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용 “기술 문제 사전에 면밀히 검증해야”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23일 오전 서울 용산구 용산역 승강장에서 귀성객들이 고향으로 향하는 기차에 오르고 있다.  이상섭 기자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23일 오전 서울 용산구 용산역 승강장에서 귀성객들이 고향으로 향하는 기차에 오르고 있다. 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정석준·이우중 기자]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명절 열차표 예매 대기시간을 줄이기 위해 46억원 규모의 시스템 증설을 추진했지만, 기존 장비와의 호환성 문제로 계약 직전 사업을 중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됐다면 추석 열차표 예매 대기시간을 약 25분 단축할 수 있었지만, 핵심 장비의 기술적 문제를 뒤늦게 확인하면서 개선 기회를 놓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실이 코레일로부터 제출받은 ‘예약발매시스템 인프라 증설 사업 계획’에 따르면 코레일은 지난해 추석 열차표 예매 과정에서 발생한 접속 중단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같은 해 9월 ‘예약발매시스템 단기·중기 개선 계획’을 수립했다.

코레일은 올해 추석 예매에 대비해 46억3100만원을 투입, 예약발매시스템 서버의 중앙처리장치(CPU)를 기존 96코어에서 144코어로 증설할 계획이었다. 2020년 도입한 1세대 CPU에 48코어를 추가해 처리 용량을 50% 늘리고, 서버 과부하에 따른 접속 지연을 줄이겠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사업은 지난 5월 최종 중단됐다. 앞서 4월 공급업체로 예정됐던 오라클코리아와의 기술 회의에서 신규 CPU와 기존 CPU를 혼용할 수 없다는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증설을 위해서는 장비 전면 교체와 데이터베이스(DB) 구성 재구축이 필요한 것으로 파악됐다.

코레일은 무리하게 증설을 추진할 경우 시스템 오류로 열차표 예약 서비스가 중단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코레일은 “초기 사업 검토 시에는 오라클코리아에서 증설이 가능하다는 의견”이었다며 “계획 수립 시 전제였던 ‘현 환경 유지 하의 증설’이 성립하지 않게 되어 서비스 안정성 확보를 위해 계약 전 사업을 중지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사업 추진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기술적 제약이 검토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난 1월 열린 코레일 투자심의위원회에서는 심의위원 7명 전원이 해당 사업을 승인했다. 당시 심의 자료에는 별도의 미흡 사항이나 보완 방안도 제시되지 않았다.

결국 사업이 무산되면서 올해 추석 열차표 예매에서도 장시간 대기가 이어졌다. 일자별 최대 대기시간은 9월 7일 22.5분에서 8일 55.7분, 9일 70.9분, 10일 80분으로 늘었고, 11일에는 149.2분에 달했다.

코레일은 당초 계획대로 DB 서버 처리 용량을 96코어에서 144코어로 늘렸다면 추석 예매 대기시간을 약 25분 단축할 수 있었을 것으로 추산했다.

이에 따라 수십억원 규모의 시스템 개선 사업을 추진하면서 핵심 장비의 호환성조차 사전에 확인하지 못한 사업 검토 과정이 도마에 올랐다. 투자심의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승인한 사업이 불과 수개월 만에 중단되면서 기술적 타당성 검증과 의사결정 절차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 의원은 “투자심의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승인한 사업이 계약 직전에야 기술적 문제로 중단된 것은 사업 검토와 의사결정 과정에 허점이 있었던 것”이라며 “공급업체의 초기 의견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기존 장비와의 호환성, 증설 가능성, 서비스 중단 위험 등을 사전에 면밀히 검증하고 대안을 마련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 임세준 기자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 임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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