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아파트 거래량 ‘뚝’
평균 매매 거래대금도 8억대 그쳐
[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건물 사려고 보러왔다가 거래를 중단하는 사람도 있었어요. 발길이 ‘뚝’ 끊겼어요” (서울시 관악구 신림동 공인중개사 L씨)
부동산 시장에 찬 바람이 불고 있다. 비상계엄 여파 이후 탄핵 정국으로 이어지면서, 경기 침체에 대한 불안이 안그래도 위축된 시장을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시장에선 당분간 ‘거래절벽’ 이 이어질 것이라 우려도 나온다.
서울시내 평균 일일 아파트 거래량 겨우 10건
10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전날까지 이달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105건으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거래가 10건을 겨우 넘기고 있는 것이다. 거래가 감소세를 보였다는 10월과 11월에도 하루 평균 거래량은 이보다 9배 가까운 90~100건에 달했다.
전·월세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전날까지 신고된 아파트 전세 거래량은 1131건, 월세는 985건이다. 모두 한 달 전까지 하루 평균 190, 240건씩 성사되던 거래가 각각 30~40건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아파트 매매, 전·월세 시장은 지난 7월 절정을 찍고 계속 하향세를 기록 중이다.
경기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자산가들 사이에서도 거래 잠김 현상은 고착화되고 있다. 비상계엄 전까지 시장흐름과 무관하게 신고가를 찍던 초고가 아파트는 잠시 거래가 멈췄다.
서울시 관악구 신림동에서 영업중인 공인중개사 L(58)씨는 “건물을 사야겠다며 물건을 보고 계약 직전까지 갔던 손님도, 탄핵 정국이 되자 거래를 좀 미루자고 하더라”며 “자산가뿐 아니라 새학기 준비를 위해 원룸을 찾는 손님들로 붐벼야 정상인데, 발길이 끊겼다”고 했다.
실제 전날까지 서울 아파트 평균 거래금액은 8억8365만원에 그치는 것으로 집계됐다. 아파트 평균 거래금액은 지난 9월 12억5025만원으로 올해들어 최고치를 경신한 다음 계속 하향조정됐다. 11월까지는 11억4680만원으로 평균 매매가가 10억을 넘겼지만, 정치적 불확실성에 ‘집값이 오를 수 있다’는 기대가 급격히 꺾이면서 한달 만에 10억 아래로 뚝 떨어졌다. 투자가 아닌 실수요 위주의 중저가 아파트 거래로 채워진단 얘기다.
공급계획 차질 빚나…전문가 “분양시장도 겨울올 듯”
이대로 탄핵 정국이 전개되는 등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속되면, 대내외 경제상황과 맞물려 부동산 시장이 더욱 침체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부장)은 “경제 전반의 성장률 저하 우려로 시장이 위축되고 있다”며 “성장률이 결국 구매력을 좌우할 수 있다는 면에서 경제가 썩 좋지 않은데 거액의 부동산을 본격적으로 매입할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치적 혼란으로 공급계획 및 신축아파트 입주의 스케줄도 늦춰질 수 있다. 국회가 본격적인 탄핵 정국에 들어서면서 행정부가 ‘식물정부’로 전락함에 따라 주택공급 관련 법안들도 표류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국토교통부가 ‘8·8 대책’을 통해 정비사업 3년 단축 방안을 담은 ‘재건축·재개발사업 촉진에 관한 특례법’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도시정비법 개정안도 마찬가지다. 여기에 조기 대선까지 현실화된다면 건설사들이 당초 계획했던 분양 물량을 줄일 가능성도 있다.
함 부장은 “부동산 시장에 겨울이 불면 분양시장에서도 모델하우스 오픈 등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당분간은 시장의 정중동 속에서 일부 수요가 없는 곳 가격 조정이 생기고, 그나마 대기 수요가 있는 쪽에서도 매도자가 거래에 적극적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