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또 맹랑한 폭로전을 펼치고 있다. 남북한 비밀 접촉 사실을 공개, 한국 정부를 곤경에 빠뜨리겠다는 심산이다. 지난 5월 베이징 남북한 비밀 접촉에서 우리 측이 6월 하순 판문점, 8월 평양, 내년 3월 서울에서 각각 세 차례 남북정상회담을 제의했다는 것이다. 거기다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사건과 관련, 북한에게는 사과가 아니고 남한에게는 사과처럼 보이는 절충안을 내자고 애걸했다는 표현까지 사용했다. 참으로 상대하기 어려운 존재다. 이처럼 국제 관례를 헌신짝 버리듯 찰지는 미처 몰랐다. 아예 국제 사회 일원임을 부인하는 것 아닌가. 나라 간 거래에는 공식적으로 말 못할 사정 때문에 물밑 접촉이 불가피한 게 있다. 이를 무시한 공개적 관계만으로는 성사될 일도 불발되는 경우가 흔하다. 앞으로 어떤 나라가 북한과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려 할지 의문이다. 이런 점에서 북한의 이번 폭로는 단기에 불과하다. 당장은 비밀 폭로로 한국 정부를 곤혹스럽게 하고 남한 내 좌파 또는 우파 중에서도 현재 이명박정부 정책에 반감을 가진 사람들로 하여금 분란 소지를 일으키게끔 효과가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한국민은 이제 그리 어리석지 않다. 그 정도 판단은 가능한 국민 수준이다. 잠시 성숙치 못한 외교 정책에 분노를 터뜨릴 수 있으나 폭로 저의가 한국 사회의 분란 촉발과 이를 통한 선거 개입이라고 느끼는 순간 달라진다. 그 점에서 6ㆍ25 한국전쟁과 그 뒤 KAL기 폭파, 아웅산 테러, 청와대 무장공비 침투 사건 등은 좋은 교훈이다. 김정일의 중국 방문 직후 이런 일을 벌였다는 사실도 유별나다. 방중 이후 효과에 김정일이 자신을 가져서이든, 불만이든 해석이 분분하나 결론 하나는 분명하다. 중국도 이번 폭로에 당혹할 것이다. 자신들의 말을 듣지 않아서이기보다 언제, 어느 때 중국이 북한에 잘해주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순간 어떤 양국 간 비밀을 폭로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는 중국에게 위키리크스 폭로보다 훨씬 더 타격을 줄 수 있다. 우리에게 준 교훈도 크다. 북한은 그런 상대하기 어려운 집단이며 그렇다고 놓아두기보다는 보채는 아이 달래기처럼 쉼없이 두드리며 주변을 살펴야 한다. 당장 어떤 도발을 또 해올지 모르니 그 대비를 하고 남남 갈등은 큰형님같이 도량 넓게 넘기기 바란다. 그 전제는 이명박정부가 공정히 잘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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