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 금품수수’ 압수수색 앞두고 저장매체 파손
나머지 3명도 유죄…“증거인멸죄 성립 영향 없어”
“전재수 부하직원 이전에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
[헤럴드경제(부산)=정형기 기자] 전재수 부산시장의 국회의원 시절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과 관련해 압수수색을 앞두고 증거를 없앤 혐의로 기소된 전직 보좌진 4명이 모두 유죄를 선고받았다. 이 중 선임비서관이던 50대 A씨는 실형과 함께 법정구속됐다.
부산지법 서부지원 형사3단독 김수홍 부장판사는 30일 A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하고 도주 우려를 이유로 구속했다. 4급 보좌관이던 50대 B씨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과 사회봉사 120시간이, 8급 비서관이던 30대 C씨와 인턴 비서관 20대 D씨에게는 각각 벌금 300만원이 선고됐다.
피고인들은 전 시장의 금품수수 의혹이 공소시효가 끝나 증거인멸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김 판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수사에서 전 시장이 받은 금액이 3000만원 이상으로 드러나면 공소시효가 10년 이상이 되어 당시 시효가 완성되지 않은 셈이므로 형사소추 가능성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파손한 저장매체에 사건 관련 증거가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김 판사는 “저장매체에 전 시장의 당시 일정과 미팅 내역 등 형사사건과 관련된 증거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설령 그 증거의 가치가 크지 않더라도 대법원 판례상 증거인멸죄 성립에는 영향이 없다”고 했다.
김 부장판사는 A씨가 인턴 D씨의 경찰조사 이후 “서울 사무실 얘기가 나오면 절대 안 된다”는 취지로 말한 점도 “A씨가 범행을 독자적으로 계획하고 실행했는지는 다소 의문이 있지만, 적어도 부산 사무실에서는 주도적으로 행동했고 본인도 이를 인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B씨는 “범행을 묵인했을 뿐 공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으나 김 판사는 “B씨가 직접 실행에 나서지는 않았지만 부산 사무실의 최선임자로서 A씨와 함께 범행을 지휘했고, 반대했다면 A씨가 쉽게 범행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책임이 가볍지 않다고 봤다.
D씨는 범행 대부분을 직접 실행했다. 그러나 상급자의 지시에 따른 것이고, 인턴 비서관으로서 지시를 거부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판단됐다. 재판부는 D씨에게 전과가 없고 피고인 중 유일하게 반성하는 태도를 보인 점도 양형에 참작했다.
김 부장판사는 “피고인들이 인멸한 증거 관련 형사사건은 국회의원, 장관, 현재 광역지방자치단체장을 맡고 있는 정치인의 뇌물 수수와 관련된 것으로 그 중요성이 매우 크다”면서 “이번 범행으로 국민의 헌법상 알 권리가 중대하게 침해됐다”고 지적했다. 당시 공무원 신분이던 피고인들이 전재수의 부하직원이기 이전에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였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러면서 “증거인멸죄의 경우 타인과의 개인적 관계로 인해 특별한 이익을 가하지 않고 범행하는 경우가 많으나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인들은 전재수로부터 유무형의 이익을 받을 것을 기대하고 범행했다고 보인다”면서 “그렇다면 적어도 범행으로 인한 기대이익보다 불이익이 더 커야 한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한편 피고인들은 지난해 12월 10일 전재수 당시 의원의 부산 지역구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이 예상되자 PC 저장장치인 HDD(하드디스크)를 드라이버로 해체한 뒤 망치로 내려치고, SSD(반도체 드라이브)는 손과 발로 구부려 파손하며 저장된 전자정보를 삭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파손한 저장장치는 각각 주거지 인근 밭과 부산의 한 목욕탕 쓰레기통에 버린 것으로 조사됐고, 검찰은 지난달 14일 결심공판에서 A씨에게 징역 1년 6개월, B씨와 C씨에게 각각 징역 1년, D씨에게 징역 6개월을 구형했다.
kaf200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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