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美국채 보유액 10년 새 6000억달러 감소
캐나다는 5년간 4배 급증하며 대조적
월가 “중국이 해외 수탁기관 이용” 의혹
전문가 “탈달러보다 달러 숨기기 능숙”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중국이 미국 국채를 대거 팔아치우며 ‘탈달러’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통념에 의문이 제기됐다. 중국의 공식 미 국채 보유액이 지난 10년간 약 6000억달러 감소한 반면, 캐나다의 보유액은 최근 5년간 4배로 급증했기 때문이다. 월가에서는 중국이 미국 국채를 실제로 매각한 것이 아니라 캐나다 금융기관을 통해 우회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15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의 미국 국채 보유액은 2016년 이후 꾸준히 감소해 현재 6180억달러(약 827조원)로 집계됐다. 과거 고점과 비교하면 약 6000억달러 줄어든 규모다. 미국 정부가 보증하는 주택담보대출 관련 채권 보유액도 2024년 초 이후 약 50% 감소했다.
반면 캐나다의 미국 국채 보유액은 최근 5년간 4배로 급증했다. 미국 국채와 정부 관련 기관이 보증하는 주택담보대출 채권을 합친 보유액 증가분만 약 6000억달러에 달한다. 캐나다가 미국과 관세 갈등을 벌이고 미국산 제품 불매 운동까지 전개해온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흐름이다.
월가에서는 두 나라의 상반된 움직임이 단순한 우연이 아닐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자산운용사 더블라인의 채권 전문가 비탈리 리버만이 시장 관계자들에게 캐나다의 미국 국채 보유액 급증 배경을 묻자 상당수가 중국을 지목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그건 캐나다가 아니다. 또 다른 캐나다다”라고 답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캐나다 명의로 잡힌 미국 국채 중 상당 부분이 실제로는 중국 자금일 수 있다는 의미다.
핵심은 미국 국채 보유 통계가 반드시 최종 소유자의 국적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중국이 미국 국채를 매각하지 않고 캐나다 등 해외 금융기관에 보관을 맡기면 미국 재무부 통계에는 중국이 아닌 해당 수탁기관이 위치한 국가의 보유분으로 잡힐 수 있다.
이 경우 공식 통계상 중국의 미국 국채 보유액은 줄어들지만 실제 달러 자산 투자 규모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수 있다. 중국이 미국 금융자산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실질적으로는 달러 투자를 유지하는 셈이다.
미국 외교협회(CFR)의 브래드 세처 선임연구원은 “주목할 점은 중국이 탈달러화보다 달러를 숨기는 데 훨씬 더 능숙해졌다는 사실”이라며 “중국은 달러나 달러화 표시 채권에서 멀어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중국이 미국 국채를 대규모로 처분하기 어려운 경제적 이유도 있다. 세계 최대 수출국인 중국은 연간 1조달러가 넘는 무역흑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이렇게 벌어들인 막대한 달러를 미국 국채만큼 큰 규모로 운용할 수 있는 투자처는 제한적이다.
미국 국채를 대거 매각하면 채권 가격 하락으로 남아 있는 보유 자산의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 달러를 위안화로 바꾸는 과정에서 위안화 가치가 상승하면 중국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도 약해질 수 있다.
나티시스의 알리시아 가르시아-에레로 아시아태평양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대규모 미국 국채 매각은 남아 있는 자산의 평가손실을 현실화하고 위안화 가치를 상승시키며, 달러를 어디에 투자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를 남긴다”고 지적했다.
특히 시장이 주목하는 것은 캐나다의 미국 주택담보대출 관련 채권 보유액이다. 캐나다가 보유한 미국 정부 관련 기관의 모기지채권은 2021년 중반 210억달러에서 현재 1620억달러로 약 8배 늘었다. 이 시장은 미국 국채시장보다 규모가 작고 주요 해외 투자자가 제한적인 데다, 일본과 대만, 중국이 전통적으로 주요 보유국이었다.
다만 캐나다의 보유액 증가가 실제 중국 자금 때문이라는 직접적인 증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중국 국가외환관리국과 미국 재무부는 블룸버그의 논평 요청에 답하지 않았고, 캐나다 금융감독청도 개별 금융기관 고객의 거래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전 뉴욕 연방준비은행 이코노미스트 알렉스 에트라는 “이 모든 것이 중국 때문이라고 단정하기에는 꺼림칙하다”며 “각자 코끼리의 다른 부분을 만지고 있는 것처럼 전체 그림을 파악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중동 전쟁에 따른 인플레이션과 미국의 막대한 재정적자로 장기 국채금리가 25년 만에 최고 수준까지 오른 상황에서 중국의 실제 미국 국채 보유 규모는 더욱 중요한 변수로 떠올랐다. 중국이 달러 자산을 실제로 줄이고 있는지, 아니면 보관 장소만 바꾸고 있는지에 따라 미국 국채에 대한 해외 수요를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질 수 있다.
sj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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