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밤하늘에 둥근 달이 떴다. 하늘을 꽉 채울 정도로 크고, 넉넉한 보름달이다. 요즘으로 치면 ‘슈퍼 문(super moon)’이다. 보름달 옆으론 수직의 붉은 산이 자리 잡고 있다. 커다란 붓에 물감을 듬뿍 묻혀 쓱쓱 산과 달을 무덤덤하게 그려낸 솜씨가 범상치 않다. 어눌한 듯 못 그린 그림 같지만 그 너그러움과 군더더기 없는 미감이 감상자를 매료시킨다.
반(半)추상에 가까운 이 그림은 한국 추상미술의 개척자 수화 김환기(1913~74) 화백의 ‘달’이다. 수화는 우리의 전통적 소재인 백자 달항아리, 매화, 목기를 자연과 어우러지게 하며, 넉넉하되 절제된 한국의 미학을 구현했다. 50년이 지난 오늘 봐도 그의 그림은 더없이 세련되고, 멋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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