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통을 거듭했던 한ㆍ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이 지난 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민주당의 합의 처리 번복 등으로 지연됐던 동의안이 한나라당과 미래희망연대만으로 우여곡절 끝에 국회 벽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우리는 협상 개시 4년 만인 오는 7월부터 인구 5억명, GDP 규모 18조3000억달러의 세계 최대 단일 시장에 관세장벽 없이 진출할 쾌거를 이뤘다. 칠레, 싱가포르, 아세안 등 기존 5건의 FTA와는 비교하기 어려운 넓고 넓은 신천지의 개척이다. 한ㆍEU FTA 발효 효과는 전방위적이다. 자동차ㆍ섬유ㆍ석유화학 등의 수출 증대로 연평균 3억6000만달러 무역흑자가 가능하다. 실질GDP 증가율은 5년간 5.62%, 8년간 GDP 순증 규모만 8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EU산(産) 자동차ㆍ와인ㆍ화장품ㆍ가방ㆍ의류 등은 국내 물가를 끌어내릴 것이다. 25만개 이상 새 일자리도 생긴다. 경쟁국인 미국 중국 일본 등을 따돌릴 미래 시장선점 효과까지 감안한 한ㆍEU FTA 발효는 분명 역사적 사건인 것이다. 하지만 무역흑자 대부분이 제조업에 치중될 뿐 농업과 어업은 각각 3100만달러, 240만달러 적자로 돌아선다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 당장 돼지고기ㆍ치즈ㆍ우유 업종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그럼에도 국회가 야당 반대로 축산농가 손실 보전, 기업형 슈퍼마켓(SSM) 규제 등 11개 피해대책 법안을 동시 처리하지 않은 것은 유감이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차기 유력 대선주자로 거듭나려면 관련 법안을 하루빨리 국회 통과시켜야 한다. 농어민 피해의 직접 국고 보전보다는 자력갱생을 위한 경쟁력 제고가 낫다. 이제 지난 2007년 타결된 한ㆍ미 FTA의 국회 비준을 서둘러야 할 때다. 자동차 재협상과 협정문 오역 등의 절차적 문제는 정리됐다. 국회는 국익 차원의 대승적 결단을 내려주기 바란다. 그동안 반대 의사를 표명했던 미국 의회도 찬성으로 돌아선 마당에 우리가 이를 기약 없이 늦추는 건 굴러들어온 경제실익을 스스로 차버리는 꼴 아닌가. 더구나 한ㆍ미 FTA는 정치, 외교, 군사, 안보 면에서도 중요하다. 세계가 너나없이 무역전쟁을 벌이는 판에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가 FTA를 추진하지 않으면 미래를 기약하기 어렵다. 민주당과 민노당은 더 이상 한ㆍ미 FTA 발목을 잡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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