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채상우 인턴기자]# “어느 한 순간 ‘김길태’라는 이름 때문에 삶이 너무 힘들어 졌어요.”
서울 시내 4년제 대학교에 재학중인 김길태(24)씨는 2010년 부산 여중생 살해범 김길태와 동명인이라는 이유로 하루하루가 고욕이었다. ‘김길태 사건’이 화제가 됐던 당시 김씨는 군인이었다. 덕분에 김씨의 군생활은 따돌림과 괴롭힘으로 얼룩진 날들이었다. 전역 이후에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김씨는 “제대 후 학교 생활이나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때 안 좋게 보는 시선 때문에 위축되기 십상이었다”고 당시의 심경을 토로하며 “계속되는 스트레스에 김길태 기사는 쳐다보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반인륜적 범행을 저지르는 강력범죄가 증가하자 동명인이 받게 되는 정신적 스트레스는 상상을 초월했다.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꼬리를 물고 등장하는 강력범들의 이름에는 국민들의 정서적 반감이 내재해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자주 오르내리고 있는 ‘여성 연쇄살인범’ 강호순, ‘나영이 사건’의 조두순, ‘흉악 성범죄자’ 오원춘, ‘나주 성폭행 사건’의 고종석을 비롯해 ‘울산 자매살인사건’의 김홍일과 이름이 같다면 나이나 성별, 직업을 막론하고 같은 처지에 놓인다.
심지어 직업이 공무원인 경우라면 상대방이 보이는 반감은 더 크게 다가온다. 강호순이라는 이름을 가진 한 공무원은 “공무집행을 해야 하는 공무원이 범죄자 이름을 가지고 있으니 민원인들이 꺼려하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을 정도다.
이름 하나 때문에 삶이 힘들어졌으니 개명까지 고려하는 경우도 있었다.
서울가정법원과 개명대리법인 6곳을 통해 2012년 개명신청 결과를 조사해 본 결과 강호순, 조두순, 오원춘, 고종석, 김홍일에 대한 개명신청 사례는 전무했으며 김길태가 1건 있었다. 정신적인 스트레스에 비한다면 실제로 개명을 신청한 경우는 의외로 적었다.
서울지방가정법원 가족관계등록비송의 개명부서 관계자는 “강력범죄자라 해서 급작스럽게 개명을 하는 경우는 사실 많지 않다”고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해줬다.
도리어 피해자의 이름을 가진 동명인이 개명을 신청한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두순 범죄의 피해자 ‘나영이’의 동명인 개명신청 사례는 무려 7건에 달했다. 이에 대해 한 개명대리법인 관계자는 “나영이란 이름을 가진 아이의 부모들이 사건에 대한 경각심에 필사적으로 바꾸려는 사례가 몇 있다”고 답했다.
비슷한 사례는 연예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가수 윤상(45)씨 또한 본명인 ‘이윤상’이 유년시절에 납치됐다 살해된 아이 이름과 같아서 개명 했다고 말한 바 있다.
윤상씨가 언급한 ‘이윤상 어린이 납치사건’은 1980년 11월에 이윤상(당시 14세)군이 누나의 심부름으로 기념우표를 사러 외출을 나간 후 납치돼 살해된 사건을 말한다. 당시 검거된 범인이 이윤상군이 다니던 중학교의 체육선생으로 밝혀져 큰 충격을 안긴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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