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선으로 1막을 살아왔다면 김규리로 제 인생 2막이 시작됐어요. 1막이 ‘저는 이런 사람이다’고 서술하는 시간이었고 치열함이 앞선 때였다면 2막에선 철저하게 저를 위하고 저를 사랑하며 살려고 해요. 즐거움을 추구하면서 더 경쾌하게 시간을 뚫고 나갈 거예요.” 배우 김규리(32)가 TVㆍ스크린에서 기분 좋은 바람을 타고 있다. MBC 춤 경연 쇼프로그램인 ‘댄싱 위드 더 스타’에 출연해 관능적인 몸짓과 경쾌한 스텝으로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며 1위를 했다. 이어 영화 ‘풍산개’(감독 전재홍, 23일 개봉)로 관객을 만나게 됐다. 지상파방송의 주말 황금시간대 쇼프로그램 출연과 김기덕 감독이 제작한 독립영화 주연. 김규리로선 여러모로 뜻깊은 일이 동시에 생겼다. “‘풍산개’는 힘들게 찍기도 했지만 만들어놓고도 개봉할 수 있을까 생각했던 작품이었어요. 그런 영화가 ‘댄싱’과 같은 매우 상업적인 프로그램과 교차하면서 서로 상승작용을 할 수 있다면 그것보다 좋은 게 있을까요? ‘풍산개’가 나의 진정성과 열정을 확인하는 작업이었다면 ‘댄싱’은 철저하게 나를 위한 선택이자 즐기는 무대죠.” 지난 21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규리는 차차차와 탱고에 이어 ‘댄싱’의 다음 무대는 왈츠가 될 것이라며 새롭게 연습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풍산개’에선 남한으로 망명한 북측 고위 간부의 애인 인옥 역할을 맡았다. 휴전선을 넘나드는 정체불명의 사내(윤계상)와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 애틋한 연민과 호감을 느끼는 인물이다. 김규리는 촬영 이틀 전에야 출연제안을 받았고, 노개런티였지만 선뜻 ‘OK’했다. 시나리오와 김기덕 감독(제작)에 대한 믿음과 호기심, 연기에 대한 갈증이 자신을 카메라 앞에 세웠다. 북한 사투리를 ‘벼락치기’로 연습했지만 영화 속의 김규리는 훌륭하게 대사와 연기를 소화했다. 연기 데뷔 16년차 배우.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때도 있었고, 본의 아니게 작품 출연이 무산돼 힘든 적도 있었다. 지극히 상식적인 언행이 곡해되고, 일부에 의해 악의적으로 비난받으면서 이미지가 생명인 여배우로서 견디기 힘든 경험도 했다. 돌이켜보면 마치 ‘풍산개’에서 보여주는 희비극처럼 아이러니한 상황이었다. 김규리는 새 출발을 다짐하며 지난 2009년 종전의 이름(김민선)을 김규리로 개명했다. 김규리는 “늘 내가 아는 나 자신에게만 머무르지 않고 나이가 몇 살이든 도전과 모험을 하는 것이 발전하고 성장하는 삶”이라며 씩씩하게 각오를 밝혔다. 이형석 기자/suk@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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