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자산이어도 가격은 변동, 채권 ETF엔 만기 없어

‘20년 이상’ 채권 ETF…20년 지나도 원금 상환 없다

개별 국채는 만기까지 보유하면 이자·원금이 정해져

수익 확정하려면 개별·개인투자용 국채 고려할 필요

뉴욕증권거래소의 모습 [게티이미지]
뉴욕증권거래소의 모습 [게티이미지]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미국 국채 10년물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사들인 개인투자자 김모씨는 최근 평가손실을 봤다. 미국 국채 금리가 오르면서 ETF 가격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김씨는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국채는 미국 정부가 망하지 않는 한 만기까지 보유하면 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으므로, 10년만 기다리면 손실을 회복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다.

채권 투자의 기본 원리에 따르면 틀리지 않은 판단이다. 다만 김씨가 간과한 사실이 있다. 김씨가 매수한 것은 미국 국채 자체가 아니라 미국 국채에 투자하는 ETF라는 점이다. 개별 국채와 달리 일반적인 채권 ETF에는 만기가 없다. 10년을 기다린다고 투자 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는 의미다.

최근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연 5%를 넘어서면서 국채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약 5.24%를 기록했다. 미국 정부가 원리금 지급을 책임지는 국채에 투자하면서 연 5% 안팎의 수익률까지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투자처로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똑같이 미국 국채에 투자하더라도 어떤 상품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실제 투자 결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특히 투자 목적이 채권 가격 상승에 따른 시세차익이 아니라 만기까지 안정적으로 이자를 받고 원금을 회수하는 것이라면 투자 상품의 구조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국 국채, 무위험 안전자산?

먼저 채권 투자의 기본 원리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채권은 쉽게 말해 정부나 기업에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증서다. 미국 국채에 투자한다는 것은 미국 정부에 돈을 빌려준다는 의미다. 미국 정부는 투자자에게 약속한 이자를 지급하고 만기가 돌아오면 채권의 액면 원금을 상환한다.

가령 액면금액 1만달러, 표면금리 연 5%인 미국 국채 10년물을 1만달러에 매수했다고 가정해 보자. 표면금리는 채권 발행 당시 정해진 이자율이다. 이 경우 투자자는 매년 500달러의 이자를 받는다. 미국 국채 10년물은 통상 6개월마다 이자를 지급하므로 한 번에 250달러씩 받는 방식이다.

이를 10년 동안 보유하면 이자로만 총 5000달러를 받는다. 여기에 만기 시 미국 정부가 액면 원금 1만달러를 돌려주므로 투자자가 수령하는 금액은 총 1만5000달러가 된다. 세금과 거래비용을 제외하고, 지급받은 이자를 별도로 재투자하지 않았다는 가정에서다.

투자 기간 중 금리가 오르든 내리든 약속된 이자와 만기 상환액은 달라지지 않는다. 미국 정부가 채무를 정상적으로 이행한다는 전제하에 달러 기준으로 얼마를 돌려받을지 미리 계산할 수 있다는 의미다. 미국 국채가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불리는 이유다.

여기서 구분해야 할 개념이 나온다. 뉴스에서 흔히 접하는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 5%’는 앞서 설명한 표면금리와 다르다. 일반적으로 시장에서 거래되는 국채의 가격을 반영한 만기수익률(YTM)을 의미한다.

채권은 발행된 이후에도 주식처럼 시장에서 사고팔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채권 가격은 계속 변하지만 발행 당시 정해진 표면금리는 변하지 않는다.

액면금액 1만달러, 표면금리 연 4%인 국채를 기준으로 설명하면 이렇다. 이 채권을 보유하면 매년 400달러의 이자를 받는다. 그런데 시중 금리가 올라 새로 발행되는 국채들이 더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기 시작하면 기존 채권의 매력은 떨어진다. 투자자들이 이자가 적은 기존 채권을 굳이 액면가에 사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면 기존 채권의 시장가격은 하락한다. 이때 액면가 1만달러짜리 채권이 9500달러에 거래된다면 새로 매수하는 투자자는 9500달러만 지불하고도 매년 400달러의 이자를 받을 수 있다. 만기에는 액면금액인 1만달러를 돌려받으므로 500달러의 차익도 발생한다.

