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무슨 그림일까? 화면 오른쪽에 사람 형상이 보이는 듯하지만 너무 뭉개져 파악하기 힘들다. 이 난해한 그림은 ‘공(空ㆍnothing)’을 테마로 작업하는 추상화가 김정희의 근작이다. 김정희는 무심코 지나치는 거리 풍경이라든가 사람들의 모습, 혹은 그들 사이에 존재하는 공기를 관찰한다. 그리곤 그 감흥을 화폭에 옮긴다. 거친 붓질로 화려하게 뒤얽힌 그의 평면은 이 시대와, 도시인의 복잡다단한 관계를 말해준다. 그리곤 작가는 명상하듯 그 모든 희로애락과 기억을 지워나간다. 아니 비운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지도 모른다. 인간 삶 이면에 드리워진 기쁨과 괴로움, 탄생과 죽음을 알 듯 모를 듯한 추상을 통해 드리우는 작가는 ‘이 세상은 결국 공(空)임을 그리고 싶다’고 말한다.
이영란 선임기자/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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