd)’를 차례로 발매하며 부활의 신호탄을 쏜 데 이어 최근 발매한 정규 3집 ‘핸즈 아 타이드(Hands Are Tied)’를 통해 아류를 찾기 힘든 독자적인 록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제이워커의 멤버 방경호(보컬 겸 기타)ㆍ김호일(베이스)ㆍ박세훈(드럼)과 객원 보컬로 참여한 가수 김형중을 최근 서울 청담동의 한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방경호는 “앨범의 타이틀인 ‘핸즈 아 타이드’는 ‘손이 묶여 어쩔 수 없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며 “오랫동안 음악을 해오면서 느낀 좌절을 딛고 새롭게 출발하자는 다짐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밴드의 원년 멤버인 방경호는 90년대 중반 밴드 레처(Lecher)를 거쳐 미국 유학을 떠나 재즈를 공부하다가 지난 2009년에 귀국했다. 최근 그는 KBS 2TV ‘불후의 명곡’에 출연한 김바다의 편곡과 기타 세션을 맡기도 했다. 김호일은 모던록밴드 럼블피쉬의 베이시스트로 활약했으며, 박세훈은 김호일의 제자로 인연을 맺어 밴드에 합류했다.
음악적으로 교집합을 찾기 힘든 멤버들의 이력만큼 음악에서도 장르 구분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다채로운 색깔이 묻어난다. 강렬한 기타 리프와 마이너풍의 팝적인 멜로디의 조화가 돋보이는 ‘크래시 앤 번(Crash N Burn)’, 정통 록에선 생소한 드럼 루프(컴퓨터로 만든 반복되는 드럼 소리)를 통해 힙합의 리듬감을 가미한 ‘나가’, 단순한 코드 진행의 반복 속에서 일렉트로닉ㆍ록ㆍ팝의 경계를 절묘하게 오가는 ‘돈트 룩 백(Don’t Look Back)’, 슈게이징(얼터너티브록의 하위 장르) 스타일로 재해석한 프랑스의 고전음악 작곡가 모리스 라벨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Pavane Pour Une Infante Defunte)’, 영국의 록밴드 더큐어(The Cure)를 떠올리게 만드는 복고적인 록 사운드를 담은 ‘헛소리’, 트립합(일렉트로닉에 힙합의 비트를 가미한 장르)을 연상케 하는 몽환적인 사운드가 인상적인 ‘캔트 이스케이프(Can’t Escape)’ 등 앨범이 보여주는 음악적 스펙트럼은 광대역이다.
특정 장르로 꿸 수 없는 음악들을 하나로 묶는 요소는 세련미 넘치는 도회적인 사운드와 외로움의 정서다. 음악의 중심축이 록임에도, 공연장보다는 홀로 오디오로 감상하는 것이 어울리는 독특한 앨범이다.
방경호는 “음악을 통해 도시의 밝은 면보다는 어두운 면을 조명하고 싶었다”며 “앨범을 관통하는, 일관된 정서는 군중 속의 고독”이라고 설명했다. 수록곡 ‘핸즈 아 타이드’에 객원 보컬로 참여한 가수 김형중은 “제이워커의 매력은 어떤 장르에도 국한되지 않는 하이브리드(융합) 형태의 음악”이라며 “평소 불러온 발라드가 아닌 새로운 장르의 곡을 부를 수 있다는 것은 뮤지션으로서 즐거운 경험”이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방경호는 “제이워커의 음악은 다분히 리스너(청자) 취향이기 때문에 홀로 집중해 듣는 것이 매력적일 것”이라며 “앨범을 반복해 들을수록 새로운 면을 발견하는 고독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정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