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협 휠체어 이동정보 2만건 수집 결실
사회적가치 페스타 저상버스 성과 발표
예약앱 이후 연간 탑승 13회→860회 ‘66배’
5년 실증 거쳐 대전시 ‘어디가유’로 재탄생
시니어·유아차까지 서비스 확대 추진
[헤럴드경제=김서현 기자] 무더웠던 2023년 여름, 대전 지역 신협 임직원 300여명이 점심시간과 퇴근 후 시간을 쪼개 휠체어를 끌고 거리로 나섰다. 보도에 턱은 없는지, 건물 출입구로 진입할 수 있는지, 장애인 화장실은 어디에 있는지 하나씩 확인하기 위함이다.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계단 하나도 빠뜨리지 않기 위해 가는 곳마다 사진까지 찍었다. 한 달여간 이렇게 모은 이동정보만 약 2만건이다.
이 정보는 신협사회공헌재단이 참여해 구축한 ‘저상버스 탑승 예약·휠체어 이동경로 안내 서비스’의 기초 데이터가 됐다. 휠체어 이용자가 앱에서 저상버스를 예약하면 기사에게 탑승 정보가 전달되고, 하차 후에는 목적지까지 이동 가능한 경로와 보행 장애물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다.
신협사회공헌재단은 지난 21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제3회 대한민국 사회적가치 페스타’에서 이 같은 ‘저상버스 탑승 예약 앱 제공 프로젝트’의 추진 과정과 성과를 공개했다. 신협재단이 SK행복나눔재단, 대전광역시, 위즈온협동조합과 2022년부터 추진해온 사업이다. 신협재단은 사업비 지원과 이동정보 수집을, SK행복나눔재단은 사업 기획·운영을, 대전시는 버스 시스템 적용과 기사 교육을, 위즈온은 기술개발을 맡았다.
김선홍 행복나눔재단 세상파일팀 매니저는 “저상버스는 늘고 있었지만 정작 휠체어 이용자들은 버스를 타기 어려웠다”며 “현장에 가보니 ‘버스가 그냥 지나간다’, ‘타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기사들도 정류장에 휠체어 이용자가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미리 알기 어려웠다”며 “저상버스를 더 늘리는 것보다 이미 있는 버스를 실제로 탈 수 있게 해보자는 데서 사업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이용자가 앱에서 저상버스를 예약하면 해당 정보가 운전기사 단말기로 전달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버스 안에서는 휠체어 이용자의 탑승을 미리 알리는 안내방송이 나온다. 승객은 통로를 비우고, 운전기사는 경사판을 준비할 수 있다. 하차할 때도 운전기사가 이용자의 하차를 미리 인지해 경사판 설치 등 필요한 지원을 제공한다.
대전 지역 휠체어 이용자의 저상버스 탑승은 서비스 도입 전 연 13회에서 지난해 860회로 약 66배 늘었다. 김 매니저는 “휠체어 이용자 20명을 대상으로 포커스그룹을 구성해 분기마다 효과를 측정해왔다”며 “이동정보 탐색시간은 82% 줄었고, 일부 이용자의 외부활동 횟수는 주 3회에서 주 6회로 늘었다. 장애인 콜택시와 비교하면 대기시간을 포함한 총 이동시간도 약 66%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서비스 개발자이자 휠체어 이용자이기도 한 오영진 위즈온협동조합 이사는 “예전에는 장애인 콜택시 운행이 밤 9시면 끝나 휠체어 이용자들끼리 스스로를 ‘신데렐라’라고 불렀다”며 “여럿이 모이면 콜택시를 순서대로 잡아 타야 해 집에 돌아가는 데만 2시간씩 걸리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이제는 저상버스를 이용할 수 있어 막차가 다니는 밤 11시나 12시까지도 밖에서 약속을 잡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대전시는 예약 시스템이 실제 버스 운행에서 제대로 작동하도록 기사 교육을 강화했다. 김미경 대전시 버스정책과장은 “추운 크리스마스에 휠체어 이용자가 예약하고 정류장에서 기다렸지만 기사가 이를 인지하지 못해 그냥 지나친 일이 있었다”며 “이를 계기로 운수종사자 정기교육에 예약서비스 이용 방법과 휠체어 이용자 응대·탑승 지원 내용까지 포함했다”고 말했다.
5년간의 민간 실증은 올해 공공서비스로 이어진다. 신협재단 등이 구축해온 서비스는 올해 하반기 ‘어디가유’라는 이름으로 대전시에 이관될 예정이다. 민간 사회공헌으로 시작한 서비스가 지자체의 정식 교통서비스로 넘어가는 것이다.
사업 대상도 넓힐 계획이다. 현재 가입자 1600여명 가운데 대부분은 휠체어 이용자지만, 향후 시니어와 유아차 이용자, 일시적으로 이동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까지 아우르는 교통약자 서비스로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김 사무국장은 “민간이 먼저 실증한 모델을 공공이 이어받아 안정적으로 운영하게 됐다는 점이 이번 사업의 가장 큰 의미”라며 “이번 경험을 계기로 지원 규모보다 실제 문제 해결과 이용자의 변화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사회공헌의 기준도 바뀌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사업이 계기가 돼 청각장애인의 금융서비스 접근성을 높이는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장애인의 일상 속 불편을 해결하는 문제 해결형 사회공헌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sns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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