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멸치의 한 살이는 치열하다. 육식성 어류의 먹이가 돼야 할 운명인 멸치는 어떻게든 빨리 자라서 많은 새끼를 낳는 게 생의 목표다. 한 마리 멸치가 낳는 알은 보통 4000~5000개. 한밤중에 알을 낳고 하루이틀 만에 부화시키며 거의 1년 내내 알을 낳는다.
그렇다면 멸치의 나이는 어떻게 알까.
30여년간 어류를 연구해온 황선도 박사는 귀 속 이석에 그 비밀이 있다고 설명한다. 이석을 쪼개 단면을 보면 나무 나이테처럼 나이를 알 수 있다는 말이다. 심지어 며칠에 태어났는지도 알 수 있다. 말하자면 비행기의 블랙박스인 셈이다. 우리나라 바닷물고기의 생태에 대한 첫 보고서 격인 ‘멸치 머리엔 블랙박스가 있다’(부키)는 고등어는 왜 등이 푸를까, 흔하던 명태는 왜 더 이상 잡히지 않는 걸까 등 식탁에서 자주 만나는 물고기에 대한 궁금증을 모두 풀어준다.
저자는 1월 명태, 4월 조기, 10월 고등어 등 대표 물고기 16종을 월별로 선정, 이름의 유래와 속담, 맛있게 먹는 법, 한살이 등 맛깔나게 버무려낸다. 인공종묘를 생산해서라도 명태자원을 회복시키려 했던 에피소드, 과거 어획량이 많던 시절 부잣집 젯상에 명태포 대신 올랐던 대구포, 푸아그라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맛좋고 영양가 높은 계절의 진미 아귀탕 등 파닥파닥 튀는 생생한 이야기가 입맛을 돋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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