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발의 소녀가 하얀 소파 위에 앉아 있다. 창백한 피부의 소녀는 눈을 지긋이 감고, 상념에 빠져 있다. 현실에선 만나기 어려울 법한 인물이다. 슬픈 정조가 느껴지는 이 그림은 투명한 백색 인물화를 그리는 권경엽(38)의 ‘센티멘탈’이란 신작이다. 권경엽이 그린 소녀들은 허공을 응시하거나, 자신의 내면을 바라본다. 무위의 시간 속에서 명상과 몽상 사이를 넘나드는 것이다. 평온, 기쁨, 슬픔, 사랑, 고통, 소외 등 인간의 복잡미묘한 감정을 담은 인물화는 어두운 수면 아래 감춰져 있는 옛 상처를 떠올리게 한다.
특유의 인물 연작으로 국내외에서 주목받고 있는 권경엽은 ‘White Elegy’라는 타이틀로 이탈리아 로마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다.
이영란 선임기자/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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