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59)의 재집권’은 가상의 시나리오가 아니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드미트리 메드베데프(46) 대통령과 푸틴 총리가 벌였던 치열한 접전은 시나리오대로 결론을 내기 위한 여정에 불과했다.
24일 러시아 집권당인 통합러시아당 전당대회에서 푸틴 총리가 2012년 대선 후보로 추대됐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수년 전에 합의가 이뤄졌다”며 이미 예정된 일이었음을 밝혔다.
지지도가 60%를 상회하고 마땅한 경쟁자가 없는 상황에서 푸틴의 대통령 당선은 ‘떼논 당상’으로 여겨진다. 헌법상 대통령 임기가 2008년에 4년에서 6년으로 수정되면서 내년 대선에서 승리하고 연임되면 푸틴은 72세가 되는 2024년까지 집권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렇게 되면 1964년부터 1982년까지 최장기 집권한 레오니트 브레즈네프 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의 기록을 깨고 사상 최장기 집권자가 된다.
푸틴은 2000~2008년 재임기간 러시아를 경제와 정치적으로 안정화시켰다는 평을 받는다. 이 기간 러시아 경제는 연 7%의 고속성장을 누렸다. 1999년 2000억달러이던 러시아 국내총생산(GDP)은 2008년 1조5000억달러로 7배 이상 늘었다. 1인당 소득은 2000년 960달러에서 2008년 7680달러로 증가했다.
또 정치적으로는 독립을 시도하던 체첸자치공화국을 무력으로 굴복시켰고, 막대한 부를 바탕으로 정치력을 키운 신흥 재벌들의 기를 꺾어놓았다. 석유와 천연가스를 무기화해 국제사회에서 발언권을 키우기도 했다.
비록 푸틴의 인기는 예전만 못하지만 슈퍼강대국 시절을 그리워하는 이들에게 푸틴은 더할 나위 없는 적임자다. 이에 부응하듯 24일 전당대회에서 푸틴은 경제성장률 6~7% 달성, 부자증세, 연금 및 월급 인상, 군사력 강화 등을 약속하며 강한 러시아 건설을 다짐했다. 푸틴 총리는 대선 후 메드베데프에게 내각을 맡기겠다며 ‘권력 맞교대’를 이미 밝힌 상태다.
하지만 푸틴과 메드베데프가 꿈꾸는 ‘2인극’이 순조롭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푸틴 사단의 핵심 멤버로 통화는 알렉세이 쿠드린 재무장관 겸 부총리가 “메드베데프 총리 정부에서 일할 수 없다”고 공개 선언하고, 야권도 “정치적 정체와 사회 붕괴를 가져올 최악의 결정”이라며 비난하는 등 고위급에서 반발이 일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희라 기자/hanira@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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