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한국의 투자 기정사실인 듯 발표
우리 정부 “확정된 것 아냐…협상할 것”
안보 분야 추후 협의 영향 “불 보듯 뻔해“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 한미 대미투자 협상 진전으로 안보 분야의 후속 협의에도 속도가 날 것으로 기대됐지만, 의외의 복병이 나타났다. 바로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 정부의 500억 달러 투자를 기정사실인 듯 발표한 반면, 우리 정부는 사업 참여를 확정한 것은 아니며, 추진 여부를 두고 협상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대미투자 협상이 안보 협의와 맞물려 있는 상황에서 알래스카 LNG 사업에 대한 양국의 입장차는 안보 추가 협의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지난 1일 정부가 발표한 대미투자 관련 공동 설명자료(팩트시트)에 따르면, “상업적 합리성과 국내법상 요건 충족을 조건으로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추진을 위한 작업에 착수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즉 우리 정부는 알래스카 LNG 사업 참여를 확정한 것이 아니며, 추진 여부를 놓고 미국과 협상을 이어가겠다는 취지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한국이 500억달러 규모의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 투자한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이어 2일에도 한국이 투자에 합의하지 않으면 “곧 두 배를 청구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두 배’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투자금이나 관세 등을 의미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같이 알래스카 LNG 투자를 둘러싼 한미 간의 견해차가 커지면서 그간 지연됐던 안보 분야 후속 협의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핵추진잠수함과 원자력 협력 등 안보 분야 후속 협의는 지난 6월 첫 회의 이후 뚜렷한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지난 1일 정부의 대미투자 프로젝트가 공식 발표된 만큼 이와 연계된 안보 협의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했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그간 우리 마음만큼, 기대만큼 진척을 이루지는 못했다”면서 “안보 문제도 조만간 다시 가동해서 우리가 원하는 대로 가급적 빨리 협상을 진행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안보 협의 재가동을 앞두고 알래스카 LNG 투자 문제가 불거지면서 또다시 안보 협의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대미투자와 안보현안이 맞물려온 만큼, 알래스카 LNG에 대한 양국의 이견이 안보 협의의 분위기나 속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고명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우리 입장에서는 투자 문제와 안보 문제가 어느 정도 연계돼 있지만 전부 다 연계된 것은 아닌데,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은 좀 다른 것 같다”며 “우리는 핵추진잠수함 등 현안에서 미국의 협조가 필요한 만큼 대미투자를 협상 카드로 활용하려고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투자와 안보 현안을 보다 폭넓게 연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대미투자 성과를 강조하고 있는 것을 보면, 최근 한국에 대한 투자 압박에는 미국 국내 정치적 요인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핵추진잠수함과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등 개별 안보 현안마다 한미 간 이해관계와 협상 여건이 다른 만큼 투자 문제와 맞물리는 정도도 다를 수 있다.
고 책임연구위원은 “(안보) 사안별로 보면 한미 간 이해가 맞는 것도 있고 안 맞는 것도 있다”며 “우리는 사인별로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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