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엔비디아를 넘어 세계 최대 수준의 분기 영업이익을 기록한 삼성전자 주가가 오히려 하락하면서 극단적인 저평가 상태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나왔다.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100조원을 돌파했지만 주가수익비율(PER)은 4배 수준에 머물러 있어서다.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중심으로 내년에도 가파른 실적 성장세가 예상되는 만큼 향후 주가가 재평가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KB증권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2027년 예상 실적 기준 PER은 4배 수준에 불과하다. PER은 주가가 기업의 주당순이익 대비 몇 배 수준에 거래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일반적으로 수치가 낮을수록 이익 대비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는 의미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현재 PER 4배에 머물러 있는 현 상황은 극단적 저평가로, 밸류에이션 할인을 정당화할 근거는 찾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삼성전자의 역대급 실적을 고려하면 현재 주가가 기업가치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82.5% 증가한 107조40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8일 공시했다. 국내 기업이 분기 영업이익 100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영업이익률은 55.1%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세계적 기업들과 비교해도 압도적인 실적이다. KB증권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을 달러로 환산하면 803억달러로, 엔비디아의 예상 분기 영업이익인 717억달러를 웃돈다. 분기 기준 세계 최대 수준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이다.
실적 성장세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KB증권은 삼성전자의 3분기 메모리 부문 영업이익이 109조원에 달한 것으로 추정했다. 모바일(MX) 등 다른 사업 부문의 손실을 상쇄하고도 전체 영업이익 107조4000억원을 달성했다는 분석이다. 4분기 영업이익은 114조원으로 전 분기 대비 6% 증가하고 영업이익률도 58%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HBM이 내년 실적 개선을 견인할 핵심 동력으로 꼽힌다. KB증권은 삼성전자의 2027년 HBM 판매가격이 올해보다 100% 이상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차세대 제품인 HBM4가 디램(DRAM) 3사 가운데 가장 높은 가격에 연간 공급계약을 체결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삼성전자의 HBM 매출에서 HBM4가 차지하는 비중도 올해 40%에서 내년 80%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주가는 실적 성장세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8일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2.42% 하락한 26만2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장 대비 0.37% 상승한 26만9500원에 거래를 시작했지만 이내 하락 전환해 낙폭을 키웠다.
미국 국채금리 급등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간밤 미국 뉴욕증시에서는 국채금리 급등 여파로 주요 지수가 일제히 하락했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5.36%를 넘어서며 2002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도 1.15% 하락했다.
삼성전자의 호실적이 이미 주가에 반영됐다는 인식도 작용했다. 시장에선 실적 발표를 계기로 차익실현 매물이 나타나는 ‘셀온(Sell-on)’ 현상이 나타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외국인과 기관의 대규모 매도세도 주가 하락을 부추겼다. 8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1조9926억원, 1조6656억원을 순매도했다. 개인은 2조9008억원을 순매수했다. 외국인 순매도 상위 종목 1~3위에는 SK하이닉스(8536억원), SK스퀘어(3539억원), 삼성전자(2907억원)가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증권가에서는 이 같은 단기적인 주가 하락에도 삼성전자의 주가 재평가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실적 성장세에 더해 주주환원 확대 가능성도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요인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KB증권은 삼성전자가 향후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을 동시에 추진하는 한편, 잉여현금흐름(FCF)의 50%를 웃도는 규모의 주주환원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김 본부장은 “디램 3사 중 최고 가격의 HBM4가 내년 1분기부터 디램 평균판매가격(ASP) 상승을 이끌고, 시장 기대를 넘어서는 주주환원 정책이 주가 재평가의 강력한 촉매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th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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