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양형위, 첫 양형기준 마련
중대산업재해로 노동자가 숨진 경우 경영책임자 등에 대해 징역 1년6개월에서 4년을 기본으로 하는 양형기준이 마련된다. 안전·보건 확보의무 위반 정도가 중하거나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하는 등 가중요소가 중첩되면 최대 징역 15년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했다.
22일 대법원 양형위원회(위원장 이동원)에 따르면 양형위는 전날 제148차 전체회의를 열고 중대재해처벌법상 중대산업재해치상·치사 범죄의 권고 형량범위와 양형인자, 집행유예 기준 등을 심의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처음 마련되는 중대재해범죄 양형기준이다.
양형위는 중대산업재해치사 범죄의 권고 형량을 기본영역 1년6개월~4년, 감경영역 징역 10개월~2년, 가중영역 3~10년으로 정했다.
가중요소가 겹치는 경우에는 형량이 크게 올라간다. 가중영역에 해당하면서 특별가중인자만 2개 이상 존재하거나 특별가중인자가 특별감경인자보다 2개 이상 많으면 가중영역 상한인 징역 10년을 1.5배 높여 최대 징역 15년까지 권고할 수 있도록 했다. 양형위는 “안전·보건 확보의무 위반 정도가 중하거나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한 사건 등에서 엄정한 양형이 이뤄지도록 하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특별가중인자는 ▷안전·보건 확보의무 위반의 정도가 중한 경우 ▷유사한 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한 경우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한 경우(다수범죄 처리기준이 적용될 때는 제외) 등이다.
중대재해처벌법상 중대산업재해치사죄의 법정형은 징역 1년 이상 또는 벌금 10억원 이하로, 징역형의 상한이 별도로 정해져 있지 않다. 양형위는 “중대산업재해치사의 경우 피해자 수와 피해 정도, 안전·보건 확보의무 위반 정도, 사고 경위 등에 따라 죄질의 편차가 클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권고 형량범위를 비교적 넓게 설정했다”고 밝혔다.
안전·보건 확보의무 위반 정도가 중한 경우를 판단할 기준도 제시됐다. 구체적으로는 ▷사고 위험에 대한 종사자의 보고나 사업장 내 부상 또는 질병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었는데도 이를 묵살한 경우 ▷관계기관으로부터 반복적으로 시정명령이나 지적을 받고도 조치하지 않은 경우 ▷위험요인을 확인하고도 작업을 강행시킨 경우 등이 해당한다.
아울러 안전 관련 인력·시설·장비 등에 필요한 최소한의 예산을 편성하지 않거나 관련 예산을 삭감·전용한 경우도 특별가중 대상이 된다. 도급·용역 과정에서 안전 확보에 필요한 비용을 반영하지 않은 채 현저히 낮은 금액으로 계약하거나 안전조치를 하기 어려울 정도로 공사기간을 짧게 정한 경우, 안전교육을 장기간 실시하지 않거나 형식적으로만 실시한 경우도 포함된다.
반면 유족과 합의하거나 피해를 실질적으로 회복한 경우에는 형량을 낮출 수 있도록 했다. ‘처벌불원 또는 실질적 피해 회복’이 특별감경인자로 설정됐다. 양형위는 기존 중대재해 사건에서 유족과의 합의가 실제 양형에 반영돼 온 점과 다른 사망·상해 범죄에서도 이를 특별감경인자로 두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피해 회복을 양형에 반영해 유족에게 충분한 배상이 이뤄지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사고 이후 기업이 재발 방지를 위해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도 양형에 영향을 미친다. 기존 산업안전보건범죄에서는 ‘위반 사항을 시정한 경우’를 일반감경인자로 뒀지만, 중대재해범죄에서는 단순 시정을 넘어 ‘재발방지를 위한 실효적인 조치’를 취해야 감경요소로 인정하도록 기준을 강화했다. 집행유예 여부를 판단할 때는 이를 주요 긍정적 참작사유로 반영한다.
중대산업재해치상죄의 권고 형량은 기본영역 1~2년6개월, 감경영역 징역 6개월~1년6개월, 가중영역 2~5년으로 정했다. 치상죄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2025년 말까지 확정된 1심 선고 사례가 단 1건에 불과해 법정형과 보호법익이 같은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조치의무위반치사죄의 기존 양형기준이 적용됐다.
재범에 대해서는 별도의 가중 기준도 마련했다. 중대산업재해 범죄로 형이 확정된 뒤 5년 이내 다시 중대산업재해 범죄를 저지르면 권고 형량의 상·하한을 모두 1.5배 높이도록 했다.
양근혁 기자
y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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