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 명의로 수 억원짜리 고급 스포츠카를 사서 오너 일가가 개인적으로 쓰는 기업에 감세까지 해준다면 납득이 가는가. 하지만 그게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고가의 자동차 값은 물론 보험료와 자동차세, 유류대 등을 모두 회사가 부담하는 ‘공짜 자동차’를 사용하는 것은 공금 횡령과 다를 게 없다. 도덕적 해이를 넘어 사실상 범죄행위인 것이다. 거액의 비자금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는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이 딱 그 경우다. 위장계열사를 통해 포르셰, 람보르기니 등 최고급 스포츠카를 구입, 자녀 통학용 등에 사용한 사실이 검찰 수사로 확인된 것이다. 문제는 이런 부적절한 일들이 대기업 그룹은 물론 중견기업, 학교법인, 심지어 사회복지법인까지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안홍준 의원이 국토해양부에서 제출받은 고급 외제차 보유 현황에 의하면 국내 법인에 등록된 고급 스포츠카, 일명 슈퍼카는 모두 960대로 이 가운데 184대가 일반법인 소유다. 그런데 슈퍼카는 한눈에 봐도 외관이 눈에 띄게 튀고 다루기도 까다로워 업무용 차량으로는 맞지 않다. 다분히 오너의 개인적 취향이 반영됐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그 용도는 뻔하다. 하지만 이 또한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벤츠, 렉서스, 아우디 등의 고급 브랜드 자동차를 법인 명의로 들여와 개인적으로 굴리는 일이 허다하다. 가령 최고급 벤츠 S600L 이상급의 일반법인 보유분은 200대 가량이며, 렉서스 460 이상급은 700대가 넘는다. 이들 고급 외제차의 대부분은 개인 용도로 사용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안 의원의 분석이다. 이 중에는 복지법인 명의도 있다. 여기다 알게 모르게 리스해서 개인적으로 쓰며 그 비용 일체를 기업에 떠넘기는 일도 드물지 않다. 법인 명의 고급 외제차를 아무런 제재도 가책도 없이 당연한 듯 쓰고 있는 일부 부유층의 모럴 해저드를 그냥 두고 볼 수 없다. 비용처리해 세금을 덜 냈다면 당연히 탈세범으로 응징해야 한다. 정부는 기업 활동을 열심히 하라며 법인세까지 줄여주는데 그 여윳돈을 로열 패밀리의 과시욕에 쓰게 해선 안 된다. 이런 법인들 때문에라도 법인세 감세는 철회하고 외려 OECD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 또 세무조사 등을 통해 부정 사용 여부를 밝히고 법과 원칙에 따라 엄벌해야 한다. 회사 돈을 개인 돈처럼 여기는 오너들의 나쁜 관행을 언제까지 용인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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