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회 현상이 정치와 연관되어 있습니다. 우리더러 숨도 쉬지 말라는 겁니까?”
세월호 관련 정부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가 ‘정치적’이라는 일부 지적에 대해 회사원 권모(34) 씨는 “불쾌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회사 일을 핑계로 집회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정치 선동’이라는 말 때문에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다”며 “반성은 못할망정 시민을 적(敵)처럼 대하는 데 분노를 느낀다”고 했다.
세월호 사고 발생 28일째. 사고 후 정부의 무능한 대처를 비판하는 집회ㆍ시위가 전국에서 잇따르고 있다. 일각에선 이런 시민들의 움직임을 이른바 ‘정치 선동’으로 몰아가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정작 시민들은 “시민들의 뜻을 ‘정치 선동’이란 말로 폄하하는 게 더 정치적”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10일 도심 곳곳에선 세월호 추모 집회가 개최됐다. 경기도 안산 문화광장과 서울 청계광장엔 각각 2만여명, 5000여명(경찰 추산 7000명, 1900명)의 시민들이 모였다. 홍대입구와 명동성당에선 경희대 재학생이 기획한 침묵 행진이 열려, 검은색 옷과 흰색 마스크를 착용한 200여명이 ‘가만히 있으라’는 피켓을 들기도 했다.
특히 잇달은 집회ㆍ시위에서 ‘대통령 퇴진‘, ‘하야‘ 라는 문구까지 등장하면서 여당 의원 등 일부에선 이를 ‘정치 선동’으로 규정했으나, 오히려 이런 태도가 많은 국민들의 분노를 부추기는 모습이다.
지난 10일 청계광장 집회에 참여했다는 한 시민(32)은 “집회 주최자 몇명이 과도하게 감정을 자극하는 부분이 없지 않았다”면서도 “‘정치 선동’이라는 것은 집회에 참여한 대다수 일반인들을 자기 생각도 없이 이리저리 휘둘리는 바보라고 말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에 대한 시민들의 비판적 목소리는 당연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김은성 경희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관리 감독 등 예방적 측면이나 사고 현장에서 보여준 사후 대처 등의 면에서 정부에서 많은 문제점이 노출된 것은 사실”이라며 “이에 따라 국민들이 분노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지난 1일 팽목항의 유족들을 위해 진도로 다시 내려간 단원고 한 학부모는 “지금 굳이 유병언 회장 관련 사안을 파헤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지 않느냐. 박근혜 대통령이 진도체육관에 내려와서 ‘책임자들이 문제 있고 잘못했으면 다 자른다’고 했는데 막말로 지금 제대로 책임진 사람이 누가 있느냐”면서 정부에 대한 실망감을 표시했다.
재난사고 이후 무능한 정부 대응은 곧장 시민들의 불신으로 이어진다는 건 이미 여러 연구가 지적한 사실이다.
한국행정연구원(임성근 외 4인)이 2011년 펴낸 연구보고서 ‘정부신뢰와 소통 제고를 위한 Public Relations 시스템 구축’에 따르면 “정부의 위기대처능력은 대중의 신뢰를 비롯해 정부에 대한 대중의 견해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미국 카트리나 재해를 언급하면서 “당시 통일된 재난관리 체계의 부재는 각 기관들이 책임을 회피하거나 전가하려는 행태를 야기했다”며 “이런 행태는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청와대 역시 세월호 사고 이후 대처에 대한 비판을 모면하기 위해 사고 발생 일주일째인 지난달 23일, 민경욱 대변인을 통해 “국가안보실 위기관리센터는 재난컨트롤타워가 아니다”라면서 정부와 청와대 사이에 선을 긋고 책임을 회피하려는 어처구니없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에 따라 ‘정치 선동‘이라는 단어를 삼가야 한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한 대학 교수는“‘하야하라’라는 말은 대통령에게 실망했다는 뜻의 의사표현인데, 이를 모조리 불순세력의 말로 해석하면 안 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설동훈 전북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사건만 나면 모두 대통령 책임이냐고 힐난하지만 미국의 경우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자기 책임이라고 말한다. 그게 민주주의 시스템”이라며 “자꾸 ‘정치선동’ 운운하는 것이야말로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매우 정치적인 행동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지웅·배두헌 기자/
![앤트로픽 IPO는 시작일 뿐…AI 모델 ‘골라주는 시장’ 커진다 [서학개미 주식회사]](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3/rcv.YNA.20260813.PRU20260813276001009_T1.jpg?type=h&h=240)
![“교과서 미래엔 AI가 있다”…‘AI 공장’된 미래엔 세종공장 [그 회사 어때?]](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2/news-p.v1.20260821.9213ff47283443e4aeec745e2b971c31_T1.jpg?type=h&h=240)
![일본서 사라진 인플레 ‘명목 앵커’…물가·엔화에 중요한 이유 [츠토무 와타나베]](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1/news-p.v1.20260816.209013b3297d4c92ab32710d529f3877_T1.jpg?type=h&h=2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