이처럼 실제 매입가격과 앞으로 지급받을 이자, 만기 상환액을 모두 반영해 계산한 수익률이 만기수익률이다. 따라서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5.24%라는 것은 해당 국채의 표면금리가 반드시 5.24%라는 뜻이 아니다.

20년물 국채 ETF, 20년 기다려도 원금 상환은 없다

그렇다면 미국 국채에 투자하는 ETF는 어떨까. 대표적인 미국 장기채 ETF인 ‘아이셰어즈 20년 이상 미국 국채 ETF(TLT)’를 예로 들어보자.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운용하는 이 상품은 잔존만기가 20년 이상인 미국 국채에 투자한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부분이 상품명에 등장하는 ‘20년 이상’이라는 표현이다. 투자자가 ETF를 매수한 시점부터 20년이 지나면 원금을 돌려준다는 뜻이 아니다. ETF가 보유하는 개별 국채의 남은 만기가 20년 이상이라는 의미다.

실제 운용 방식도 개별 국채와 다르다. ETF가 잔존만기 25년인 미국 국채를 편입했다면 5년 뒤 해당 채권의 잔존만기는 20년으로 줄어든다. 이후 만기가 20년 미만으로 짧아지면 운용사는 정해진 지수의 편입 기준을 유지하기 위해 해당 채권을 팔고, 잔존만기가 더 긴 국채를 새로 편입하는 방식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한다. ETF 내부에서 계속 새로운 장기채를 사고파는 것이다.

이 때문에 투자자가 ETF를 10년, 20년 동안 보유하더라도 투자금의 상환 시점은 돌아오지 않는다. ETF가 보유한 국채는 시간이 흐르면서 만기가 가까워지지만, ETF 자체는 새로운 장기채를 계속 편입하며 운용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장기채 ETF는 오래 보유한다고 해서 금리 변동에 따른 가격 위험이 자동으로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투자자가 자금을 회수하려는 시점에 시장금리가 높아져 있다면 10년, 20년을 보유했더라도 ETF 가격이 매입 당시보다 낮을 수 있다.

가령 투자자가 장기채 ETF를 주당 100달러에 매수했다고 가정해 보자. 10년이 지난 뒤에도 시장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거나 추가로 상승해 ETF 가격이 90달러에 거래되고 있다면, 투자자가 주식을 매도해 회수할 수 있는 금액은 90달러에 불과하다. 투자금 회수를 20년 뒤로 미루더라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그때 ETF 가격이 100달러를 넘을지, 밑돌지는 알 수 없다. 기다린다고 매입가격을 돌려받을 수 있는 날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물론 ETF를 보유하는 동안 지급받는 분배금까지 합산하면 전체 투자에서는 수익을 거둘 수도 있다. 그러나 분배금을 받고도 손실이 남을 가능성 역시 존재한다. 개별 국채와 달리 투자자가 일정 기간을 기다리면 정해진 원리금을 돌려받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개별 국채와의 차이가 명확해진다. 만기가 10년 남은 개별 국채를 매수했다면 5년 뒤에는 만기가 5년 남고, 다시 5년이 지나면 원금 상환일이 돌아온다. 시간이 흐를수록 만기가 가까워지기 때문에 금리 변동이 채권 가격에 미치는 영향도 대체로 줄어든다. 만기까지 보유하면 그동안의 시장가격 변동과 관계없이 약속된 이자와 액면 원금을 받는다.

