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수사 중, 처분 필요성 부족”

통일교 “세계일보가 인쇄시설 안정적 운영 위해 매입 요청”

진선미 문제 제기…“문체부 규칙 더 명확히 마련해야”

윤석열 정부와의 ‘정교유착’ 혐의로 기소된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8월 3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공동취재.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와의 ‘정교유착’ 혐의로 기소된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8월 3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공동취재. 연합뉴스]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윤석열 정부와의 ‘정교유착’ 혐의로 재판받고 있는 통일교 재단이 수사가 한창이던 지난해 말과 올해 초 523억원 상당의 기본재산을 처분하려다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통일교 재단은 지난해 12월과 올해 3월 문체부에 기본재산 처분을 신청했다가 반려됐다.

민법과 문체부 내부 규칙에 따르면 종교재단 등 비영리법인이 토지나 건물 같은 기본재산을 처분하려면 반드시 주무관청인 문체부의 정관 변경 허가를 받아야 한다. 문체부는 처분 사유를 검토한 뒤 허가 여부를 결정한다.

통일교 재단은 지난해 12월 10일 서울 금천구 가산동 소재 건물과 토지 등 520억원 상당의 기본재산 처분을 문체부에 신청했다. 이날은 경찰이 김건희 특검으로부터 통일교 관련 사건을 접수한 뒤 특별전담수사팀을 편성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한 날이었다.

이와 관련 문체부는 같은 달 29일 “통일교 재단과 산하 단체에 대한 특검·경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시기에 구체적인 활용 계획도 없이 고가의 기본재산을 처분하는 것은 그 필요성이 부족하다”며 신청을 반려했다.

통일교는 올해 3월 18일에도 경기 가평 소재 주택과 건물 등 3억원 상당의 기본재산 처분을 문체부에 신청했고, 문체부는 같은 이유로 반려 처분을 했다.

이에 대해 통일교 재단 측은 “재단이 문체부에 처분을 요청한 재산은 세계일보 윤전기가 설치된 건물로, 세계일보 측이 신문 제작·발행의 연속성과 인쇄시설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매입을 요청해 온 것으로 재단이 먼저 처분을 시도했다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며 “매각 대금은 정관에 따른 재단 목적 사업인 선교지원금 지출에 사용하는 내용으로 문체부에 매각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수사를 받는 중인 종교 재단이 수백억 상당의 재산을 처분하려고 한 것을 두고 문체부의 관련 규칙을 명확하게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현행 문체부 규칙에는 허가 권한에 대한 내용만 있을 뿐, 구체적인 반려 기준은 없어 추후 행정소송 등 법률 분쟁이 제기될 경우 반려 처분이 취소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진 의원은 “수사를 받는 통일교 재단이 잇따라 몇백억 가량의 재산 처분을 시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며 “이를 제지할 명확한 기준이 부족해 문체부는 법인들의 재산 처분과 같은 정관 변경을 제한할 세부 가이드라인을 구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최휘영 문체부 장관은 이날 국회 문체위 국정감사에서 “자율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합리적인 심사기준을 만들어 업무 편람에 추가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통일교 정교유착 협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한학자 통일교 총재의 구속집행정지 기간이 내달 20일까지로 추가 연장됐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13부(고법판사 김무신 이우희 유동균)는 지난달 29일 한 총재가 신청한 구속집행정지 연장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이달 30일 오후 6시까지였던 한 총재의 구속집행정지 기간은 내달 20일 오후 3시까지로 연장됐다.

지난해 10월 구속기소된 한 총재는 지난 3월 말부터 건강 악화 등을 이유로 구속집행정지 결정을 받아 수차례 연장 신청을 내고 병원에 머무르며 재판을 받아왔다.

재판부는 내달 13일 오후 2시 한 총재의 항소심 첫 공판기일을 연다. 이날 공판에서는 한 총재의 보석 신청에 대한 심문도 진행된다.

한 총재는 정원주 전 비서실장,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과 공모해 지난 2022년 1월께 권성동 전 의원에게 정치자금 1억원을 현금 교부하고, 같은 해 3~4월께 통일교 단체 자금 1억4400만원을 국민의힘 의원 등에게 후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윤 전 본부장과 공모해 2022년 7월 두 차례에 걸쳐 김 여사에게 영국 그라프사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만원대의 금품을 건넨 혐의를 받는다. 불법 정치자금과 고가의 금품 구매를 위해 통일교 자금을 횡령한 혐의도 있다.


pin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