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리스트 상식 밖 언행에 비판 여론

“아시안게임 금메달까지 군면제 해야하나”

아세안 금메달 군면제 국가는 한국 등 3곳뿐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 직후 대회 기간 대표팀 내 있던 전역모를 쓰고 소셜미디어에 올린 23세 이하 축구대표팀 박승수. [박승수 SNS]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 직후 대회 기간 대표팀 내 있던 전역모를 쓰고 소셜미디어에 올린 23세 이하 축구대표팀 박승수. [박승수 SNS]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 “메달이나 트로피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군 면제(병역 혜택)라는 보상이 있으니, 그거 하나만 보고 경기를 했던 것 같다.”(양민혁·베스테를로)

지난 3일 한국 남자 축구 대표팀은 경기를 앞두고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투지를 불태웠다. 전통적인 앙숙인 ‘일본’과의 경기여서도, 아시안게임 4연패를 위한 불굴의 의지 때문도 아니었다. 바로 금메달을 따야 병역 면제 혜택을 받을 수 있어서다. 덕분에 이민성 감독이 이끄는 23세 이하(U-23) 축구 대표팀은 이날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후반 엄지성(스완지시티)의 결승 골에 힘입어 1-0으로 승리,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승리의 기쁨도 잠시, 군면제를 대놓고 좋아한 선수들의 분별없는 발언 때문에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에 대한 군면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대표팀에서 주장을 맡은 이기혁(강원)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군대 안 갑니다”라고 말하며 환한 미소와 함께 금메달을 들어 올렸다.

여기에 일본전에 함께 선발 출전한 양민혁(베스테를로)은 “군 면제(병역 혜택) 하나만 보고 경기를 했다”고 했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뉴캐슬 소속의 박승수는 군대도 안 갔으면서 ‘전역모’를 쓴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

선수들의 상식 밖의 발언으로 이미 임계점에 다다른 프로 선수의 병역 특례에 대한 국민 여론이 점차 부정적인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우리나라는 국위 선양과 문화 창달에 기여한 특기자가 현역 복무 대신 예술·체육 분야에서 복무하도록 하는 보충역 제도인 예술·체육요원 병역특례 제도를 운영 중이다. 체육 분야의 경우 올림픽에서 동메달 이상을 따거나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면, 3주간 기초군사훈련을 받고 34개월 복무기간 총 544시간을 자신의 특기를 활용한 봉사활동으로 이수하면 된다. 사실상 면제에 가깝다.

직업 수명이 짧은 체육 분야의 선수는 30대 이전에 해야 하는 병역 의무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 이에 입대를 앞둔 선수들은 국제 대회에 나가서 반드시 메달을 따고 싶어 한다.

특히 아시안게임 4연패와 5연패를 달성한 축구와 야구는 병역 혜택의 특수성으로 팀 구성에 잔뜩 힘을 줘서 참가하는 종목이다. 경쟁국은 아마추어나 21세 이하 어린 선수들이 참여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프로에서 뛰는 전문 선수들이 참여해 공정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돼왔다.

4일 일본 나고야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린 대한민국 선수단 결산 기자회견에서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
4일 일본 나고야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린 대한민국 선수단 결산 기자회견에서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

문제는 분단국가의 특성상 국민의 4대 의무 중 하나인 병역 이행과 관련한 국민적 민감도가 높은 상황에서 국민 정서와 괴리된 일부 선수들의 발언으로 선수들의 병역 특례에 대한 제도 자체의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나 최근엔 아시안게임에서 메달의 가치와 인기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어 선수들에게 과도한 특혜를 주는 게 아니냐는 비난의 여론이 많다.

여기에 징병제를 시행하는 전 세계 나라 중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메달에 이런 파격적인 혜택을 주는 나라가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우리처럼 선수가 아시안게임, 올림픽 등 국제 대회에서 메달을 따면 병역 부담을 줄여주는 나라는 대만과 이란 정도다.

이스라엘, 튀르키예, 오스트리아, 핀란드, 스위스, 덴마크 등은 선수가 메달을 따더라도 자동으로 병역을 면제해 주지 않는다. 병역을 이행하면서 계속 경기에 뛸 수 있도록 배려하는 정도다. 싱가포르 역시 입영 시기를 최대한 늦춰주는 혜택만 줄 뿐이다.

논란이 커지자 선수들은 연이어 사과했다.

이기혁은 4일 인천국제공항으로 대표팀과 함께 귀국해 “주장인 만큼 제가 말의 무게를 생각하고 얘기했어야 한다. 국방의 의무를 쉽게, 가볍게 여긴 건 아니다”라며 사과했다. 양민혁도 SNS에 글을 올려 “병역 혜택이 제가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가질 수 있었던 여러 동기 중 하나였다는 뜻이 잘못 전달됐다”고 말했다.

박승수도 사진을 내리고 “금메달을 딴 기쁨과 벅찬 마음이 너무 컸고, 그 순간 모자의 의미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못한 채 사진을 올렸다”며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고 계신 분들을 조롱하거나 그 노고를 가볍게 생각하는 마음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대한축구협회도 “일부 선수들의 경솔한 언행과 인터뷰로 많은 국민 여러분과 현역 장병들께 실망과 상처를 안긴 점 깊은 사과드린다”며 진화에 나섰다.

체육계 관계자는 “축구협회 등 국가대표의 관리 주체로서 선수들의 언행에 신경 써야 하는 것은 맞다”면서도 “이미 성인이고 명색이 ‘프로 선수’인 이들이 논란이 되기 전까진 문제를 인지하지 못하는 현실 자체가 더 문제”라고 말했다.


carrier@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