결국 미국 국채를 직접 보유하는 것과 미국 국채를 담은 ETF를 보유하는 것은 서로 전혀 다른 투자 방식인 셈이다. 전자가 만기까지 보유해 정해진 현금흐름을 확보하는 데 적합하다면, 후자는 금리 변동에 따른 가격 상승 가능성을 활용하거나 여러 채권에 간편하게 분산투자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만기까지 원리금 받으려면…

그렇다면 채권 투자의 기본 원리대로 만기까지 이자를 받고 원금을 회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개별 국채를 직접 매수하는 것이다. 미국 국채뿐 아니라 한국 국고채도 국내 개인투자자가 증권사를 통해 직접 투자할 수 있다.

미국 국채는 해외채권 거래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내 증권사를 통해 매수하면 된다. 증권사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이나 영업점에서 판매 중인 미국 국채를 확인하고 원하는 만기의 종목을 선택하는 방식이다. 증권사마다 취급 종목과 최소 매수금액, 거래비용 등은 다를 수 있다.

예를 들어 10년 뒤 자녀의 미국 유학 등록금으로 활용할 자금을 마련하려는 투자자라면 잔존만기가 약 10년인 미국 국채를 선택할 수 있다. 채권을 매수한 뒤 만기가 돌아올 때까지 보유하면 중간에 국채 시장가격이 하락하더라도 약속된 이자와 액면 원금을 달러로 지급받을 수 있다.

이때 반드시 확인해야 할 것이 만기일과 표면금리, 매입가격, 만기수익률이다. 특히 액면 원금과 실제 투자 원금은 다를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액면금액이 1만달러인 국채라도 매입가격이 1만500달러라면 투자자가 실제 지불한 돈은 1만500달러다. 이 채권을 만기까지 보유해도 돌려받는 액면 원금은 1만달러다. 원금 상환액만 놓고 보면 매입금액보다 500달러가 적은 것이다. 다만 보유 기간에 지급받은 이자까지 합산하면 최종적으로 수익을 거둘 수 있다.

반대로 액면금액이 1만달러인 국채를 9500달러에 매수했다면 만기에는 매입가격보다 500달러 많은 1만달러를 돌려받는다. 여기에 보유 기간에 지급받은 이자까지 추가된다.

따라서 국채 직접투자는 정부가 액면 원금과 약속된 이자를 지급한다는 의미에서 안전성이 높은 것이지, 어떤 가격에 매수하더라도 투자자가 지불한 금액 전체를 무조건 돌려받는다는 뜻은 아니다. 투자자는 매입가격과 만기까지 받을 이자를 함께 고려한 만기수익률을 확인해야 한다.

국내 국고채 역시 같은 원리다. 증권사 MTS에서 장내채권 또는 장외채권 거래 메뉴를 통해 국고채 종목을 검색할 수 있다. 장내채권은 한국거래소 시장에서 다른 투자자와 거래하는 방식이며, 장외채권은 증권사가 확보한 채권을 고객에게 판매하는 방식이다.

투자자는 만기일과 매입가격, 수익률 등을 비교해 종목을 선택할 수 있다. 만기까지 보유하면 한국 정부가 지급하는 이자와 액면 원금을 원화로 받는다. 미국 국채와 비교했을 때 환율 변동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반면, 미국 국채는 달러 기준 원리금이 정해져 있더라도 원화로 환산한 수익은 환율에 따라 달라진다. 달러당 1400원에 환전해 미국 국채를 매수했는데 만기 시 환율이 1200원으로 하락했다면, 달러로 받은 원리금을 원화로 바꾸는 과정에서 환차손이 발생할 수 있다. 국채 자체에서 달러 기준 수익을 거뒀더라도 환율 변동에 따라 원화 기준 수익이 줄어들거나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10만원부터 가능한 개인투자용 국채…만기형 ETF도 대안

일반 국고채를 직접 거래하는 것이 어렵게 느껴진다면 정부가 개인을 대상으로 별도로 발행하는 ‘개인투자용 국채’도 대안이 될 수 있다.

