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적 관객 189만명대…개천절 주말 200만 돌파 가시권
與野 넘어 ‘표현의 자유·역사 왜곡’ 공방…상영 중단·국감 출석 요구까지
김태규 “전두환 내란 아니다” 발언 파장…민주당 징계·제명 촉구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고(故)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정치권 논쟁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에서 상영 중단과 감독의 국정감사 출석 요구까지 나온 데 이어, 영화 관련 토론 과정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의 내란죄를 부정하는 발언까지 등장하면서 논쟁은 영화를 넘어 현대사 해석과 표현의 자유 문제로까지 확장되는 양상이다.
3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등에 따르면 ‘암살자(들)’은 지난 2일까지 누적 관객 189만명을 기록했다. 지난달 23일 개봉한 이 영화는 개봉 후 5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고, 지난 1일에는 하루 5만5018명이 관람하며 다시 일간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지난 1일 기준 누적 관객은 182만1963명이었다. 3일 개천절부터 이어지는 주말 관객까지 감안하면 이번 주말 200만명 돌파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정치권 논란이 관람객 증가나 감소로 이어질 개연성도 열려있다.
‘암살자(들)’은 1974년 8월15일 광복절 경축식에서 발생한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당시 수사당국은 재일교포 문세광이 조총련을 통해 북한 측 지령을 받고 박정희 당시 대통령을 저격하려다 육 여사가 희생된 것으로 결론 내렸다. 영화는 이를 토대로 사건을 추적하는 경찰과 기자 등 가상의 인물을 등장시켜 당시 제기됐던 의문들을 재구성했다.
논쟁은 영화가 사건의 배후에 당시 중앙정보부 등 권력기관이 개입했을 가능성을 암시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며 가속됐다. 국민의힘 인사들은 이를 ‘역사 왜곡’이라고 비판했고, 제작진은 특정인을 배후로 전제하고 만든 작품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허진호 감독은 최근 인터뷰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을 배후로 전제하고 영화를 만든 것이 아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정치권 논쟁은 전직 대통령들을 소환하는 양상으로 번졌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달 28일 “노무현 대통령을 건드리면 줄줄이 고소·고발 당한다. 박정희 대통령 모욕은 ‘표현의 자유’”라고 지적했다. 장 대표는 이어 5·18 민주화운동 관련 허위사실은 처벌 대상이 되는 반면 다른 역사적 사건에 대해서는 표현의 자유가 과도하게 폭넓게 인정된다고도 지적했다.
김종혁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 뒤에 권양숙 여사가 있다고 암시하는 영화는 어떠냐”고 반문하며 정치적 진영에 따라 역사적 인물을 다루는 기준이 달라져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 역시 “노무현 전 대통령 죽음을 권양숙 여사가 사주했다는 영화가 나온다면 그것도 표현의 자유인가”라고 말했고, ‘암살자(들)’에 대해서는 ‘사자명예훼손 가능성’을 제기하며 처벌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논쟁의 수위도 높아졌다. 신동욱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영화의 즉각적인 상영 중단을 요구했고, 국민의힘에서는 허진호 감독 등을 국정감사에 불러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나경원 의원은 “육영수여사서거 역사왜곡처벌법과 6·25 역사왜곡처벌법부터 만들어야 한다”며 그렇지 않다면 5·18 역사왜곡처벌법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논쟁은 최근 전두환 전 대통령의 내란죄에 대한 평가로까지 번졌다. 김태규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30일 유튜브 방송에서 ‘전두환은 내란이냐’는 질문을 받고 “내란 아닙니다.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답했다. 법원 판결이 확정된 사안이라는 진행자의 지적에도 그는 “단정적으로 내란이라고 하는 부분은 선뜻 동의하기 어렵고 역사적 평가가 더 필요한 부분”이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대법원은 1997년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12·12 군사반란과 5·18 관련 내란죄 등을 인정해 무기징역을 확정한 바 있다. 김 의원의 발언이 알려지자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일 김 의원에 대한 징계안과 제명 촉구 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5·18 관련 단체들도 확정된 사법 판단과 역사적 사실을 훼손했다며 사과와 사퇴를 요구했다.
김 의원은 2일 입장문을 통해 “비록 진의는 그렇지 않더라도 오해를 초래할 빌미를 제공한 부분에 대해 유감으로 생각한다”며 앞으로 표현에 신중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자신의 발언 취지에 대해서는 역사적 사실을 국민의 논의에 맡겨야 하고 특정 사건만 달리 취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을 유지했다. 연합뉴스
영화 밖 논란은 영화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제작사 요청으로 ‘암살자(들)’ 팀의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참석과 야외 무대인사 등이 취소됐다. 출연 배우를 겨냥한 비난과 집회 예고까지 이어지면서 작품에 대한 평가와 창작자 개인을 향한 공격을 구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영화계에서 나오고 있다.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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