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2010년 에피톤 프로젝트 1집 ‘유실물 보관소’의 수록곡 ‘한숨이 늘었어’는 수많은 남성 듀엣곡들 중에서 매우 독특한 지점에 자리한 곡이었다. 이 곡은 감성이 힘을 앞서기 어려운 남성 듀엣곡에선 보기 드물게 힘을 빼고 그 빈자리에 감성을 채운 곡이었다. 자칫 과도해 질 수 있는 감성의 중심을 잡는 목소리는 에피톤 프로젝트와 호흡을 맞춘 싱어송라이터 이진우였다.

그보다 앞선 2009년 이진우는 파스텔뮤직과 문라이즈 레이블의 오마주 앨범 ‘결코 끝나지 않을 우리들의 이야기’에서 전자양의 ‘아스피린 소년’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선보이며 존재를 알렸다. 이후 이진우란 이름은 파스텔뮤직 컴필레이션 ‘사랑의 단상 챕터3’에서 ‘스무살’이란 자작곡으로, 파스텔뮤직 10주년 기념 앨범 ‘텐 이어스 애프터(Ten Years After)’에서 어른아이의 곡 ‘어쩔 수 없다고 내게 말하지만, 어쩔 수 없다면 내게 말하지 마’를 부른 목소리로 확인할 수 있었지만 늘 ‘주변인’이었다. 지난 몇 년 간 주목할 만한 신예였던 이진우가 온전히 자신의 이름을 내건 앨범 ‘주변인’을 발표하며 정식으로 세상에 인사를 건넸다. 이진우를 서울 합정동 인근 주점에서 만나 막걸리와 맥주를 사이에 두고 앨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진우는 “앨범 발매 직전까지 극한의 긴장 속에서 지냈는데 다행히 주변의 반응이 좋다”며 “이제 정말 시작이고 비로소 뮤지션이 된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앨범엔 연애의 시작을 계절에 빗대 팝록 사운드로 그려낸 타이틀곡 ‘봄의 시작’을 비롯해 청량한 일렉트릭 기타 리프로 빚어낸 시원한 사운드가 돋보이는 ‘그 해 여름’, 사운드를 점층시켜 폭발시키는 후반부가 매력적인 ‘사랑은 이별을 부른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에 적응해야 하는 청춘들의 씁쓸한 마음을 담담하게 표현한 ‘소년 에필로그’ 등 12곡이 담겨 있다.

이진우(가수) 일상 포착하는 섬세한 시선과 단단한 음악…이진우, 데뷔앨범 ‘주변인’ 발매
이진우(가수) 2010년 에피톤 프로젝트 1집 ‘유실물 보관소’의 수록곡 ‘한숨이 늘었어’는 수많은 남성 듀엣곡들 중에서 매우 독특한 지점에 자리한 곡이었다. 이 곡은 감성이 힘을 앞서기 어려운 남성 듀엣곡에선 보기 드물게 힘을 빼고 그 빈자리에 감성을 채운 곡이었다. 자칫 과도해 질 수 있는 감성의 중심을 잡는 목소리는 에피톤 프로젝트와 호흡을 맞춘 싱어송라이터 이진우였다.

스트링(현악)으로 감정의 진폭을 넓히는 대신, 잘 여문 밴드 사운드가 감정선을 일관되게 이끌어가는 것이 앨범의 가장 큰 특징이다.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보컬은 사운드의 중심을 잡는 미덕이다. 앨범의 곳곳에 쉼표처럼 배치된 ‘사진’ㆍ‘재회’ 등의 연주곡은 자칫 단조로워질 수 있는 앨범의 흐름을 다채롭게 만든다. 여러모로 만듦새에서 시간의 더께가 느껴지는 앨범이다. 캐스커의 융진이 ‘새벽 정류장’에 듀엣으로, 루시아가 ‘보통의 하루’와 ‘아홉 번째 창가자리’에 코러스로 힘을 보탰다.

이진우는 “지난해 초부터 앨범 작업을 시작해 약 30곡을 만들고 그 중에서 12곡을 추려냈다”며 “오랜 시간 동안 집에서 작업을 하며 외출을 줄였기 때문인지 결과물들이 모두 어딘 가로부터 남겨진 사람들, 즉 ‘주변인’의 이야기였다”고 앨범 제작 과정을 회상했다. 이어 그는 솔로임에도 불구하고 밴드 사운드로 앨범을 채운 이유에 대해 “청소년기 호주 유학 시절 마이엔트 메리, 델리스파이스, 루시드폴 등 모던록과 밴드 음악은 외로운 나를 위로해준 가장 가까운 친구였다”며 “밴드 드러머로 음악을 시작했는데 스포트라이트로부터 늘 소외되는 느낌을 받았다. 비록 솔로이지만 밴드에서 제대로 못 해본 모든 것들을 앨범으로 구현해 보고 싶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에피톤 프로젝트는 주목받는 신예였던 이진우를 오랜 시간 지켜봐온 조력자다. 에피톤 프로젝트는 이진우의 첫 앨범에 대해 “작사ㆍ작곡은 물론, 전체적인 프로듀싱ㆍ노래ㆍ연주까지 지독하고 집요하게 음악에 집중한다”며 “2013년 봄의 플레이리스트에 이진우의 앨범을 걸어둔다”고 후한 점수를 줬다. 이 같은 평가에 대해 이진우는 “에피톤 프로젝트는 내가 처음 파스텔뮤직에 들어왔을 때부터 함께 술잔을 자주 기울이며 음악적으로 많은 조언을 해준 좋은 형”이라며 “후한 평가는 부끄러우나 개인적으로도 부끄럽지 않은 결과물이 나왔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진우는 지난 18일 서울 난지 한강공원에서 열린 ‘그린플러그드 페스티벌’에서 앨범 발매 신고식을 마쳤다. 그는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과 EBS ‘스페이스 공감’ 등 라이브를 제대로 들려줄 수 있는 방송 프로그램 무대에도 자주 서고 싶다”며 “첫 앨범인 만큼 어느 무대든 최선을 다해 많은 사람들과 만날 생각이다. 앞으로 많은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