개인투자용 국채는 정부가 개인의 장기 자산 형성을 지원하기 위해 도입한 저축성 국채다. 현재 3년물과 5년물, 10년물, 20년물이 발행되고 있다. 일반 국고채를 시장에서 매수하는 것과 달리 정부가 정한 청약 기간에 지정 판매기관을 통해 신청하는 방식이다.

최소 투자금액은 10만원으로 소액 투자자도 접근할 수 있다. 만기까지 보유하면 원금에 약정된 방식의 이자를 더해 지급받는다. 일부 종목에는 기본금리 외에 가산금리가 적용되고, 복리 및 세제 혜택도 제공된다.

실제 재정경제부가 발표한 올해 10월 개인투자용 국채 발행 규모는 총 2300억원이다. 3년물 50억원, 5년물 300억원, 10년물 1500억원, 20년물 450억원으로 구성됐다. 10년물에는 표면금리 4.510%에 가산금리 0.28%포인트를 더한 금리가 적용된다.

특히 개인투자용 국채는 만기까지 보유할 경우 이자를 복리로 계산하는 상품도 있어 장기 투자에 유리하다. 이달 발행되는 10년물 개인투자용 국채에 1000만원을 투자해 만기까지 보유하면 세전 기준 약 1597만원을 받을 수 있다. 누적수익률이 약 59.7%에 달하는 것이다. 다만 이는 만기까지 보유했을 때의 수익으로 중간에 투자금을 회수하면 동일한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일반 국고채와 달리 시장에서 자유롭게 거래할 수 없다는 제약도 있다. 중도환매 제도를 이용할 수 있지만 일정 요건을 충족해야 하며, 만기까지 보유했을 때 받을 수 있는 가산금리와 복리·세제 혜택 등이 사라질 수 있다. 따라서 당장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여유자금을 투자하는 것이 적합하다.

국채를 직접 매수하는 대신 ETF의 편리함을 유지하고 싶다면 ‘만기매칭형 채권 ETF’도 선택지다. 일반 채권 ETF와의 가장 큰 차이는 상품 자체에 정해진 만기가 있다는 점이다.

앞서 살펴본 일반 채권 ETF는 만기가 짧아지는 채권을 새로운 채권으로 계속 교체하며 운용된다. 반면 만기매칭형 ETF는 특정 시점에 만기가 도래하는 채권을 중심으로 투자한다. 이후 정해진 시점이 되면 ETF를 청산하고 투자자에게 남은 자산을 분배하는 구조다.

2033년 만기매칭형 ETF를 매수했다면 2033년이 되기까지 편입 채권들의 만기가 점차 가까워진다. 일반 채권 ETF처럼 만기가 길게 남은 채권을 계속 새로 편입하는 것이 아니라, 투자자의 보유 기간이 길어질수록 ETF의 만기도 가까워지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개별 국채를 만기까지 보유하는 것과 유사한 투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미국 블랙록의 ‘아이셰어즈 아이본즈(iShares iBonds)’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아이셰어즈 아이본즈 2033년 12월 만기 미국 국채 ETF(IBTO)’는 2033년에 만기가 돌아오는 미국 국채에 투자한다. 2033년 말 청산하도록 설계돼 있어 일반적인 장기채 ETF보다 개별채권 직접투자에 가까운 투자 전략을 활용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삼성자산운용의 ‘KODEX 33-06 국고채액티브’가 비슷한 사례다. 2033년 6월 만기 국고채를 중심으로 투자하는 상품으로, 2033년 6월 10일 신탁계약이 종료되도록 설계됐다. 투자자는 개별 국채를 직접 고르지 않고도 특정 만기에 맞춰 자금을 운용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만기매칭형 ETF 역시 개별 국채와 완전히 같지는 않다. 정해진 시점에 ETF가 청산되더라도 투자자가 매수한 가격만큼 원금을 돌려받는 것은 아니다. ETF에 편입된 채권의 매매와 이자 운용, 운용보수 등에 따라 최종 수익이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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