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대 동아리·컨설팅 출신 ‘정보카르텔’ 적발

인수합병(M&A) 미공개정보 5년간 공유 정황

부당이득 200억 이상…가족·지인도 매매 가담

합동대응단, 20여 곳 압수수색·계좌 지급정지

고발·부당이득 최대 2배 과징금 등 후속 조치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 출범 1주년 운영성과 점검 회의에서 황선오 합동대응단장이 안건을 보고하고 있다. [연합]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 출범 1주년 운영성과 점검 회의에서 황선오 합동대응단장이 안건을 보고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명문대 경영동아리와 글로벌 컨설팅회사에서 인연을 맺은 금융권 종사자들이 상장사 인수합병(M&A) 관련 미공개정보를 공유해 200억원이 넘는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금융당국에 적발됐다.

이들은 사모펀드 운용사와 상장사 등으로 자리를 옮긴 뒤에도 약 5년간 내부 정보를 공유하고 가족과 지인까지 주식 매매에 동원한 것으로 조사됐다. 금융당국은 특정 개인의 일회성 미공개정보 이용이 아니라 금융 전문가들 사이에 장기간 형성된 ‘정보 카르텔’로 보고 있다.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로 구성된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은 M&A 관련 미공개정보 이용 혐의를 받는 관계자들의 자택과 사무실 등 20여 곳을 압수수색했다고 29일 밝혔다. 증권선물위원회는 부당이득 은닉을 막기 위해 일부 혐의자의 증권계좌에 대해서도 지급정지 조치를 내렸다.

금융당국이 주목한 것은 이른바 ‘금융 엘리트’ 사이에 형성된 장기간의 정보 공유망이다. 핵심 혐의자들은 명문대 경영동아리와 글로벌 컨설팅회사에서 함께 활동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이후 각자 사모펀드 운용사와 상장회사 등으로 이동해 공개매수 등 M&A 관련 업무를 담당했다.

당국에 따르면 이들은 최근 약 5년 동안 업무 과정에서 알게 된 여러 상장사의 공개매수와 지배구조 개편 등 호재성 미공개정보를 지속해서 주고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공개매수나 M&A, 지배구조 개편 계획은 발표 직후 해당 기업 주가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대표적인 중요정보로 꼽힌다. 이에 자본시장법은 해당 정보가 일반 투자자에게 공개되기 전 이를 이용해 주식을 사고팔거나 다른 사람에게 전달해 매매에 활용하도록 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특히 이번 사건의 혐의자들은 M&A 업무를 직접 수행하면서 엄격한 비밀유지의무를 부담하는 전문인력이었다는 것이 당국의 판단이다.

혐의자들은 이렇게 확보한 정보를 자신의 주식 투자뿐 아니라 가족·지인에게도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미공개정보가 시장에 발표되기 전 해당 종목 주식을 미리 사들인 뒤 정보가 공개돼 주가가 오르면 높은 가격에 처분하는 방식이다.

당국이 현재까지 파악한 이들의 부당이득 규모는 총 200억원 이상이다. 본인들끼리 정보를 주고받는 데 그치지 않고 가족과 지인들에게까지 정보가 전파되면서 미공개정보 이용에 가담한 범위도 넓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거래소 제공]
[한국거래소 제공]

금융당국은 이 같은 점에서 이번 사건을 일반적인 내부자거래 사건과 구별하고 있다. 특정 개인의 일회성 일탈이 아니라, 서로 다른 회사에 몸담은 전문인력들이 인적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여러 종목의 정보를 장기간 반복적으로 공유했다는 것이다.

당국은 비밀유지의무가 있는 전문인력이 정보의 원천이 됐고 가족·지인까지 거래에 가담했다는 점에서 사안이 중대하다고 보고 있다.

이번 사건은 한국거래소의 시장 감시에서 처음 단서가 잡혔다. 개별 혐의자들의 이상매매는 그동안 여러 차례 포착됐지만 누가 정보를 전달했는지, 서로 어떤 관계인지 등을 확인할 단서가 부족했다.

금융당국은 최근 수년간 시장감시를 통해 적발한 미공개정보 이용 사건을 다시 들여다보는 과정에서 동일 혐의자가 여러 사건에 반복적으로 등장한다는 점을 포착했다. 이에 관련 사건들을 하나로 묶어 심층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지난 5월부터 합동대응단을 중심으로 금융위·금감원·거래소가 공조 조사를 벌여왔다.

합동대응단은 기존 사건 수사 경험도 이번 정보망을 찾아내는 데 활용했다. 앞서 합동대응단은 공개매수 주관사인 NH투자증권 임원이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혐의에 대해 지난해 10월 압수수색 등 강제조사를 실시한 뒤 올해 5월 해당 혐의자를 고발했다.

당국은 당시 사건 조사 경험을 토대로 최근 수년간의 이상매매 사례를 분석한 끝에 M&A 업무를 담당하는 금융 전문가들이 서로 미공개정보를 반복적으로 공유해온 정황을 포착했다.

합동대응단은 이날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자료와 기존 조사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추가 조사를 마무리한 뒤 혐의자들을 엄정 조치할 방침이다. 조사 결과에 따라 고발과 함께 부당이득의 최대 2배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하는 후속 조치도 추진한다.


th5@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