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반군, 알레포 장악...러·이란 지원 약해진 틈타 감행

FT “반군 공세, 시리아 정부에 당혹감 안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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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현지시간) 시리아 북서부 이들립 지역에 가해진 폭격으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시리아와 러시아 전투기가 시리아 제2도시 알레포를 장악한 시리아 반군에 대해 대대적인 공습을 감행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러시아와 시리아 항공기는 지난 30일부터 반군이 장악하고 있는 시리아 알레포와 북서부 이들립 지역 반군 초소 등에 이틀째 폭격을 퍼부었다. 현지 매체들은 러시아와 시리아군 항공기가 알레포 대학 병원 인근에도 폭격을 가했다고 전했다.

유엔(UN) 관계자는 FT에 이들립 지역에 가해진 폭격으로 최소 4명의 민간인이 사망하고 51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전했다.

시리아에서는 2011년 이후 13년째 내전이 진행 중이다. 시리아 반군은 2012년 알레포를 점령해 전쟁을 이어갔지만 2016년 정부군과 러시아군의 연합 공격으로 해당 거점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지난달 27일부터 정부군을 상대로 최근 몇 년 중 가장 격렬한 공세를 개시하면서 사흘 만인 30일 제2 도시 북부 알레포의 대부분을 장악했다. 반군 측은 알레포 북동부 셰이크 나자르 산업지구도 점령했다고 30일 주장했다.

반군은 알레포 외 지역에서도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AP통신은 “반군이 중부 도시 하마까지 진격했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같은 날 시리아 정부군은 성명을 통해 “반군이 알레포 상당 지역으로 진입했다”면서도 “병력을 재배치했다. 도시 전체에 대한 통제권을 회복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공세는 시리아 반군 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이슬람 무장 단체 ‘하이아트 타흐리르 알 샴(HTS)’이 주도하고 있다. 이 단체는 알카에다 연계 조직인 자바트 알누스라의 후신이며, 이슬람국가(IS) 지도자였던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도 이 단체 결성에 관여했다고 알려진다.

HTS가 주도한 이번 진격으로 지난 한 주 동안에만 수백명의 사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시리아인권관측소(SOHR) 집계에 따르면 지난 닷새 동안 반군 진격 및 이로 인한 충돌 등으로 사망한 사람이 412명에 달한다. 사망자 중 214명은 HTS 소속이고, 137명은 친정부 측이라고 한다. 민간인 사망자도 61명에 이른다.

반군의 이번 공세는 시리아 우방국인 러시아와 이란이 각각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과의 충돌로 지원이 약해진 틈을 타 이뤄졌다.

FT는 “이번 공세는 반군이 수년 동안 계획한 것으로 보이며 러시아, 이란 등 시리아 동맹들이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에서의 분쟁에 몰두하는 시점에서 이뤄졌다”며 “HTS가 이번 공세로 알레포 등 시리아 영토 일부분을 정부군으로부터 점령한 것은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에게 큰 당혹감을 안겨줬으며, 시리아 정권의 약점을 드러낸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란은 1일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로 아바스 아라그치 외교장관을 급파해 아사드 정권 지원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러시아도 추가 군사 지원을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