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금빛 드레스에 보석이 박힌 모자를 쓴 여성이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오른쪽에는 왕으로 추정되는 남성의 손이 보인다. 왕으로부터 버림 받은 왕비는 망연자실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또 다른 ‘간택’의 순간이다.
영국 헨리 8세의 총애를 받아 캐서린 왕비를 밀어내고 권좌에 오른 앤 블린을 패러디한 이 작품은 사진작가 배찬효(38)의 작품이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여성의 손이 심상치 않다. 울퉁불퉁 커다란 손은 영락 없는 남자 손이다. 사진 속 왕비는 바로 작가 자신이다. 배찬효는 서양의 왕비 등 서양 역사 속 유명 인물로 분해 작품에 등장한다. 작가는 “영국서 유학생활을 하면서 ‘동양인 남성’으로서 심한 소외감을 느꼈다. 그 편견의 뿌리를 찾다가 역으로 ‘서양 여성’이 돼보자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영란 선임기자/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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