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수품 정부간 거래시스템 도입…비우호적 국가엔 의회서 판매 제한

우리 속담에 “돈이 제갈량”이라는 말이 있다. 돈만 있으면 못난 사람도 제갈량이 되어 세상의 모든 일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사자성어로는 전가통신(錢可通神)이라는 말이 있다. 돈만 있으면 귀신도 부릴 수 있다는 의미라고 한다. 영어로는 이를 “Money talks(돈이면 다 통한다)”고 한다.

그러나 억만금을 줘도 되지 않는 일이 있다. 바로 국가 간 신무기 판매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전 세계 무기 시장점유율 부동의 1위인 미국은 민간 방위사업체의 군수품을 정부 간 거래 형식인 대외군사판매(FMS)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대부분의 무기 판매가 천문학적인 예산이 소요되는 국가 간 거래인 만큼 미국 민간 무기생산업체의 제품 계약을 구매자가 업체와 맺는 것이 아니라 미국 정부의 국방안보협력국과 맺도록 하는 것이다. FMS 방식으로 계약을 맺으면 미 정부가 미 의회의 승인을 받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에 따라 미 정부는 국익에 도움이 될 만한 무기 거래는 정부와 의회가 전폭적으로 지원할 수도 있고, 미국에 비우호적인 국가에는 의회 승인 등을 거치는 과정에서 민감한 무기 판매에 제한을 걸 수도 있다.

현재 미 공군의 최신 기종인 F-35는 살 수 있는 나라와 살 수 없는 나라가 정해져 있다.

미 방위산업체 관계자는 “요즘은 냉전 당시와 달리 뚜렷한 적대국이 없는 시대이긴 하지만, 최신 기술을 적용한 무기체계를 미국에 비우호적인 나라에 팔려 하지 않는다”며 “비우호적인 국가에는 무기를 팔더라도 개발한 지 오래되어 전 세계에 보편적으로 자리잡은 무기를 판다”고 했다.

이런 경향은 세계가 이념적 대결을 벌이던 냉전 시절 한층 강했다. 당시 적대국의 무기체계에 관한 정보는 그 자체가 고급 비밀로 분류됐다. 그러나 적대국가에 자국의 전략 무기를 넘기는 경우가 아예 없지는 않다.

구소련 시절 우리나라에 빌린 경협차관을 상환하기 위해 러시아는 러시아의 전략무기인 T80 전차 시리즈 중 최고 수준의 사양을 자랑하는 T80U와 당시 최신 장갑차인 BMP-3를 우리나라에 넘긴 적이 있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러시아연방 이외의 국가 가운데 최초로 T80U를 보유하게 됐다. 또 당시 우리 군은 러시아로부터 입수한 전차와 장갑차를 정밀분석해 우리 군 차기 무기체계 개발을 위한 밑거름으로 활용했다.

지난 10여년간 미국은 세계 무기 거래 시장에서 확고한 부동의 1위로서 2010년 기준 전 세계 무기수출 계약의 50% 이상을 점유한 반면, 20% 이하의 점유율로 2위에 올라 있는 러시아는 2009년 대비 2010년 계약 규모가 128억달러에서 78억달러로 크게 하락했다.

<김수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