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NIST, 나노통로 속 소금 결정 생성·용해로 전류 온·오프
- 뇌 모방 컴퓨팅·바이오센서·생체-기계 인터페이스 활용 기대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소금물이 마르면 결정이 생기고, 다시 물을 넣으면 녹는다.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 단순한 현상을 이용해 반도체 트랜지스터처럼 전류를 켜고 끄는 ‘이온 스위치’가 개발됐다.
UNIST(울산과학기술원)는 기계공학과 김태성 교수 연구팀이 나노미터(㎚·10억분의 1m) 크기 통로 안에서 소금 결정을 만들고 녹이는 방식으로 전류를 제어하는 이온 스위치를 개발했다고 5일 밝혔다.
반도체 칩의 핵심 소자인 트랜지스터는 전류를 켜고 끄는 스위치 역할을 한다. 전류가 흐르면 1, 흐르지 않으면 0으로 구분하고 수많은 스위치의 상태를 조합해 정보를 저장하고 연산한다.
연구팀이 개발한 이온 스위치 역시 이와 비슷한 역할을 하지만 전자 대신 이온의 이동을 제어한다는 점이 다르다.
핵심은 ‘소금 결정’이다. 연구팀은 높이 약 120㎚의 미세 통로에 염화칼륨이나 염화나트륨을 녹인 용액을 채웠다. 용액 속 이온이 자유롭게 움직일 때는 전류가 흐르지만, 이온들이 모여 소금 결정을 만들면 통로가 막히면서 전류가 차단된다.
스위치를 반복해서 작동시키기 위해서는 소금 결정을 자유롭게 만들었다 녹일 수 있어야 한다. 연구팀은 이온 통로 위에 질소 기체나 물을 흘려보낼 수 있는 별도의 제어 통로를 만들었다. 두 통로 사이에는 물 분자만 통과할 수 있는 얇은 막을 배치했다.
위쪽 통로에 건조한 질소를 흘리면 아래 용액의 물이 증발하면서 농도가 높아지고 결국 소금 결정이 만들어진다. 반대로 물을 공급하면 결정이 다시 녹으면서 이온이 이동할 수 있게 돼 전류가 흐른다. 물의 증발과 공급만으로 전류를 끄고 켜는 셈이다.
염화칼륨 용액을 사용한 이온 스위치를 32차례 연속 작동시킨 결과, 전류가 켜진 상태가 꺼진 상태보다 평균 156배 높았다.
스위칭 속도는 전류를 끄는 데 평균 8.6초가 걸렸고, 물을 공급해 다시 켜는 데는 3초가 채 걸리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온 스위치 두 개를 하나의 칩에 연결해 실제 논리연산에도 성공했다. 두 스위치를 병렬로 연결한 ‘OR 회로’와 직렬로 연결한 ‘AND 회로’ 모두 입력 조합에 따라 정상적으로 작동했다. 이온의 흐름만으로 컴퓨터 연산의 기본 기능을 구현한 것이다.
기존 나노공극 기반 이온 게이트는 주변 용액의 화학적 환경이나 전기화학 반응에 크게 영향을 받았다. 반면 이번 기술은 별도의 제어 통로에서 물의 양만 조절해 이온 전도도를 바꿀 수 있다. 제어 통로와 이온 전도 통로가 물리적으로 분리돼 여러 개의 이온 스위치를 하나의 칩에 집적하고 각각 제어하는 데도 유리하다.
특히 사람의 신경 신호 역시 세포막의 이온 통로가 열리고 닫히면서 전달되는 만큼, 향후 뇌의 정보처리 방식을 모방하는 뉴로모픽 이온 소자를 비롯해 바이오센서, 생체-기계 인터페이스, 분자 밸브 등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있다.
김 교수는 “소금물이 마르면 결정이 생기고 물을 더하면 다시 녹는 단순한 현상에서 출발해 논리 연산을 수행하는 이온 회로를 만들었다”며 “반도체에서 트랜지스터가 중요한 역할을 하듯 이온 스위치도 뇌의 정보처리를 모방하거나 생체 신호를 다루는 이온 회로의 기본 소자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지난달 25일 공개됐다.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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