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의 화폭 가득 꽃이 피었다. ‘검은 꽃’이다. 꽃술이 있는 중심 부분에서 화폭 바깥으로 힘찬 에너지가 뿜어져나온다. 깊고 심오하다. 여느 꽃그림과는 달리 장중함마저 느껴진다. 지금 이 순간 활짝 핀 꽃은 곧 말없이 스러질 것이다.
생명이라면 피할 수 없는 명제를 반추상적 꽃그림을 통해 드러낸 작가는 이기영(49)이다. 서울대 미대와 대학원을 나온 이기영은 전통적인 동양화의 개념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며 생성과 소멸, 현실과 피안을 표현한다. 그의 그림에는 시간이 머물러 있는 듯하다. 또 세월의 흔적도 담겨있는 것 같다. 옛 선비들의 문인화처럼 격조 있으면서도 세련된 이기영의 ‘검은 꽃(Black Flower)연작은 오는 16일부터 서울 송현동 이화익갤러리에서 만날 수 있다.
이영란 선임기자/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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